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전통 음식 가운데 하나인 비빔밥이 국제적인 음식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소식은 정녕 반가운 뉴스다. 농경문화가 낳은 먹거리인 비빔밥은 밭에 나가 농사일을 하다가 그릇도 많이 필요 없고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어서 한반도 전역에서 사랑을 받아왔다.

지역마다 생산되는 산물을 쓰기 때문에 내용물은 다르더라도 그 기본은 어디에서나 통하는 향토음식이다. 흰밥 위에 올린 노랗고, 하얗고, 붉고, 푸르고, 검은 색의 각종 나물과 고기 등 다양한 재료가 만들어 내는 조화는 정말 아름다움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음식에 들어가는 각종 재료는 맛과 향기에 더하여 현대인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무기질 및 섬유질 섭취를 충분하게 해준다.

한국인에게는 친숙하지만 외국인에게는 낯설은 이 음식이 이제 조용한 아침의 나라 전유물에서 지구촌의 먹거리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니 세계 속에 또 하나의 우리 음식이 멋진 나래를 펼치게 된 것이다. 그 실례를 보자.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행하는 격월간지 에어라인 인터내셔널은 최근호에서 비빔밥은 고추장 나물 등 한국 고유의 음식 맛을 두루 담았을 뿐 아니라 기내에서 승객이 직접 요리해 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호기심 많은 외국인에게 인기가 많다고 보도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승객의 직접 요리'는 비비는 일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가 기내식과 관련된 특집이었다는 점에서도 비빔밥의 성가를 짐작하게 된다. 그러면 외국에서의 비빔밥 인기가 어떤지를 한번 알아보자. 일본의 유력지 아사히 신문은 얼마전 일본인들의 경우 비빔밥을 제대로 발음할 수 없어 '비빈바'라고 부른다고 한다.

문제의 이 '비빈바'가 지금 일본에서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도권에서만 비빈바 전문점 24개가 체인화 해 '돌솥 비빈바' '야채 비빈바' 등의 메뉴로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으며 패밀리 레스토랑의 고정메뉴로도 자리매김을 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것뿐이 아니다. 어느 회사는 비빈바 통조림까지 제조, 전국의 유통망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니 놀라울 지경이다.

일본에서 비빈바의 인기가 이렇게 치솟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최근들어 일본인들의 식성이 매운 고추장 등 자극성 기피로부터 자극성 추구로 변하고 있다는데 그 이유가 있을 듯도 하다. 한국교포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미국 LA나 뉴욕의 한국 음식점에서 미국인들이 비빔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비빔밥은 미국인만 아니라 그곳에 거주하는 중국, 대만, 홍콩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지 오래다.

뉴욕의 레스토랑 전문지 '자켓'이 미국에서 비빔밥을 비롯한 한국음식의 인기가 '폭발 직전'이라고 표현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구의 20%가 채식주의자인 미국이고 보니 비빔밥 등 나물 위주의 메뉴가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사정이 이런 이상 성인병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인들이 저지방-저칼로리인 비빔밥 등 한국음식과 아시아 음식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하겠다.

비빔밥의 인기가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가파른 파고를 이루고 있지만 이 음식을 국제적인 음식이나 관광음식으로 승부하려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무엇보다 먼저 재료의 조리법, 맛을 표준화해야 한다. 전국 어디에서 먹을 수 있는 '전주비빔밥'이 재료에서 맛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인 점을 보더라도 해당 비빔밥의 상표에 걸맞는 특징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통음식으로써 값싼 대중음식이지만, 영양적으로 균형식사가 될 수 있는 비빔밥을 한국형 건강 편의식으로 재발하는 등 제기된 문제점을 해결한다면 비빔밥은 세계 속에 그 성가를 더욱 높이게 될 것이다.

전 연합뉴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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