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신문을 보면 「항공요금 덤핑」또는 「항공요금 과당경쟁」과 같은 머리말을 자주 보게 된다. 덤핑이란 말은 주로 제품을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기실 이런 투매행위가 항공운송업이나 여타 운수업과 같이 서비스를 판매하는 업종에서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고 본다.

운송서비스에는 우선 재고품이란게 없다. 동계비수기에 제주행 좌석을 잔뜩 만들어 두었다가 하계성수기에 전량출고, 그리고 남은 것은 바겐세일한다는 경제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 다만 구간좌석을 운항비용(변동비)이하로 판매할 때 덤핑요금이라 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닌 것 같다. 특히 국제항공운송에선는 항공회사마다 운항비가 다르다.

즉 원가가 다르다. 따라서 항공편당 손익분기 1백석짜리 항공기를 서울-동경구간에 투입하여 80여명의 승객으로 본전이 된다면 좌석점유율80%가 손익분기점이 된다. 그러나 총비용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변동비는 항공기의 감가상각, 분할상환금, 운항승무원 비용, 정비부담등을 포함하며 이들 비용은 항공기의 성능에 따라 달라진다.

1백석짜리 항공기가 1일 평균 10시간 가동할때와 6시간 가동할 때는 감가상각률이 달라지며 기체가 노후하여 정비부담이 높고 연료소모가 많은 구형항공기는 신형에 비하여 이윤성이 떨어진다. 항공사의 실제 경제행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한계비용(Marginal Cost)이론이다.

예를들어 80명이 타주면 본전이 될 때 81번째 여객이 지불한 요금은 기내식비용정도를 제하고 난후 나머지 전액은 항공사의 수입이 된다. 거의 통째로 남는다. 즉,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이전에 승객 1인당 평균비용부담률과 분기점이 지난후 그다음 승객이 무는 비용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서울-동경구간에 모든 승객이 같은 요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다. 1등도 있고 비즈니스 클래스와 2등도 있다. 같은 등급이라고 해서 같은 요금을 지불하는 것도 아니다. 동경에서 여정이 끝나는 사람, 동경에서 다른 항공편으로 연결되는 경우, 개인·단체·상용고객우대제도의 보너스 티켓을 얻는 사람...「동일구간에 같은 요금」이라는 개념이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항공기 편당 요금 혼합(FARE MIX)은 항공사마다 다르고 계절과 요일에 따라서도 다르다. 그래서 이 「요금혼합」을 어떻게 하면 편당 수입이 올라갈 것인가를 탐색하는라 일반제조업체의 재고관리기법을 원용하여 「좌석재고관리(Sheet Inventory)」라는 기법을 개발했다. 비싼 좌석을 우선적으로 채우고 마지막에 남는 좌석은 할인가로 판매하게 된다.

할인을 해도 손익분기점이 지난후라면 빈좌석일때에 비하여 엄청난 수익을 가져온다. 매일 운항하는 항공편수가 많고 판매구간이 많다보니 수작업으로 되지 않고 컴퓨터로 「단위수익관리(YIELDMANGEMENT)」시스템을 운영한다. 이 작업의 최종단계 즉 출발직전까지 팔리지 않은 좌석은 「대기요금(STAND-BY FARE)」같이 헐값(덤핑?)에 팔아치우기도 한다.

남은 좌석(상품)은 썩어 없어지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덤핑이란 말대신 「침해가격(Predatory)」이란 용어를 쓴다. 이말의 정확한 정의를 내리는데 30∼40년이 걸렸어도 아직도 논란이 있다. 최근 미국에서 노스웨스트와 컨티넨탈이 아메리칸항공을 상대로 후자의 작년도「가치기준 가격책정(VALUE PRICING)」이란 이론으로 요금을 대폭 내린 것은 「침해가격」이므로 그로 인하여 입은 손해(약 10억달러이라고 주장)를 보상해 달라고 금년 여름 텍사스의 갈베스톤 지법에 제소했다.

증언에 나선 프린스턴대학 명예교수이자 저명한 경제학자인 윌리엄 제이 보몰박사는 『문제의 가격이 합법적 사업목적을 완전히 떠나 평균변동비 이하로 책정되고 시장을 독점한 후 손실액을 회수할 수 있는 충분한 확률을 가질 때 침해가격이 성립될 수 있다』고 증언했다.

판결결과는 승자도 패자도 없고 단지 양측 모두 존재하지도 않은 경제행위를 공방하느라고 변호사비용만 2천만달러씩 허비했다. 모두들 고전을 하는데 미국의 「사우스웨스트(SOUTH WEST)」와 같은 「저요금 단순(LOW COST & NO FRILLS)」서비스를 판매하는 항공사들이 저가공세로 매년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여행소비자는 결국 요금이 낮은 쪽으로 몰리는가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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