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도 배낭여행에는 자유가 가득하다. 구태여 '그래도'라는 말로 의미를 한정하는 이유는 별의별 우여곡절과 쓰디쓴 역경이 자유의 대가로 앙칼지게 따라붙기 때문이리라. 무한대의 자유와 또 그만큼의 감내, 배낭여행이라는 동전은 바로 자유와 감내를 양면으로 주조된다.

갔노라 보았노라 느꼈노라

자유는 그렇다 쳐도 감내를 들먹거리기가 좀 뭣한 게 사실이긴 하다. 현지일정 9박10일로 유럽배낭여행치고는 여정이 짧았을 뿐더러 호텔과 교통편 및 코스 등이 미리 짜여진 단체배낭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일행들 또한 여행업계 종사자 중에서도 특히 배낭여행 관련 업무를 맡은 베테랑들이었기 때문에 애시 당초 쓰디쓴 역경이니 고충이니 하는 것들과는 벽을 쌓았던 셈이었다.

만약 잠자리에서부터 식사, 이동코스, 여정 등 모든 것을 현지에서 스스로 처리해야 하는 개별배낭여행객이 패키지여행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무늬만 배낭여행'이 아니었냐고 야죽거린다 해도 마땅히 항변할 자신이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다만 개별배낭여행객의 험난한 여정과는 언감생심 비교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단체배낭도 충분히 신산하고 상당히 버거웠다는 점만은 분명히 말해 두고 싶을 따름이다. 갖은 쓴맛 신맛 다 보고 버거움에 헉헉댄 뒤에야 비로소 자유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었다는 얘기다.

9박10일간의 일정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과 끝을 보았다. 짧은 일정동안 유럽의 인기 목적지 5개국 중 스페인을 제외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4개국을 들를 수 있도록 코스를 짜다보니 프랑스 파리를 기점으로 북유럽을 여행한 뒤 중부유럽으로 내려오는 '우회전 루트'나 남부유럽을 여행하고 다시 중부유럽으로 나오는 '좌회전 루트' 등 일반적인 배낭여행 코스와는 차이를 보였다.

9박10일 동안 유럽 주요 4개국이라…. 20~30일 동안 유럽 전역을 휩쓸고 다니는 배낭족들 입장에서는 분명 너무 짧고 또 그렇기 때문에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어쩌면 짧기 때문에 더욱 다채로웠고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10일 동안 방문한 도시만 해도 무려 13개. 기차환승 등의 이유로 잠시나마 발을 디딘 곳까지 합하면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또 각 도시별로 찾아간 관광명소는 아예 헤아릴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프랑스 파리만 해도 '루이비통' 등 세계적인 브랜드가 밀집해 있는 쇼핑가 '샹제리제' 거리에서부터 루브르 박물관, 개선문, 에펠탑, 신도시 라데팡스, 세느강, 포름데알, 노틀담 성당, 소크라 성당, 몽마르뜨 언덕, 퐁네프의 다리 등 하루종일 다리품을 팔아도 아깝지 않을 관광명소로 가득했다.

이탈리아 로마는 또 어떤가.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비롯해 수많은 미술작품을 소장한 바티칸 미술관,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내려오는 장면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스페인계단', 로마의 상징 콜로세움과 포로로마노, 판테온 신전, 베네치아 광장 등으로 도시 전체가 가히 노천 박물관이었다.

하지만 '모든 즐거움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라는 만고불역의 진리는 역시 배낭여행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지칠 대로 지쳐 어칠비칠 걸을지언정 연신 발을 내디뎌야만 되는 고역이며 끊임없는 기차이동(하루 평균 5시간씩 기차에서 보냈다), 야간열차에서의 불편한 잠자리 등 수굿이 감내할 수밖에 없는 희생 또한 지천에 널린 게 배낭여행이었다.

또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 했던가. 감히 드러내놓고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처음부터 마음속에는 은근슬쩍 사건사고를 바라는 다소 삐딱한 바람이 가득했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안정된 여정이 새끼줄마냥 비틀리고 꼬아지면 그만큼 예상 밖의 재미와 생동감이 더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에서였다. 기대가 너무 심했던 탓일까.

느닷없이 이탈리아 철도 노동자들이 전면 파업을 단행해 일정이 통째로 뻐그러지는가 하면, 이곳저곳서 소매치기 당하거나 담배를 털리기 일쑤였고, 앓아눕는 일행 또한 부지기수로 나왔다. 덕분에 바라던 바대로 예측불허의 재미와 변화를 즐길 수는 있었지만 참말로 난감했던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래도 어쩌랴, 그게 바로 배낭의 묘미요 매력이요 참맛인 것을.

유럽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취재협조=내일여행 02-777-3900 www.naeiltour.co.kr


100% 에 도전하는 자세 성공적 행사의 지름길
""100% 완전한 배낭여행은 없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 '100%에 가까우냐가 있을 뿐입니다.""
이번 유럽배낭여행 스터디투어의 좌장이었던 내일여행 김희순 차장이 강조하는 성공적인 행사진행의 관건은 완전무결함이 아닌 최대한 그것에 가깝게 접근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인터넷 등으로 소비자의 정보량이 급증하고 기호 또한 다양해지고 강화되는 현재 배낭시장의 추세를 감안하면 그같은 자세는 더욱 가치를 발한다고 할 수 있다. 김 차장이 밝히는 성공의 열쇠 중 하나는 풍부한 경험이다. 갖가지 예상치 못한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는 배낭여행인지라 모든 배낭업무 담당자는 기본적인 배낭지식은 물론 각종 돌발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풍부한 경험을 지녀야 한다. 이번 스터디투어 기간 동안 각 조장에게 조를 맡기고, '1일 리더'에게 그날의 모든 여정을 맡긴 것은 바로 그런 철학에 기초하고 있다.

또 다른 자세는 여행 중인 고객과의 적극적이고도 지속적인 접촉이다. 호텔 등 각종 변경 사항 통보에서부터 안전 여부 확인은 기본. 고객의 어처구니없는 불만토로까지도 달갑게 받아줘야 한다. 수신자 부담 전화이건 새벽에 걸려온 전화이건 상관없이 말이다. ""사소하고 귀찮게 보일수도 있지만 그런 작은 '성의표시'가 나중에는 재방문이나 긍정적인 구전효과로 이어진다""고 김 차장은 말한다.

자사의 한계선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항공좌석 확보나 호텔수배 역량을 명확히 인식, 그 한계선을 넘는 물량에 대해서는 과감히 '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된다. 지난해 모 여행사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무턱대고 받았다가는 십중팔구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팀 칼라' 관리와 인솔자의 능력은 여행의 만족도를 좌지우지하는 중차대한 소프트웨어.

자기패턴이 점차 강화되는 추세여서 연령별, 성별, 여행목적별로 팀을 적절히 구성해야 하고, 인솔자는 반드시 고객보다 더 많은 경험과 지식, 리더쉽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런 자세 덕택인지 내일여행은 ""배낭시장 위축이 지배적인 전망인 올해에도 전년대비 약 30%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김희순 내일여행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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