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명이 인간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배의 속도인 ‘텐 노트(Ten Knots)’란다. 어째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은 기운을 전한다 싶었는데 이 회사가 지었다는 필리핀 엘니도 군도의 미니락과 라겐 리조트엘 가보니 절묘한 작명이라는 생각뿐이다. 그곳에는 인간의 호흡에 맞춘 녹신한 휴식만이 가득하다.

하나 더. ‘텐 노트’의 모회사는 설탕 제조 업체다. 인간의 미각에 달콤함을 뿌리는 설탕 제조 회사가 리조트를 지어 또 다른 의미의 달콤함을 선사하고 있으니 꽤나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리조트 완성까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험난한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겠지만, 미루어 짐작컨대 이 회사의 리조트 건설은 ‘예비된 길’이 아니었을까하는, 다소 주책없는 생각이 솔솔 부풀어 오른다.

허니문 전문 여행사는 물론이고 일반 패키지 여행사까지 너나할 것 없이 리조트 상품을 판매, 다양한 지역의 리조트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미니락 리조트(Miniloc Resort)는 그러한 ‘자웅 겨루기’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리조트들이 최근 몇 년 사이 허니무너들의 리조트 선호 경향을 등에 업고 한국시장에 급박하게 소개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한 반면에 미니락에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개인 휴양을 위한 소수의 고급 여행객들이 찾아들었기 때문이다. 유수의 리조트들 가운데서도 미니락은 자연을 닮은 그 모습마냥 짧지 않은 기간을 그냥 그렇게, 유유자적하게, 순면의 느낌처럼 휴양객들의 육신과 마음을 보듬어 왔을 뿐이다.

자연을 닮은, 인간의 호흡을 간직한 리조트

‘청명한 하늘, 끝없이 펼쳐진 쪽빛 바다, 설탕 같은 백사장, 형형색색의 열대어들, 낭창낭창한 야자수잎, 살랑거리는 바람, 그윽한 눈길과 사랑의 밀어, 무한대의 휴식,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권리 혹은 한없이 게을러지기,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 혹은 다양한 해양스포츠 만끽하기, 시간의 흐름 비껴가기, 한 발 물러서서 인생 관조하기, 자연을 흠뻑 닮아가기, 풀잎 한 포기·꽃잎 한 점·햇살 한 줄기에 의미 부여하기, 쾌적한 기운 오롯이 받아들이기….’

리조트 외관과 리조트 체류의 감상을 기술하는 표현들을 끄집어내자면 이쯤 되지 않을까? 다양한 단어와 형용사를 동원했지만 결국 핵심은 각다분한 일상에서의 탈출과 정신적 할랑함 즉, 재촉과 긴장과 스트레스의 포박으로부터 완벽히 벗어나는 것이다. 다른 곳을 다녀보지 못해 과문하긴해도 그런 면에서 미니락 리조트는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어진다.

미니락은 위에 나열한 모든 표현들이 가감없이 고스란히 들어맞는 곳이다. 휘둥그래질 정도의 초호화판 시설은 아니지만 완만한 비치, 계곡, 숲, 절벽을 동시에 끼고 있는 자연친화적인 환경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일찍이 PATA(아시아·태평양 관광협회)로부터 자연 최고의 리조트에 주어지는 ‘Green Leaf Award’를 수상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순정한 자연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가상해 엘니도 리조트의 제너럴 매니저인 후지모토씨의 말처럼 무턱대고 객실수를 늘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객실 안에 비치된 비누나 샴푸까지도 모두 환경오염 방지용 제품일 정도로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다. 또 물고기들의 휴식(?)을 위해 오후 5시 이후의 스노클링을 금지하고 있으며 리조트 설계시에는 쇠덩이나 콘크리트를 마다하고 자단목과 대나무 등의 목재를 사용해 자연과의 어울림을 극대화했다.

인정이 뚝뚝 떨어지는 서비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미니락 리조트 직원들의 세심한 서비스. 30채의 객실수에 비해 직원수가 무려 150명에 달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투숙객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서비스가 극진하기 이를 데 없다. 이들이 보여주는 미소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서비스는 미니락에 훈훈한 인정의 기운을 늘상 샘솟게 한다.

스노클링, 카약, 스킨 스쿠버 다이빙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미니락에서 꼭 둘러보아야 할 곳은 빅 라군과 스몰 라군. 보트를 타고 오래 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는데 사방이 해암절벽에 의해 막힌 채 오로지 하늘을 향해서만 열려진 그 비경을 접하노라면 그저 감탄사만이 튀어나올 뿐이다.

라군투어를 즐긴 후 엔타룰라(Entalula) 등의 무인도에서 즐기는 피크닉 런치는 또 얼마나 호젓한 기운을 피워 올리는지…. 점심을 먹고 적당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는 두 그루의 나무를 찾아 그늘 아래 해먹을 걸고 그 위에 누워 무위의 즐거움을 누린다면 천상천하 그만한 호사스러움이 또 있을까 의문이다.

필리핀 미니락섬 글·사진 = 노중훈기자
취재협조 = 클럽 아일랜드 센터 02-512-5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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