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관광객이 500만∼700만. 한반도 면적의 4분의1 정도밖에 되지 않는 국토에 약 480만 명이 살아가고 있을 뿐인 작은 나라지만 유럽의 ‘작은 관광대국’이라 칭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그마저 잠재력의 극히 일부분만을 활용해 얻은 것이라 자신하는 걸 보면 분명 무언가가 있긴 있는 게다.

◆ 국토면적의 7.5% 국립공원 지정해 보호

이미 유명 관광지로 발돋움했으면서도 “크로아티아 관광산업의 황금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뽐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훌륭하게 보존된 천연 자연환경과 그에 대한 지극한 사랑 때문일 것이다.

크로아티아는 현재 전체 국토 면적의 7.5%에 해당하는 면적을 국립공원 등으로 지정해 보호지역으로 설정했으며 향후 이를 두 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른바 ‘국립공원 네트워크’를 통한 환경 보존이다.

총 7개의 국립공원 중 지난 1949년 크로아티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플리트비체 호수(Plitvice Lakes)는 살아있는 자연의 생동감과 신비감을 물씬 머금은 곳이다. 무수한 생명체를 감싸 안은 대자연의 아늑한 품인 동시에 호수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독특한 구조에서 그 매력을 찾을 수 있다. 다채로운 멋을 지닌 총 16개의 호수가 층층 계단을 이루고 있고 각각의 호수와 호수는 총 92개의 크고 작은 폭포가 연결하고 있다. 제일 낮은 곳에 위치한 호수의 해발고도는 503m. 이를 첫 계단으로 삼아 해발고도 636m까지 ‘호수 계단’을 이루고 있다. 제일 낮은 곳의 호수와 높은 곳의 고도 차이는 무려 133m에 이른다.

총면적 200㎢ 에 16개 호수 면적만도 2㎢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도 놀랍지만 해발고도 600m 이상의 고지대에 이런 웅장한 ‘계단식 호수촌’이 형성됐다는 게, 또 갖가지 모양과 느낌을 지닌 92개의 폭포가 은빛 커튼인 양 각 호수를 둘러치고 있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폭포는 때로는 읊조리고 때로는 포효하고 때로는 버글거리면서 스스로 자라고 붕괴하고 다시 태어나기를 거듭한다.

◆ 16개 호수, 92개 폭포 장관

16개의 호수는 은은한 멋을 발하는 진주고, 92개의 폭포는 각각의 진주를 꿰고 있는 화려한 은실과도 같다. 경외감마저 느껴지는 자연림은 16개의 진주와 92줄의 은실로 만들어진 천연 진주목걸이의 보석함에 견줄 수 있다.

호수는 태고의 숨결을 내뿜는 울울한 숲에 다소곳하게 안겨 있어 운치를 더한다. 그 숲 깊은 곳에는 곰이며, 수줍은 사슴, 너구리 등 셀 수 없이 많은 야생동물들이 그 보다 더 많은 야생화와 무성한 잡초, 굵디굵은 고목들 사이에서 원시의 평화를 만끽하고 있다.

호수 산책길은 호젓하기 그지없다. 산책에는 약 2시30분 정도 소요된다. 도중 유람선을 타고 호수 위를 거닐기도 하고, 맨 위 호수에 다다르면 환경보호를 위해 고안된 전기자동차로 숲을 뚫고 달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호수를 가로질러, 호수가를 따라, 폭포 코앞 등으로 꼬불꼬불 이어진 산책로는 사랑을 싹틔우고 꽃피우는 길이다. 폭포 앞에서 낭만 가득한 결혼식을 올리러 이곳을 찾는 이들도 상당수다. 아이들에겐 훌륭한 생태학습의 장소이자 자연을 벗삼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자연법칙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흙길 이외의 모든 산책로는 모두 목재로 만들어졌다. 목재가 생명을 다하면 또 다른 목재를 이용해 길을 잇는다. 발길 옮길 때마다 뚜벅뚜벅, 삐그덕삐그덕 거린다. 졸졸졸, 콸콸콸 물소리와 어울려 오케스트라 협연이 시작된다.

호수 속 송어떼는 그 소리에 놀란 듯 지레 겁먹고 따라오기를 포기한다. 숲속 야생조류는 그 소리를 이겨보기라도 하려는 듯 목청을 더욱 돋우고 호수 위 오리 떼는 날개를 퍼덕이며 비상한다. 평화롭다.

◆ 석회침전물 천연댐 매년 자라나

정작 신비로운 것은 계단식 호수의 생성과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수십만년에 걸쳐 스스로 담을 쌓아 호수를 만들고 수많은 폭포와 여울을 탄생시켰으니 문명이라 불리는 인간의 오만과 건방짐이 그 얼마나 하찮고 도를 넘어선 것인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이곳 물은 탄산칼슘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물 속의 탄산칼슘은 이끼, 조류 등과 생화학적 작용을 거쳐 석회 침전물을 만들고 그것은 천연댐이 되어 호수와 호수의 경계가 된다. 밀도가 다른 지질 특성상 천연댐을 경계로 폭포가 탄생한다. 물리, 화학, 생물학적 요인의 상호작용이 가져온 기적이라 할 수 있다.

중생대 이후부터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췄으니 자연의 신비 다름 아니다. 지금도 석회 침전물로 이뤄진 천연댐은 일년에 3∼4cm씩 자란다고 한다. 기적은 호수에서 멈추지 않는다. 호수물이 하류로 흘러 탄생한 코라나(Korana) 강 또한 많은 천연댐과 폭포를 거느리고 있어 크로아티아의 카르스트 강 중 가장 수려한 경치를 자랑하니 말이다.

학술적 가치도 높이 평가받아 지난 1979년에 일찌감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됐고 이곳에서 일어나는 기적을 연구하기 위해 해마다 수많은 연구자들이 방문한다. 플리트비체 호수는 그들 표현대로 ‘크로아티아의 영광’이자 거대한 ‘대자연 전시관’으로서 손색이 없을 듯 싶다. 또 크로아티아인이 갖고 있는 유별난 자부심을 납득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글·사진=김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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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안전한 관광국 크로아티아로”
니코 브리츠 크로아티아 정부 관광국장
‘니코 브리츠(Nico Bulic, M.Sc.)’ 크로아티아 정부 관광국장은 무엇보다 안전과 평화를 강조한다. “크로아티아의 인지도가 낮은 지역, 특히 아시아권의 경우 안전에 대한 질문이 빠지지 않고 나오기 때문”이라는 게 그 뒷배경이다.

옛 유고연방에서 독립을 선언하고 참혹한 독립전쟁을 치르긴 했지만 그것은 이미 과거일 뿐이다. 그의 말대로 현재 크로아티아는 “낮은 범죄율로 유럽에서도 가장 안전한 관광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미 지난 98년부터 관광국 지국을 설치하고 일본내 프로모션을 실시해왔기 때문에 크로아티아에 대해 그나마 알려진 편이다. 단계적으로 실시한 프로모션 결과 매년 평균 2,000명의 일본인 관광객이 크로아티아를 찾고 있다.

크로아티아 정부는 일본에 이어 지난해부터 한국에서의 프로모션에 착수했다. 한국내 프로모션 계획은 1단계 시장조사, 2단계 언론을 통한 크로아티아 소개, 3단계 여행사의 상품화 유도, 4단계 개별 관광객 유치라는 4단계로 짜여져 있다.

관광국장은 “1단계 활동으로 지난해 7월 코트파(KOTFA)에 참가해 한국 시장을 분석한 결과 전망이 매우 밝게 나와 이렇게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한 2단계에 돌입했다”며 “언론홍보에 이어 2001년에는 대략 10개 여행사 관계자들을 초청해 상품화를 유도할 계획이며, 패키지 상품이 일정 수준 활성화되면 개별 여행객을 대상으로도 크로아티아 방문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향후 일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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