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관계자들을 만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가 바로 ‘저가 요금경쟁’이다. 랜드사들의 덤핑 상품을 지적하기에 앞서 비수기 시즌을 맞는 여러 목적지의 항공가격이 슬슬 인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거리 노선은 띄울수록 적자”라는 말은 나온 지 한참인데도 대표적인 장거리 노선인 유럽 항공가는 70만원대에서 오를 줄을 모른다.

상품성이 취약한 노선을 요금으로 만회하려는 일부 항공사와, 울며 겨자먹기로 요금을 낮출 수밖에 없는 다른 항공사들의 악순환인 셈이다. 최근에 만났던 한 유럽 항공사 관계자는 “예전에 모 항공사가 상품성이 취약한 노선을 만회하기 위해 40만원대 유럽 항공가를 낸 적도 있었다”며 출혈경쟁 우려를 나타냈다. 비단 유럽노선 뿐이 아니다. 항공사들의 가격정책은 다시 랜드사들의 덤핑 경쟁을 불러온다.

뉴질랜드 전문 랜드를 맡고있는 L랜드의 경우 “현재 110만원인 항공가를 모 항공사 영업과장이 일부 랜드사에 말도 안되는 요금으로 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시장가격을 파괴할 정도의 상품가에는 항공사의 역할도 분명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세계적인 휴양 리조트인 클럽메드는 최근 모 허니문 전문 여행사가 저렴한 클럽메드 상품을 선보이자 경고메일을 띄운 적이 있다.

하나 둘 시작하는 상품가 경쟁이 결국 클럽메드 전체에 대한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도 있다는 이유였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클럽메드 시장 전체를 생각한 조치다. 입만 열면 문제로 지적되는 덤핑 풍토. 그 중심에는 항공사의 가격정책이 확고히 자리를 틀고 있다. ‘덤핑근절’에는 여행사나 랜드사들의 정화노력 뿐 아니라 비수기 시장가격을 지켜내려는 항공사의 의지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여행업 구조가 아무리 복잡하고 단계가 첩첩 구만리라 해도 말이다.

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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