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다녀왔다. 말로만 들어 온 오로라를 보기 위해 밴쿠버와 에드몬튼을 지나 도착한 곳은 북위 62도의 옐로우나이프. 옐로우나이프는 인구 1만8,000여명이 살고 있는 작고 외진 소도시다. 겨울이면 영하 45도까지 기온이 내려가고 여름에는 하루 20시간 이상 해가 지지않는 백야 현상이 계속된다.

공항에 내려서면 따뜻한 환영인사가 아니라 코속을 후비는 차가운 바람이 먼저 손님을 맞는다. 제 몸 하나 가누기 힘든 지역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한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하지만 호텔과 거리, 식당은 온통 일본인 관광객 천지다.

옐로우나이프가 일본 시장에 여행상품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때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로라 여행이 처음부터 일본인의 호감을 얻고 활성화 된 것은 아니지만 5년만에 8,000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활성화 됐다. 옐로우나이프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숫자다.

물론, 옐로우나이프가 각광을 받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누가 뭐래도 오로라라는 천혜의 자연현상 덕이다. 하지만 밤에만 볼 수 있는 오로라가 전부라면 이처럼 많은 관광객을 모으지 못했을 것이다. 낮 시간 관광객들이 무료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즐길거리로 무엇을 준비해 놓았을까가 궁금해졌다.

막상 날이 밝고 겪어 본 이곳의 데이 라이프는 뭐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개썰매를 타고 강원도의 설피와 비슷한 신을 신고 설원을 누비는 예전 이곳 주민들의 생활을 관광객의 수준에 맞춰 놓은 놀거리가 고작이지만 관광객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환하기만 하다.

오로라라는 거창하지만 한정된 관광자원을 큰힘 들이지 않고 소박하게 잘 포장한 셈이다. 작은 것이 더 큰 호응을 받을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이끌어 낸 성공이다. 밤이 아름다운 옐로우나이프의 추억은 즐거웠던 낮 시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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