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장대에서 올라와 내려다보는 수원이 작지만 깨끗한 모습으로 한 눈에 들어온다. 궂은 날씨를 탓에 다소 선명하지 않지만 별로 번잡해 보이지 않는 도시 전경이 안정감 있게 다가온다. 서장대는 사방 100리가 한눈에 보이는 높은 위치로 수원시내 어디서나 보이는 곳에 위치해 화성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알려져 있다.

차의 행렬, 매연에 경적소리가 쉼 없이 이어지는 장소에 위치한 남대문 등 여타 서울의 유적들이 처량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비해 이곳 화성은 나즈막하고 평탄한 주위 풍경과 어울려 늠름한 위상을 자랑함과 동시에 다소 한가롭다는 느낌까지도 들게 한다.

수원시의 자랑은 무엇보다 한 개인의 효 사상이 절절하게 배어있다는 점이다. 물론 '한 개인'이란 당시 국왕 정조였지만 조선시대 마지막 중흥기의 정점에 서 있다는 의미에서도 그가 수원시에 남긴 치적면에서도 화성 축조가 갖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수원시는 화성을 일러 '효 사상을 바탕으로 한 정신문화적 가치'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화성은 사적 제 3호로 정조 재위시 1794년 착공해 2년 후인 1796년 완공됐으며 축성시에는 48개 시설물이 있었으나 지금은 41개 시설물만이 현존하고 있다. 화성은 조선후기 실학자들이 총출동, 전력을 다한 역사적 건축물이다. 정약용과 유형원의 성설을 설계의 기본으로 삼고 역시 실학자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당시 좌의정 채제공이 성역을 주관하는 등 조선시대 건축물 중 가장 과학적인 설계와 구조물 배치를 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실학 사상의 영향으로 화성을 건축할 때 현안·누조를 고안하고 거중기를 발명하는 등 18세기 말 동양 성곽 축성술에 획을 긋는 걸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유네스코에 의해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화성은 성곽의 전체길이가 5.7km로 동쪽으로 창룡문, 서쪽으로 화서문, 남쪽으로 팔달문, 북쪽으로 장안문 등 4대문을 냈다.

여기에 암문 4개, 수문 2개, 적대 4개, 공심돈 3개, 봉돈 1개, 포루 5개, 장대 2개, 각루 4개, 포루 5개 등 총 48개의 다양한 구조물이 배치됐다. 전란, 시가지 조성 등으로 일부가 소실돼 41개가 현존하는 등 보존 역시 잘 되어 있다. 현재의 화성은 성곽주변이 도시화되어 있어 성곽 내외 20m를 보호구역으로 지정, 녹지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시가지화된 성곽 내측을 성곽과 조화를 이루는 전통 민속마을로 조성하는 방안도 강구할 것이라고 한다. 정조의 사부곡(思父曲)이 절절히 배어 있는 곳, 화성. 폐서인후 당시 경기도 양주에 묻혀 있는 아버지의 묘를 새로운 장소(융릉)로 옮긴 후 행차하는 정조의 능행도를 보면 장중하지만 애달픈 마음이 전해오는 것 같다.

능행도에는 임금께 올리는 음식을 실은 시렁, 옥새를 실은 말의 행렬과 함께 정조를 태운 가마(어연), 어머니 혜경궁 홍씨, 누이들, 딸 등과 함께 이동하는 장중한 행렬이 당시의 왕실 생활상에도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여느 지방축제보다 역사가 긴 수원 화성문화제는 올해로 벌써 38회째를 맞는다. 화성문화제의 달력은 1월과 3월을 제외하곤 연중 행사로 치뤄진다고 할 정도. 2월 화성문화제 선포행사를 시작으로 12월 피날레 축제까지 수원시의 축제는 화성과 정조라는 큰 컨셉하에 열리는 시민의 행사다.

특히 정조와 화성과 연관된 축제가 다양한 편이다. 연무대에서 열리는 정조시대 전통무예전, 정조대왕 선발대회, 빛·소리 화성 영상쇼, 전국활쏘기 대회, 정조 능행사 연시, 융릉 제향 제연, 화성행공에서 열리는 정조대왕 친림 과거시험 재연 등 다채로운 행사로 가득하다. 매년 어린이날에 열리는 효의 성곽순례 및 조선시대 당시 통신수단인 봉돈에 봉화를 올리는 행사를 하는 등 역사의 교육장으로도 이용된다.


또 사도세자의 묘소참배를 위해 행차하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행사인 능행차연시와 융릉향재연 등이 있다. 지지대고개∼노송지대∼장안문∼팔달문∼수원교에 이르는 8km 구간을 2,400여명이 행렬하면서 장엄한 효의 행렬을 체험할 수 있다. 사도 세자의 능인 융릉에서 벌어지는 융릉제향은 왕실의 전통예법에 의한 제향의식을 재연해 전통 문화가 숨쉬는 수원을 체험하는 행사다. 이외에도 정조대왕 화성 순시 및 수문장 교대식 등이 화성일원과 팔달문, 장안문 등에서 열린다.

수원=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 반딧불이 화장실 새 관광코스로 부상
얼마 전 서울 모 초등학교에서의 화장실이라는 공간의 개념을 전복시키는 사건(?)을 접한 적이 있었다. 도서실 등 편의시설을 갖춘 화장실에서 옹기종기 모여있는 학생들은 편견 없이 자리에 앉아 책을 읽거나 취미활동 및 여가시간을 보내는 장면에 많은 사람들이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우선적으로 화장실을 위생적이고 깔끔한 장소로 꾸미는 것이 선행됐지만 화장실을 불유쾌하고 더러운 곳으로만 알고 있던 기성세대에게는 화장실이란 공간의 개념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노릇이다. 때문에 놀이 및 학습공간, 쉼터로써 쓸모 있게 사용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개념의 전복을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더욱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은 학생들이 식사를 거뜬히 해내는 광경이었다.

사실 관광지에 대한 가장 큰 불편사항 하나가 화장실 문제. 최근 수원시가 자랑하는 큰 화제 거리는 이 '아름다운 화장실'이다. 수원시의 아름다운 화장실은 즐거운 배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자연 환경에 민감한 곤충 반딧불이에서 이름을 따와 반딧불이 화장실이란 청정한 이름을 갖게 된 이 아름다운 화장실은 관광코스로 개발됐다. 내외국인 관광객에게 문화도 즐기고 특화된 화장실을 관광할 수 있는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하고 있는 것. 이와 함께 기타 시도와 민간기업에 의해 벤치마킹되는 등 수원시의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자연친화적인 실내외 디자인과 상쾌한 향, 새소리로 맞는 첫 인상과 기타 편의시설에 이르기까지 '화장실이야 깨끗하면 됐지'라는 기본적 욕구를 충족함은 물론이고 나아가 시설이 주는 안정감은 이용자에게 존중받는 느낌을 준다.

수원시가 펼치는 아름다운 화장실 운동은 그 화제성 만큼이나 관광한국을 나타내는 새로운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수원시는 으뜸 화장실 캠페인을 펼쳐 우수한 화장실을 보유한 업체에게는 명패를 수여하는 등 화장실 운동의 선두주자 역할을 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