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계인의 봉인가. 해외여행 자유화가 실시된 후 세계각국에서 당하고 있는 우리국민들의 불이익을 보면 새삼 이 말이 피부에 와 닿는다. 자기과시욕에 당하고 보신병에 당하고 거칠은 매너 대문에 당하는 수모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서 당하고 있는 이러한 수모는 그동안 우리가 방향감각을 잡지 못한채 너무나 분별없는 행동을 한데 따른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위상을 실추시키고 있는데서오는 업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국민중 해외로 나간 사람은 2백4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단순계산치로 보면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5%정도가 해외여행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들중에는 재외공관원, 상사주재원, 해외근무 근로자, 유학생등 장기 체류자도 포함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해외여행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서 무엇을 하는가. 극히 제한된 사람들이긴 하지만 이들 중에는 귀중한 외화를 불요불급한 곳에 마구 사용하는 등으로 봉노릇을 하고 있으며 절제없는 행동으로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불명예까지 심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해외여행자중 봉노릇의 선두주자는 당연 자기과시욕에 들떠있는 보석 구입자들이다. 최근 김포세관이 지난 7년동안 세관에 압수된 밀반입 보석류 1천8백38건을 공매처분하면서 이를 감정한 결과 해외구입가격이 30억6천만원에 달했으나 감정시가는 14억6백만원으로 구입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홍콩에서 구입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는 2백80만원에 구입한 것이었으나 감정결과 색깔등이 떨어지고 흠집이 많아 국내시가는 82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해외에서 3백52만원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22.5캐럿짜리 에메랄드는 국내도매 시가가 68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감정되기도 했다.

여기에서 보듯이 해외에서 보석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바가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 보신병자들은 어떤가. 너도 나도 동남아에만 가면 코브라와 곰 발바닥 요리를 차고 호랑이 고기까지 마구 먹어 치우므로써 몬도가네 족속같은 악명을 떨치고 있다.

이것뿐인가. 알라스카와 캐나다 등에서는 녹용과 웅담을 채취하기 위해 관계법규가 금하고 있는 곰과 사슴사냥을 하다 적발되어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연어 낚시터 등에서는 상한선을 무시하고 연어를 마구 잡아 올리다가 엄청난 벌금가지 부과당하는 추태까지 연출하고 있다.

우리일부 해외여행자들의 이러한 식습관과 관련, 동물 애호국인 영국등 구미각국은 곰 호랑이등의 약용이나 식용으로 쓰고있는 우리나라등에 대해 야생동물 보호를 내세워 모역보복등의 규제를 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보신병자들이 외국에서 자행하는 추태가 결국은 국익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또 이들은 외국에서 상식밖의 행동을 함으로써 선의의 우리국민들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 일본의 유명한 온천 관광지인 벳부의 어느 호텔 대중탕에는 입욕때 주의사항을 커다랗게 한글로 써붙여 놓기까지 하고 있다.

일본어 안내문 없이 순전히 한글로된 이 주의사항은 몸의 하체를 씻고 욕조에 들어가며 욕장내에서 빨래를 해서는 안되고 다른 손님의 샴푸를 쓰지 말라는 것 등으로 되어있다. 일본의 온천 경영자들이 왜 이러한 안내문을 게시했을까. 짐작컨데 지금까지 그곳을 찾은 많은 한국인중 일부가 목욕탕에서 지켜야할 공중도덕을 준수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돈은 돈데로 쓰고 푸대접을 받는 하나의대표적인 단면이기도 하다.

세계의 어느나라나 그나라 고유의 관행과 문화가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외국에 나가면 그 나라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한다. 어디서나 한국식 사고로 한국식 행동을 한다는 것은 자칫 비문화민족으로 손가락질만 받을 뿐이다. 우리가 국제사회의 성원으로 떳떳한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구화 추세에 버금가는 질서와 규칙을 지켜야 한다. 이는 위 행동의 청산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지금 우리사회는 새로운 질서와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각분야에 걸쳐 개혁의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해외여행 분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의 해외여행 문화도 이제 자기과시욕과 보신병, 거칠은 매너를 과감하게 청산하는 등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그 뿌리를 내려야 한다. <연합통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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