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난개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부각되고 있다. 사실 ‘전국의 녹지가 카페로 뒤덮이고 있다'는 언론보도는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니다. 심지어 남북통일이 되면 백두산 천지와 삼지연에는 제일 먼저 매운탕집과 카페촌이 들어설 것이라는 자조섞인 농담마저 나오고 있다.

난개발의 대표적인 곳이 바로 양수리 북한강 주변.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과 서종면, 가평군 외서면에 속한다. 양수리에서 청평으로 이어지는 363번 도로 주변에는 카페와 모텔, 식당이 강변과 녹지사이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서울에서 가깝고 경관이 뛰어난 서종면 지역에만 이러한 업소가 130여곳이나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양수리만한 여행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거대도시 지척에 이런 깊고 넓은 산과 들이 있다는 사실은 도시인들에게 축복이다. 특별한 시설은 없지만 호반의 서정적 분위기가 인상적인 곳이다. 조용히 찾아가 정담을 나누기에는 제격이다. 이슬같은 비라도 내린다면 양수리 여행은 거의 환상이다. 누구라도 거기에 가면 시인이 되고 로맨티스트가 된다. 이런 곳에 카페와 식당이 들어서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순히 업자들의 욕심만은 아닌 것이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것이 세상이치다. 환경친화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했음은 논외로 하더라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계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양수리에는 수생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자녀들을 데리고 요모조모 생태를 공부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물가에서 자라는 갈대, 창포, 부들, 물위에 잎을 내고 사는 마름, 어리연꽃, 물위에 떠서 사는 식물로 개구리밥, 물옥잠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요란스럽게 생태학습장이니 하는 곳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아직도 승용차가 들어가기 어려운 오지마을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오염되지 않은 농촌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20여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산간마을 명달리, 중미산 자연휴양림 뒤편 산골에 꼭꼭 숨은 서후리, 아름다운 계곡과 어우러진 노문리, 모두가 훌륭한 녹색관광자원이다.

양평에서 아무나 잡고 ‘혹시 화가 한 사람 아는가'라고 물으면 누구든 ‘그럼, 우리 동네에도 살지'라고 반색한다. 인구 8만명의 양평군에 무려 350명의 예술인들이 살고 서종면에만 80여명이 산다. 갤러리 서종을 비롯해 갤러리 초막요, 갤러리 아지오, 무너미화랑 등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예술가들은 이 지역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서종마을 사람들' 이란 모임을 만들어 주민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

생각을 바꾸자. 카페와 식당은 좋은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문화와 생태와 농촌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프로그램이 덧붙여 진다면 양수리는 최고의 여행상품이 될 수 있다. 난개발의 현장에서 한국의 농촌과 자연과 문화를 찾는 관광객은 모두 양수리로 향하는 기막힌 반전을 기대해 본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책연구센터 연구원 serieco@seri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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