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출장을 함께 다녀온 여행사 사람들과 서울모임을 가졌다.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A여행사 B팀장이 안보이길래 이상하다 했더니 기막힌 사건 하나를 들려준다. 출근을 하고 보니 책상이 아예 없어져버렸다는것. 깊은 속사정이야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바깥에서 보기에도 그 방법과 시기선택이 참 고약하다.

하긴 가만히 생각해보면 IMF 당시 C여행사에서는 신혼여행을 다녀온 회사내 커플의 책상 두 개를 동시에 없앤 적도 있었고, TC로 나갔다오니 퇴사하라더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줄줄이 있는 걸 보면 비인간적인 퇴사권고(?) 역시 여행사의 높은 이직률이나 고용 불안정만큼 새삼스러울게 없는 듯하다.

소식보다 더 놀라웠던 점은 다른 사람들의 너무나 침착한 반응이다. 제2의 IMF가 정말 오긴 왔나보다는 말에 한 여행사 팀장은 “언제 여행업계가 IMF 아닌 적이 있었느냐”며 “경기가 바닥을 치건 하늘로 치솟건 직원입장에서는 항상 찬바람이 부는 곳”이라고 한탄했다.

또 어떤이는 “회사가 이렇게 발빠르니 월급이나 근무요건이 좋으면 직원 역시 쉽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평생 직업이라는 말은 있어도 여행업계에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오랜 직원을 키워내는 일은 회사로 봐서는 대단히 큰 이익이다. 월급은 조금 더 많이 나갈지 몰라도 그 사람의 전문성이 회사의 이미지와 실적을 올리는 건 어디에 물어도 마찬가지다.

돌고 도는 여행업계 이동. 새로이 뽑는 직원 역시 어딘가에서 퇴사해 나온 사람이다. 힘들 때 함께 해주길 바란다면 잘될 때 밀어줘야 한다. 월급이나 근무조건보다는 ‘함께 간다’는 믿음이 아직까지는 더 사람을 끄는 법이다. ‘키워주면 고객 빼내 회사 차린다’는 어느 여행사 사장의 걱정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까.

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