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네현(島根)은 어디를 돌아다녀도 ‘물과 꽃의’ 조화로운 풍경이 끝없이 이어지는 곳이다. 일본에서 크기로 6,7위를 다투는 신지코호수와 나카우미호수, 호반에 늘어선 온천들, 그리고 아름다운 일본식 정원들이 있다.

지도를 보니 시마네현 전역에 무슨무슨 온천, 광천이 수두룩하다. 버스를 타고 시내를 달리는 동안에도 호수를 벗어나면 운하가 나오고, 운하가 끝나면 바다가 나오는 식으로 항상 출렁이는 물줄기를 볼 수 있다.

시마네현을 빛나게 하는 것은 바로 이 ‘물이 있는 풍경’이다. 오른쪽으로 사선을 그리며 내려오는 긴 해안선과 일본전역에서 7번째로 큰 호수인 신지코호수, 6번째로 큰 호수인 나카우미호수가 있으니 ‘물의 도시’라고 칭할 만도 하다.

신지코호와 온천

일본에서 7번째로 큰 호수인 신지코호수는 바닷물과 강물이 합류하는 염수호다. 그 짭짜름한 호수에서 사는 재첩은 이 지역의 자랑인지라 아침식단에는 어김없이 맑은 재첩된장국이 등장한다.
이 신지코호수와 나카우미호수가 이어지는 부분에 시마네현의 현청 소재지인 마쓰에시가 있다. 호반을 따라 형성된 마쓰에의 온천거리는 13개의 여관 호텔들이 있으며, 호수의 풍경을 즐기며 조용히 쉬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신지코호수 남동쪽의 다마쯔쿠리온천은 조금 규모가 커서 29개의 온천여관들이 있다. 여관이라고 하지만, 서비스나 시설은 현대식 호텔과 별로 다른 것이 없다. 일본식 다다미방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말이다.

뜨끈뜨끈한 이 온천들은 신경통, 피부질환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하지만 온천을 만끽하기에는 30도를 훨씬 웃도는 일본의 여름은 징글맞은 편이다. 그러나 시내에서도 관광지에서도 부쩍거리는 사람 구경하기 힘든 시마네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온천장이다.

‘다마쯔꾸리온센(玉造溫泉)유유’온천장에서는 매일밤 일본 전통무용 공연을 펼친다. 이 공연을 보기 위해서 인근 온천에 묵고 있는 사람들이 다 모여들어 매일밤 500여명의 관객이 든다고 한다. ‘설마’하며 피시식 웃어넘겼는데, 채50명도 안되는 관객을 두고 시작한 공연은 진행되는 동안 어느새 1층을 꽉 메우고 2층 좌석까지 사람을 모았다. 학예회장처럼 엉성해 보이기만 하던 무대와 배우들은 금세 관객들을 사로잡아 탄성을 자아냈다.

일본을 대표하는 민요인 ‘야스기부시’와, 코믹한 동작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도죠스쿠이(미꾸라지 잡기)’, 거대한 용 4마리가 무대 앞까지 뛰어내려오는 ‘이와미카구라’는 일부러 이 공연을 보러 먼 길을 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수긍시켜 준다. 10미터는 족히 될 듯한 몸을 둘둘 말고, 불을 뿜으며 온몸을 부르르 떠는 용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압권이다.

일본 시마네현 글·사진=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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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 미술관과 유시엔

시마네현을 굽이굽이 흐르는 ‘물 있는 풍경’은 일본식 정원에서도 다시 만나게 된다. 미술관 옆 정원이나 레스토랑 옆 정원들은 때로는 바다가 되고 호수가 되고, 하늘이 되기도 한다. 일본에서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바로 일본식 정원들이었다.

그림 같은 정원이 쫙 펼쳐진다. 둥글게 깎은 나무와 잘 배치된 꽃나무들. 발자국 하나 없이 깨끗한 자갈밭은 엄숙하기 조차 하다. 그러나 소리도 향기도 없는 이 정원은 말 그래도 ‘그림의 떡’이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1만3,000여평의 아름다운 정원은 일본근대미술(1870년 이후)관인 아다치 미술관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작품이다. 작품이라 그런지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안에서 밖으로 바라볼 수만 있을 뿐 바깥으로 나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휘어진 나무줄기, 굽은 물줄기는 물론이고, 돌멩이 하나도 자연의 조화를 따르는 한국의 정원과 비교하면 깎고, 자르고, 파고 심어서 만든 그림 같은 정원은 왠지 긴장감을 준다. 이리 저리 구부러진 길을 따라 이끼 낀 돌과 시든 나뭇잎과 어우러져 석석 소리를 내며 걷는 그런 멋이 없으니 말이다.

아다치의 정원에는 단 한 명의 사람도 없지만 보이는 나무마다, 돌 하나마다 사람의 손길이 구석구석 서려 있다. 주위의 산을 정원의 일부로 끌어들였으며 최근에는 인공 폭포까지 조성했다. 하지만 그렇게 붙박이로 잡혀 있어도 복도마다 자리한 커다란 창을 액자로 삼으면, 사시사철 비 오고 바람 불고 눈 내리는 그 너머 풍경은 스스로 변화무쌍하다.

다이콘섬에 위치한 유시엔(由志園)은 아다치처럼 미술관도 아니고, 그림 정원도 아니다. 나카우미호수를 돌아 육로로 연결된 섬으로 들어가면 시마네현의 상징인 모란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실내 온실로 꾸며져 있는 ‘모란의 집’은 1년 내내 모란을 볼 수 있는 곳이며, 현무암지대에 조성된 야외 정원은 독특한 색감과 또 다시 일본 특유의 인공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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