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을 업으로 삼는 기자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은 '어디가 가장 좋았어요?'다. 결정적인 비교 기준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예측불허의 날씨나 동행자의 인품 등등 의외의 변수도 너무 많으니 '객관적이기'와 '신뢰성'에 목을 매는 기자에게는 머리가 너무 복잡해지는 질문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개인적으로 꼭 갖다 붙이는 후렴구는 '우리나라가 제일 좋아요'가 된다. 물론 이런 식의 멘트가 비약을 거듭하다 보면 '집에 있는 게 제일 좋지요'가 되기도 하지만 소중한 내 나라 구석구석을, 문화와 역사를 잘 모른다는 것은 항상 부담스러운 숙제가 된다. 나랏님들이 이런 심정을 눈치라도 챈 것인지 어째 요즘은 '지역 문화의 해'니 '다른 지역 방문의 해'니 하며 자꾸 '특별시' 시민의 중앙집중적인 견문에 치명타를 날린다.

그도 모자라 '휴가분산제'니 '주 5일제 근무'니 하면서 멍석까지 깔아주는 판에, 회사에서도 덜커덩 '주 5일제 근무'를 선포한 것이 지난달의 일이다. 풍월을 읊고 멍석까지 깔아주는 마당에 노래 한 가락 못하면 바보이지 않은가? 덕분에 친지방문, 심신수양, 친목도모 등 이런 저런 제목을 달아 방랑의 길을 오르고 싶은 마음이 주말마다 굴뚝이다. 이렇게 내 나라 내 땅에 대한 애정이 뭉실뭉실 커져서 가슴앓이 할 정도의 종양으로 자리 잡은 걸 보면, 그 동안 받지 못한 '금수강산의 기'가 심각한 지경이었나 보다.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단 며칠이라도 국경선 넘나드는 것이 주위의 부러움을 사곤 하지만, 물 다르고, 흙 다른 세상에 오래 있으면 '향수병'이든 '답답증'이든 쉬이 병이 나는 것도 부러울까?
가까운 사람과, 내 가정과, 내 조국을 더 보듬고 아끼기 위해서는 멍석이 아니라 돗자리라도 들고 가까운 계곡을 찾아 흥겨운 노랫가락이라도 뽑아야 할 모양이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