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로 1가에 있는 조흥은행 본점 뒷편에 가면 영세규모의 인쇄소들이 죽 늘어서 있는 샛길이 있다. 그 길 중간쯤에 있는 오래된 한옥 한채, 점심시간이면 사람들이 벌떼처럼 모여드는 이 곳이 바로 곰탕 전문 식당 「하동관」이다.

한옥을 개조해 사용하고 있어 테이블이 놓인 홀 말고도 크고 작은 방이 많아 동시에 1백명은 족히 수용할 수 있는 규모. 하지만 11시50분부터 12시40분 사이에는 빈자리 하나 찾아 볼 수 없다. 곰탕 하나로 한 곳에서 50년이 넘도록 버텨온 이집의 곰탕맛은 이미 입소문을 탈대로 탔기 때문. 그렇다고 유명세에 도취된 여느 식당들처럼 분점을 내거나 체인사업을 시작해 가게를 늘리려는 욕심이 장석희 사장에게는 없다.

이제는 가업이 된 하동관을 옛맛 그대로 지키는 방법이 욕심을 버리는 것이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하동관은 보통 오후 4시경이면 문을 닫는다. 그 전날부터 가마솥에 푹푹 고아낸 하루분 곰탕을 다 팔면 그냥 가게 문을 닫는 것. 아침 7시부터 팔기 시작하면 커다란 가마솥 3개 분량의 곰탕이 다 팔리는 시간이 오후 3, 4시경이다. 그러므로 이 집의 곰탕을 맛보려면 이 시간 전에 가야 한다.

양지고기와 소양이 듬뿍 들어있는 곰탕이 나오면 식탁에 놓여있는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하고 대파를 양껏 넣어 먹는다. 개운한 맛을 원한다면 종업원을 불러 국물을 달라고 해보라. 큰 주전자를 기울여 곰탕에 부어주는 국물은 다름아닌 시큼하게 익은 김치국물. 칼칼하면서도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또 추가로 생계란(하나에 3백원)을 넣어 먹으면 국물 맛이 더욱 부드러워지고 하루가 든든하다. 알맞게 익은 김치와 깍두기가 함께 나오며 물은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입구에서나 먹을 수 있다.

워낙이 손님이 많아 일손이 딸리다보니 테이블에서 주문을 받지 않고 직원 식당처럼 입구에서 식권을 산 뒤 자리에 앉게 되면 종업원에게 식권을 내는 방법으로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곰탕은 보통 5천원, 특 6천원이고 수육은 한접시에 1만5천원이다.

『바쁜 점심시간에는 형님이 와도 인사할 겨를이 없다』는 종업원의 말처럼 12시경에는 제주껏 자리를 잡아 앉아 곰탕을 먹는데만 집중하는 것이 좋다. 이 시간에 서비스가 어떻니 저떻니 하는 불평은 접수할 겨를이 없으므로 안 하는 것이 상책. ☎02-776-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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