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여행자의 권리를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 정도나 될까. 지난해에는 연간 출국자수가 500만명을 넘었으니 양적인 측면에서 관광대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하지만 여행문화의 수준·권리에 대해서도 '대국'다운 소양을 가졌다고 쉽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여행신문의 기자라는 이유로 간혹 주위 사람들이나 여행을 즐기는 일반인에게 항의 섞인 질문 또는 푸념을 들을 때가 있다. 대부분 납득되는 요지의 이야기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여행사 또한 이러저러한 애로점이 있으니 이해하라고 대강 설명한다. 상대방의 분이 풀리지 않으면 그제서야 몇몇 요주의업체를 조심하라며 '지뢰밭'만 피하라는 식으로 충고하는 것이 고작일 뿐이다.

얼마 전 만난 J씨는 해외 여행객의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반해 이에 상응해야 하는 여행사의 서비스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냈다. 여행에 대한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고 우스갯소리로 자신을 '백만 마일의 사나이'라고 지칭한 J씨는 그야말로 세계를 부지런히 다녔으며 토머스 쿡 여행사 등 세계 유수의 여행사의 노하우를 직접 경험해 봤던 산 증인으로 다양한 여행에 대한 식견을 자랑한다.

그가 말하고 싶은 바는 여행사에 대한 일반적인 불만들가격, 쇼핑 강요, 옵션관광, 숙소 등 계약 내용 불이행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의 불만의 요지는 '왜 여행사가 자신의 이익과 수익을 정당하게 고객에게 요구하지 않는가'였다. 과다 옵션 요구, 쇼핑 강요 같은 음성적인 수익 창출이 아닌 정당한 가격을 요구하라는 것이다. J씨가 역설적으로 여행자의 입장이 아닌 여행사의 편에서 선 것은 그만큼 우리 여행업계의 낮은 목소리와 정형화된 여행 패턴에 익숙해진 매너리즘을 걱정한 것이 아닐까.

일부 여행객의 후진성을 지적하는 여행업 종사자들은 여전히 많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여행에 대한 발상과 식견 면에서 '나는 놈'이 되어가는 소비자들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 앞에서 전문가임을 주장하는 종사원들도 언젠가 추월당할 것 같은 위기감을 느끼게 될 것 같다.

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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