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북극항로 개방여파 두렵다
[커버스토리] 북극항로 개방여파 두렵다
  • 김기남
  • 승인 2001.01.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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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여객기에 대한 북극 항로의 개방에 이어 북극점 코스의 개방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국내 항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CNN을 비롯한 외신들을 통해 계속 보도돼 온 러시아의 북극항로 개방에 이어 일본 산케이 신문은 지난 19일 모스크바발로 “러시아 정부가 냉전이 남긴 성역으로 여겨져 왔던 북극점 비행 코스를 국내외 민간 여객기에 개방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군사전략상의 이유로 거부해 온 북극점 코스 개방을 통과료 수입 등을 위해 허용하면서 세계 66개 도시를 잇는 정기 직항 노선이 북극점 코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 북극 항로 개방 이후 달라지는 것은?

러시아의 북극점 코스 개방 등 북극을 통한 항로 개발은 굳이 냉전 유물의 종식이라는 거창한 의미를 떠나 항공사 입장에서는 당장 돈이 되는 황금 노선의 확보라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방이 실현되면 뉴욕과 홍콩간 비행시간이 17시간에서 12시간으로 5시간 가량 줄어들고 편도 비행의 연료비만도 수 만달러가 절약되는 등 노선별로 다양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밖에 디트로이트와 베이징간은 14시간에서 10시간으로 단축되는 등 태평양 횡단 노선 전체에 걸쳐 비행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항공사들에게만 이익이 아니다. 항공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국 영공이 포함된 북극항로를 개방하는 러시아는 항공사들의 북극 영공 통과 대가로 연간 5억 달러 가량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이들 항공사의 운항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 준다면 다른 항공사들의 진출도 빠른 속도로 이어질 것이 확실시 돼 경제적 파급효과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외국항공사들의 움직임

러시아의 북극점 개방은 예전부터 예상돼 왔던 일로 캐세이패시픽항공은 지난해 5월 북극점에 가장 근접해 통과하는 미주-아시아 최단거리 여객 항로 ‘폴라2’를 업계 처음으로 개설해 상업용 운항에 성공한 바 있다. 폴라2를 이용한 cx829편은 캐나다 토론토의 피어슨 국제공항을 이륙해 15시간 만에 홍콩국제공항에 도착하는 비행에 성공했다.

‘폴라2’ 항로는 북극점에서 반경 5km 이내 지역을 논스톱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미주지역에서 앵커리지를 경유해 아시아로 넘어오던 기존 비행시간을 세 시간이나 단축한다. 이밖에 유나이티드항공도 이미 지난 해 가을 2001년 여름스케줄이 시작되는 4월 1일부터 368석의 B747-400 여객기를 투입해 뉴욕에서 홍콩간을 매일 논스톱 운항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밖에 미국의 노스웨스트항공과 홍콩의 캐세이패시픽항공 등도 다음 달부터 이 노선을 이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경우 뉴욕-홍콩 직항 노선은 비행거리 1만3천6백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정기 노선이 될 전망이며 북극항로를 이용한 전체 비행시간은 15시간 40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국내 항공업계 문제는 알지만 해답없어

북극 항로의 활발한 개발에 대해 국적 항공사들의 심기는 편하지가 않다. 외국항공사들이 미주와 동남아시아를 직접 잇는 항로를 적극 활용하게 되면 기존 노선을 이용했던 경유 승객들을 크게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미주 지역을 떠나 북경이나 홍콩,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도시로 가려면 서울, 도쿄 등 중간 경유지를 반드시 거쳐야 했으나 두 대륙간 최단 항로인 북극 항로가 개방되면 중간 경유지를 거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오는 4월 뉴욕-홍콩의 직항편을 세계최초로 운항하는 유나이티드항공의 경우 서울-홍콩 구간의 항공이 없어 샌프란시스코나 LA, 동경 등을 경유했기 때문에 직항편 운항 이후 서울 시장에 미치는 영양은 크지 않겠지만 다른 항공사로의 파급 효과는 무시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적 항공사들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마땅한 대안을 현재까지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 승객 중 경유 승객의 비율이 15%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대한항공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경유 승객들을 유인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정도지만 이 또한 어느 선까지 가격을 낮추고 얼마나 경유 승객을 붙들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나마 국적항공사가 약간이나마 북극항로 개방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기존 미주 노선의 비행시간 단축도 북한이란 장벽에 막혀 답답함을 더하고 있다.

국적 항공사가 북극 코스를 이용하려면 북한 상공을 거쳐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유엔개발계획(UNDP) 등 국제기구의 협력을 얻어 북한 영공을 통과하는 미주 및 유럽 단축항로를 개설하는 방안을 추진해 오고 있지만 단축 노선 개발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손에 쥐어져 있는 형편이다.

◆ 경유객 주춤하면 인천공항 비틀

경유 승객들의 감소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동북아 최고의 허브공항을 목표로 내건 인천국제공항의 장래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천공항측은 개항 전부터 “허브화 요건 중 동북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시베리아 횡단 노선과, 아시아권과 북미 지역을 잇는 북태평양 항공노선의 최전방에 위치하는 지리적 이점이 허브공항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더없이 좋은 조건”이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미주와 동남아 항공사들이 북극항로를 거쳐 본격적인 직항 운항을 시작하면 현재 15%대인 환승객의 비율을 35% 이상으로 늘리고 외국 유력 항공사의 아시아 지역본부도 유치해나가겠다는 청사진은 뿌리부터 흔들리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대한항공의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북극항로를 통한 직항편 운행은 제 3국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관심을 가지고 계속 지켜보고 있지만 이대로 상황이 진행되면 경유 승객 감소와 서울 취항의 매력을 상실한 외항사들의 철수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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