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에 가면 맛, 멋, 소리 등을 놓고 자기네가 으뜸이라고 말하는 고장이 많다. 외부인들의 눈으로 볼 때도 남원 사람들의 소리 사랑은 그들의 업(業)이자 생활인 듯하다.

‘사랑사랑 내사랑이야 어허둥둥
내사랑이야 삼오신정 달 밝은밤
무산천봉 완월사랑 목락무변 수여천에
창해같이 깊은사랑 월하에 삼생연분
우리들이 만나사랑 어허둥둥 내사랑이지야
(하략)’

◆ 뱀사골서 고로쇠로 목 축이고

지리산 초입인 뱀사골에서 고로쇠 수액을 들이키며 남원에서의 여정을 시작했다. ‘뼈에 이롭다’라는 뜻의 골이수(骨利樹)에서 유래한 고로쇠는 이온음료 같은 달착지근한 맛이 특징. 고로쇠 나무의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고로쇠 수액은 최고품질을 자랑한다. 남원시에서 접근할 수 있는 지리산 명소 가운데 가장 빼어난 곳인 뱀사골.

고로쇠 약수의 효과는 ‘가루지기전’의 변강쇠의 일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전설에 따르면 양기가 쇠한 변강쇠가 뱀사골 고로쇠 물을 먹고 원기를 회복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5잔을 연달아 마시는 관광객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1,000㎖이상을 마신 후 한증을 하면 몸의 노폐물이 배출돼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동행한 남원지역해설전문가는 그 효과에 대해서 확언하기 힘들지만 관절염 등을 앓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복음과 같다고 전한다.

◆ 남원에서 소리자랑 말렷다

‘남원에 가면 소리자랑을 하지 마라’는 말이 있다. 소리명창도 많지만 귀명창도 많다는 뜻이다. 남원 시내에는 판소리에 대한 시민들의 애정과 조상들의 흔적이 담겨 있는 장소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최근 부부 국악인이 사재를 털어 남원에 국악연구소를 개소한 데 이어 국내 유일의 국악 전문 FM 방송이 남원에서 첫 전파를 내보냈다. 또 지자체로써는 처음이자 유일한 사례인 남원시국악단의 평양 공연은 큰 화제를 불러온 바 있다.

이러한 자부심만큼이나 그네들의 소리사랑도 지극하다. 어디선가 판소리 한마디라도 들려오면 누가 먼저랄거 없이 ‘얼쑤’하는 추임새와 화답이 이어지고, ‘자근자근’ 어깨춤을 추거나 춘향가 한 대목을 시원스레 뽑아내는 등 한바탕 소리 마당을 이끌어 낸다. 남원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첫 마디가 ‘남원기행은 소리에서 시작해 소리로 끝난다’고 말한다.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남원 사람들의 소리 사랑이 꽤나 유별난 데다 하나같이 소리를 잘 하고 즐길 뿐 아니라 전수와 배움에도 열심이기 때문이다. 남원시의 광한루에는 풍물과 판소리 공연이 항상 시민과 관광객들의 벗이 되어준다. 춘향과 이몽룡이 처음 만나는 장소로 유명한 광한루. 그 낭만과 운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찾는 광한루에는 월매의 집, 오작교, 춘향관, 춘향사당이 마련돼 있다.

월매의 집에는 성춘향과 월매, 이몽룡, 향단, 방자 등 춘향전 등장 인물의 인형이 전시돼 있다. 춘향이가 정안수를 떠놓고 이몽룡의 장원급제를 빌던 장면을 재현하는 돌탑도 자연스럽다. 또 정안수를 올려놓을 수 있는 돌상과 장원급제 기원단도 설치돼 눈길을 끈다. 월매의 집을 실제 사람이 살았던 것과 같이 꾸며놓은 후 실물크기의 인형들을 전시했다.

구체적인 상황, 캐릭터 등을 상상하기 어려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좀더 접근하기 쉬울 터. 아울러 남원시가 시행하고 있는 지역해설전문가들의 해박하고 구수한 설명이 곁들어진다. 남원이 소리의 고장이라는 자부심은 판소리의 역사에서 비롯된다. 남원은 서편제와 더불어 판소리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동편제의 원류이다. 동편제와 서편제는 지역적 구분 외에 남자의 소리와 여자의 소리로 나뉜다. 동편제의 소리는 웅장하고 장엄해 천하를 호령하는 장수의 목소리로 비유된다.

남원 운봉 출신인 조선후기 가왕(歌王) 송홍록과 그의 동생 송광록, 송광록의 아들 송우룡, 송우룡의 아들 송만갑까지 송가일문이 이어온 판소리의 계보는 곧바로 우리 나라 판소리의 큰 맥과 일치한다.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박초월 명창(작고)과 안숙선 명창이 그 고고한 명맥을 잇고 있다는 사실은 남원이 내세우는 자랑거리로, 남원시는 최근 송가일문의 집과 박초월의 생가를 복원했다.

◆ 신라 천년의 신비 실상사

몸집이 크고 표정이 재미있는 석장승인 사찰 장승(벅수)들이 맞이하는 실상사는 산 속이 아닌 들판의 수목에 둘러싸여 있다. 신라시대에 창건된 실상사는 오래된 역사만큼 우리 나라 사찰중 가장 많은 국가지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 대웅전 앞에 당당하게 서 있는 국보 10호 백장암 3층 석탑은 사면에 보살상, 신장상, 천인좌상 등 조각이 새겨진 화려한 석탑이다.

특히 상륜부의 보존상태가 거의 완벽해 불국사의 석가탑 상륜부를 복원할 때 이 탑을 그대로 모방했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몇 동 남아 있지 않지만 옛 사찰터와 유구들은 통일신라시대의 불교 연구와 가람 배치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전북 남원 글·사진=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취재협조=남원시청문화관광과 063-620-6547


◆ 한국미 그득 담긴 전통 질그릇
황토 질그릇 속에 건강이 보인다? 전통 옹기의 효용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황토를 이용한 천연 옹기는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고 통풍이 가능해 음식의 맛과 신선도를 장기간 보존할 수 있다고 한다. 전통기법을 재현, 순수한 황토와 천연 유약을 이용해 전통 옹기를 만드는 인월요업은 남원시 한 폐교에 역사장을 마련했다. 인월요업 역사장은 특별한 개조나 장식 없이 교사(校舍) 그 자체를 이용한다.

외부와 내부의 벽면 색깔을 질그릇의 색에 맞춰 황토색으로 칠했을 뿐이다. 진열상태가 좀 부산스러워 보이지만 관람객들은 전시장을 가득 매운 질그릇의 단아한 매력 속으로 흠뻑 빠져 든다. 순수한 황토, 천연 잿물 유약과 불의 조화로만 만들어진 질그릇은 화려함을 빼내고 자연스러운 투박함만을 첨가했다. 한국의 미를 상징하는 전통 옹기는 자연적인 황토색깔을 지녀 우리 고유의 맛을 살렸다.

또한 다양한 모양, 용도의 옹기와 시루 등 일상 생활도기의 모습이 서민의 모습처럼 소박하다. 인월요업은 또 황토의 효능을 체험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황토 체험시설을 마련했다. 황토는 광물질과 살아 있는 미생물을 함유해 유기물을 분해하고 몸 속의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등 건강한 알카리성 체질로 만들어준다고 한다. 인월요업은 황토의 효능을 체험코자 하는 관광객들 위해 황토 한증탕, 황토 기숙사, 식당 등을 구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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