"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화해 및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 간이 협력관계가 부분적이나마 정상궤도에 진입할 준비를 갖춤에 따라 국내관광업계는 북한관광 성사여부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번 평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그동안 남북양측이 일부쟁점사항을 제외하고 정치·군사·교류협력분과위의 부속합의서를 일괄 타결시키고 남북화해공동위를 구성, 가동시키고 합의한 것이 그 기폭제가 되고 있다. 남북양측의 이러한 합의는 다방면에 걸쳐 접촉의 폭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것으로 북한의 관광문호 개방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속단은 금물이다. 일괄 타결된 3개 부속 합의서 중 관광과 연관성이 있는 부분은 「남북교류 협력부분」이다. 이러한 전제 아래 마련된 「교류협력부문」부속합의서 이지만 세부내용에 관광관계를 별도로 언급한 부문은 하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교류 협력부문 부속합의서의 발효가 곧바로 북한의 관광개방과 직결된다는 기대를 갖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남북교류협력 부문 중 관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세부사항을 눈여겨보면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이부문 제10조는 「남북은 민족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왕래와 접촉을 실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의 구체적인 접촉과 교류는 국토종단행진, 대표단 파견, 초청-참관 등을 기관단체나 그 구성인원들 사이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순수한 관광목적의 교류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예시되어 있지 않다.

남북사이의 경제협력과 물자 교류를 규정한 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이를 규정한 제3조는 남북은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해로 항로를 개설하도록 되어있다. 이를 위해 양측은 우선 인천항, 부산항 포항항 남포항 원산항 청진항 사이의 해로를 개설키로 되어있다.

또 양측이 교류협력 규모가 커지고 군사적 대결상대가 해소되면 해로를 추가로 개설하고 경의선 철도와 문산-개성사이의 도로를 비롯한 육로를 연결하며 김포공항과 순안 비행장 사이의 항로를 개설하도록 되어있다. 이러한 합의도 관광과는 무관한 양측의 경제적 필요에 의한 문제만 국한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합의는 남북한 관계자의 교류와 접촉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을 마련한 것이다. 따라서 합의를 기본으로 남북 간 인적 물적 교류가 활성화된다면 이의 연장선상에서 양측의 관광교류도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관광객 수송의 필수여건이라 할 수 있는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해로 항로를 개설키로 한 것은 남북관광 교류의 앞날을 밝게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순수민간 차원의 남북교류라 할 수 있는 관광문제에 체제나 이념문제를 결부시킬 경우 이의 실현에는 또 다른 난관이 돌출 될 가능성은 언제나 상존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은 과거에 관광을 「낭비적이고 안일한 생활을 추구케 하는 비생산적인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북한사회의 외부노출과 불필요한 외래사조의 유입 등을 염려한 나머지 관광사업의 대외개방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80년대에 접어들어 심각한 외화부족 등 핍박한 경제사정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대외관광 사업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 관광자원에 개발과 관련시설의 확충에 주력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외관광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조선국제여행사는 현재 세계 약2백여 개 관광회사들과 업무협력관계를 맺고 북미주 일본 유럽 등에서 관광단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평양거리에서 이번 남북고위급 회담에 참석한 우리대표단이나 취재기자단에 외래관광객으로 보이는 외국인의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띄이기까지 했다. 남북한간의 모든 현안은 정치적인 문제 해결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 등 모든 분야가 그러하다.

순수민간 부문의 접촉이라고 할 수 있는 관광분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따라서 북한측의 부족한 외환사정과 체제 등의 문제로 우리측의 일방적인 북한방문이 주류들이 이루게 될 남북한 관광교류는 「교류협력부분」합의서의 발효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의 신변안전과 무사귀환 보장, 통과 지점 등 통행에 관한 남북당국간 합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보다 가시화 될 여건을 제공할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지구촌에 도래한 탈냉전시대의 개막이라는 역사적인 전환점을 인식하고 이에 걸맞는 남북대화와 개방 및 개혁을 단행할 때 남북한간의 관광교류는 보다 빨리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