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행기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일까. 일행중 누군가 '다이너소어다'라고 외친 감탄사처럼 로타는 사이판이나 티니안과는 또다른 섬의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당장이라도 영화속 노란눈 원숭이와 초식공룡이라도 튀어나올법한 원시의 자연이 도착하자마자 심폐 가득히 들어차온다.

북마리아나 대부분의 섬들이 그렇듯 로타 역시 그리 큰 섬이 아니다. 각 포인트마다 한참동안 사진을 찍고 구경을 하고, 여유로운 점심에 맥주까지 한잔 했는데도 4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휴양지가 괜히 휴양지인가. 장소마다 하루를 즐기기에도 지루하지 않을만큼의 수려한 풍경과 안락함이 최고의 휴양을 약속하고 있다. 섬의 안내 역시 짤막한 설명 외엔 그닥 말이 필요없다.

일행을 태운 짚차가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새의 성역(BIRD SANCTUARY)'이라 불리는 바닷새의 서식지. 절벽 아래 초록구름마냥 들어차있는 나무위로 하얀 새들이 무리지어 둥지를 튼 모습이 시골구경 처음 나온 서울떼기처럼 마냥 신기하다. 특히 아래로 잘 꾸며진 계단길은 사진 찍기에도 그만이다. 새들이 좋아하는 과자를 들고가면 손에서 바로 채 갈만큼 머리위 가까운 곳에서 새들이 비상하는 풍경도 이색적인 느낌을 더한다.

차 옆 왼편으로 길게 늘어선 해안도로를 따라 로타를 돌다보면 '로타 최고의 절경'이라 불리는 아스 맛무스 절벽(AS MATMOS CLIFF PARK)을 만난다. 하늘색과 구별없이 시원하게 펼쳐진 투명한 바다는 그것만으로도 내리쬐는 태양빛을 잊게 한다.

로타 리조트 앤 컨트리 클럽의 동쪽으로는 '스위밍 홀(Swimming Hole)'이라고 불리는 바다속 작은 수영장이 조성돼 있다. 산호와 바위들이 자연적으로 파도를 막아 연중 잔잔함을 유지하는 산호 수영장은 바로 앞 파란 바다가 바로 눈에 들어와 관광객은 물론 원주민들도 열대어와 함께 수영을 즐긴다.

도로의 오른편으로는 과거 통가인들이 살았다는 통가동굴(TONGE CAVE)과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대포가 녹이슨 채 해안을 향해 있다. 사이판과 티니안이 그렇듯 로타 역시 평화로운 풍경속에 다른 한켠에서는 대포를 비롯한 기관차, 무덤 등 전쟁의 상처들을 고스란히 껴안고 있다.

해안가에서 맛보는 이색 볼거리 둘. 로타섬 서쪽에 자리잡은 송송빌리지의 남쪽에 위치해 있는 타이핑코드 산(Mt.Taipingot)은 멀리서 보면 팬케익 두장을 얹어놓은 것처럼 보여 '웨딩 케익산'이라고도 불린다. 또한 훼손되기는 했으나 당시의 거대함을 그대로 느끼게 하는 고대 차모르족의 주거지 타카스톤(TAGA STONE) 유적지도 관광객의 눈길을 끈다.

로타섬 관광 내내 만난 사람이라고는 차 한대가 전부. 점심을 먹었던 시내에서도 한가로운 원주민들만 한둘 눈에 띌뿐 한가로운 시골의 고요함 그대로다. 그렇다고 숙박시설 등 관광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오산. 마을이 조성돼 있는 송송빌리지를 비롯해 로타 리조트 앤 컨트리 클럽, 로타 리조트, 로타 파우파우호텔 등 4~5성급의 호텔이 준비돼 있으며, 코코넛 빌리지, 센섯 빌리아 등 가벼운 가격에 묵을 수 있는 숙소도 마련돼 있다.

골프를 비롯해 각종 해양스포츠도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도 한국 관광객이 유난히 없으니 이상할 밖에. 사이판내 한인관광협회는 ""할인율이 다른 섬에 비해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대답으로 궁금증에 답한다. 경비행기라는 1차적인 부담이 있는데다 호텔이나 해양스포츠에서도 할인율을 적용받지 못해 거의 상품화돼지 못했다. 그러나 한인관광협회는 오는 9월쯤 사이판 관광의 선택 투어 형식으로 로타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로타 글·사진=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취재협조=북마리아나 관광청 02-752-3189

두두두두 로타행 경비행기 타보세요
처음이 아닌데도 '경비행기'라는 단어에는 왠지모를 가슴 두근거림이 있다. 40인승의 경비행기가 크다는 생각이 들만큼. 사이판과 로타를 운항하는 항공편은 40명 남짓 탑승할 수 있는 노스웨스트항공의 프로펠라 경비행기다. 하루4번 사이판에서 로타를 들러 괌까지를 연결 하고 있다. 이곳에서의 경비행기는 이 노선외에도 다양한 스케줄로 섬과 섬을 연결하는 주요 교통수단이다.

가벼운 유리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활주로와 대기실이 나뉘어져 있는 공항에서는 유리문 너머로 경비행기들을 구경할 수 있다. 로타행 비행기는 제법 큰 축에 속하는 편이고, 사이판에서 티니안을 잇는 항공기 중에는 그야말로 '잠이 확 깨는' 3~4인용도 볼 수 있다. 항공요금은 왕복 $120이며 편도는 $70수준이다. 이동시간은 30여분. 탑승후 귀를 울리는 프로펠라 소리가 익숙해질때쯤 로타에 도착한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