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도한 감동은 이성을 마취시킨다. 혹은 갈팡질팡 헤매게 만든다. 그토록 감탄하고 매료됐건만, 아직도 그 여진에 몸을 떨건만 붓놀림은 더디기만 하다. 필시 감동이 지나쳤던 게다.

벌써 몇 시간째 붓방아만 찧게 만든 감동의 파장은 이미 크라비(Krabi) 공항에서부터 일렁이기 시작했다. ""어디에서 묵으시죠?"" 넉살좋아 보이는 택시기사가 스스럼없이 다가와 슬그머니 묻는다. ""라야바디 리조트(Rayavadee Premier Resort)요""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사는 기다렸다는 듯 양손 엄지손가락을 곧추 세운다.

그러고는 크라비 최고의 리조트라는 말을 시작으로 주저리주저리 찬사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들뜬 마음속에는 어느새 조바심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크라비를 가리켜 흔히들 '태국 속의 또 다른 태국'이라고들 말한다. 태국의 여느 지역과는 다른 이채로움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남부지역이지만 그곳의 전형적인 지형적 특징, 즉 굴곡이 없는 너른 지형과는 거리가 멀다. 제법 높은 산들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이어져 있고, 카르스트 지대여서 산과 바위의 모양 또한 들쭉날쭉 기이해 시선을 잡아맨다. 또 도시의 모습도 특정한 계획과 규칙에 의해 조성된 듯한 인상이 강하다. 계획조성도시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 정갈하고 깨끗한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크라비의 이채로움이 농축되고 집약된 곳에 라야바디 리조트가 들어서 있다. 크라비공항에서 리조트 전용차량으로 크라비 부두까지 10여분, 다시 리조트 전용 스피드보트로 10여분 물살을 가르면 이채로움의 중심에 서 있는 라야바디 리조트를 만날 수 있다. 섬은 아니지만 수로를 이용해야만 도달할 수 있다는 지리적 특성도 독특함을 더한다.

실질적인 리조트 일정은 이미 크라비 공항에서부터 시작된다. 리조트 직원이 직접 공항까지 마중 나와 전용차량과 전용보트로 고객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세심한 배려도 그렇거니와 차량과 보트에서 대하는 풍광이 숨막히는 웅장한 파노라마와도 같아서다. 단순한 공간의 이동 차원을 초월해 여행의 후련함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크라비 부두에서 스피드 보트로 라야바디 리조트에 이르는 시간에는 보트의 날렵한 움직임과 솜사탕보다 더 새하얗게 부서지는 물거품, 그리고 주위의 이채로운 경치가 조화를 이뤄 가슴이 뻥 뚫리는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

넓디넓은 호수를 닮은 바다 이곳저곳에는 고만고만한 섬들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어 한국의 다도해를 연상시킨다. 수 천년 세월 동안 갖은 생화학작용을 거쳐 형성됐을 굴곡 심한 석회지대는 중국의 계림에라도 온 듯한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갯벌 트랙터'도 빼놓을 수 없는 라야바디에서의 이색 경험이다.

보트가 물가에 정박하면 승객용으로 개조한 길다란 트랙터가 물 빠진 갯벌을 가로질러 고객을 뭍으로 실어 나른다. 이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고객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해 탄생한 것으로 웬만한 곳에서는 구경조차 하기 힘든 명물이다. 리조트에서 느낄 감동에 비하면 지금까지의 감동은 어쩌면 그 서막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바다에서 바라보면 푸른 숲에 지나지 않지만 뭍에 올라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길 때마다 동화 속 마을 같은 리조트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리야바디 리조트는 독특한 구조와 천혜의 자연적 조건이 가장 큰 매력이다. 총 100채에 이르는 개별 파빌리온이 야자수 숲 이곳저곳에 자리잡고 있으며, 각 파빌리온은 2층 규모로 1층은 거실로 2층은 침실로 사용된다. 종류에 따라 개별 수영장이나 정자를 갖춘 파빌리온도 있지만 모든 파빌리온은 모두 버섯모양으로 동일 구조를 취하고 있다. 둥근 원형 구조도 그렇고 지붕도 그렇다.

영락없이 만화 속의 '스머프 집'이고 스머프들이 모여 사는 숲 속 마을이다. 그래도 집안에는 비디오며 TV, CD 플레이어, 미니바, 에어컨, 흔들의자, 옷장, 책장 등 갖가지 가구를 갖췄고, 각 층마다 별도 화장실과 욕조를 갖추고 있다. 침대도 체류목적에 따라 킹사이즈에서부터 트윈베드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마을 이곳저곳에는 각 마을의 이름과 집 번호가 적힌 지도가 설치돼 있어 다른 집을 찾아가기에도 어려움이 없다. 훌륭한 개인 별장촌인 셈이다. 리조트에는 또 수영장, 병원, 마사지실, 미용실, 탁아소, 바, 식당, 갖가지 스포츠 시설 등이 들어서 있어 생활에 아무런 불편이 없고, 리조트를 감싸고 있는 3개의 해변에서 다채로운 해양스포츠를 즐긴 다음에는 인근의 크고 작은 섬으로 아일랜드 호핑투어에도 나설 수도 있다.

최대의 매력은 역시 때묻지 않은 자연이다. 게다가 카르스트 지대여서 독특하기까지 하다. 수 천년에 걸쳐 형성된 석순과 석주가 즐비하고 바다엔 기묘한 석회암 섬들이 덩그러니 솟아있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모래가루로 이뤄진 3개의 해변이 리조트를 감싸고 있어 어디에서건 남국의 이글거리는 태양과 만날 수 있다.

태양볕 아래에는 반나체로 일광욕을 즐기는 젊은 여성들부터 모래성을 쌓는 꼬마들까지 모두들 제 나름대로 맘껏 즐기는 자유가 넘친다. 라야바디 리조트 또한 이런 천혜의 자연적 조건을 훼손하지 않고 있다. 지난 94년 리조트가 들어서기 전까지 코코넛 농장이었던 이곳의 구조는 리조트가 들어선 뒤에도 예전 그대로다.

코코넛 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그 사이사이에 오솔길을 내고 파빌리온을 지음으로써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존한다는 게 리조트 건축 당시의 원칙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다에서 바라보면 여전히 코코넛 나무만 보일 뿐 리조트 시설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섬도 아닌 것이 섬보다 더한 은밀함을 품고 있고, 육지로도 보이지 않는 게 기괴한 산들을 잔뜩 업고 있는 것이다.

하루 숙박료가 2만3,000바트(한화 약 60만원)부터 시작할 정도로 라야바디 리조트는 상당히 비싼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고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고급 시설, 천혜의 자연환경, 다양한 서비스 등을 감안하면 체감가격은 지극히 적당하다는 평이 우세하다.

그래도 주머니 가벼운 젊은 배낭족들은 주로 리조트 옆의 방갈로촌에 머물면서 젊음을 향유한다.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이곳에 모여들어 암벽등반에서부터 등산, 해양 스포츠, 무인도 탐험 등으로 낮을 보낸다. 밤에는 해변의 시끄러운 바에서 대화를 즐기거나, 해변을 베개 삼고 밤하늘을 이불 삼아 태고의 자유를 만끽한다. 부호들에겐 안락한 휴양지요, 갈 곳 없는 '21세기 히피'들에겐 몇 곳 남지 않은 피난처이자 천국인 셈이다.

태국 크라비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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