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위로 인해 입맛이 없을 때 많은 사람들이 시원한 물냉면을 찾는다. 물냉면은 육수를 우려내어서 단백질이 풍부하며 얼음을 동동 띄워 여름철 갈증해소에 그만인 음식이다. 물냉면의 생명은 무엇보다도 육수를 얼마나 잘 우려내는가에 달려 있다. 사과나 토마토, 배 등의 과일을 면 위에 얹어 먹으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으며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로 그 맛 자체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이 으뜸이다.

물냉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평양냉면은 추운 겨울에도 한끼 식사로 또는 술을 먹고 난 후 해장국으로 대신했다. 냉면 육수로는 주로 동치미 국물이 이용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냉면이 남쪽으로 전파되면서 냉면 면발도 다양해졌고 각종 육수를 국물로 이용하게 되었다. 그만큼 물냉면의 생명은 다른 무엇보다도 육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취재차 외국인관광객 단체를 상대로 영업하고 있는 음식점에서 냉면을 먹으며 혀를 찰 수 밖에 없었다. 맹물에 면발을 말아 놓은 듯, 아무 맛을 느낄 수 없는 것은 비단 기자의 입맛이 특별했기 때문인 것만은 아닐 듯 싶다.

많은 사람을 상대로 영업을 하다보니 모든 사람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정작 중요한 원인은 현실적이지 못한 지상비에서 찾을 수 있다. 극히 제한된 지상비를 갖고 음식에조차 신경 쓸 수 없는 우리 인바운드 업계의 상황이 아쉬울 뿐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지칭할 만큼 외국인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음식이 이토록 부실한데 다른 부분은 어떨까. '한국방문의 해'를 맞이해 정부를 비롯해 모든 업계 종사자가 공들여 탑을 쌓고 있는 와중에 정작 작지만 중요한 부분에서 발생한 문제를 그냥 넘기기에는 우리 모두의 뒤가 꺼림칙하지 않을까.

김헌주 기자 hipp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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