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내에서는 내년에 개최되는 월드컵 축구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각종 이벤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공동 개최국인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의 경우 관계기관이나 민간단체가 가장 역점을 두고 벌이고 있는 것은 질서 월드컵을 이끄는데 있는 것 같다. 교통대책이나 숙박시설의 확충, 자원봉사자 모집 등도 이 문제와 큰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질서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 뒤져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컨센서스도 한몫을 하면서 그런대로 준비가 착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보면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을 과연 질서정연하게 치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최근 며칠 사이 크게 문제가 된 국내외 공항에서 한국인들에 의해 야기된 추태를 보면 우리의 질서의식이 어느 수준에 머물고 있는지를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문제를 일으킨 한국인들은 자연재해로 인해 항공기가 지연되거나 결항할 경우 어김없이 집단행동을 해 해당 항공사 직원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까지 의아하게 만들었다. 대합실을 점거해 농성을 하고 지연이나 결항의 이유를 설명하는 관계 직원들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막무가내로 항의하는 소동을 벌였으니 말이다. 국제화시대를 맞아 내국인들의 항공여행이 일상화되었는데도 그때 그때 상황에 대한 불만과 소양의 부족 등이 얽히면서 어처구니 없는 ‘무질서’를 촉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태는 어글리 코리안이 개발한 ‘신제품’으로 매도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오죽하면 세계 항공관계자들이 모인 국제항공 세미나에서 한국인 승객이 단체로 벌인 기내농성이 사례로까지 발표됐겠는가. 예정된 스케줄대로 비행기가 뜨지 않는다고 승객들이 항공사 카운터 직원들의 멱살을 잡거나 여직원들에게 욕설을 퍼부어 울음을 터뜨리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국제회의에서 이 문제가 제기된 것은 너무 당연하다.

이에 따라 국제항공업계에는 한국인 승객들의 거친 매너나 집단행동 움직임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것으로 낙인까지 찍혔다고 한다. 국내외 비행기를 타는 한국인들에게 항공지식의 결여가 그 원인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의 질서의식 결여라는 데 있다.

어디 이것 뿐인가. 항공기내에서 음주 폭력 등으로 소동을 피우는 기내난동도 예외가 아니라니 할 말을 잊게 한다. 지난 2년간 국적기 기내에서 일어난 난동을 유형별로 보면 과도한 음주가 53%, 안전규정 위반이 11%, 흡연, 성희롱, 서비스 관련 불만이 각각 6%나 됐다.

이를 승객 100만명당 발생비율로 환산해 보면 97년의 경우 0.57건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2.43건으로 늘어 증가율이 400% 이상에 달한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은 이에 따라 난동승객에 대한 대응규정까지 마련, 대처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를 더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항농성 등 국제적 추태는 우리가 반드시 버려야 할 악습이다. 선진국에서는 기내 농성이나 난동을 중범죄로 취급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너무나 미온적으로 대처해왔다. 더 이상 이를 승객 개개인의 인성에 맡겨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사안에 대한 철저한 예방책이다. 항공기의 안전운항과 한국인의 위상 신장을 위해서도 반드시 거쳐야 할 수순이다. 공항농성 문제가 질서 월드컵을 표방하고 있는 국제행사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대규모 국제행사를 앞둔 우리가 서둘러야 할 과제가 바로 국민의 질서의식 함양이다. jklee3983@hanmi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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