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기관에서 어떤 개인이 신용불량 리스트에 올랐다고 하자. 그 사람은 다른 어떤 은행에 가더라도 그전 기록으로 인해 신용거래시 일정량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최근 홀세일러 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한 지인으로부터 재미있는 몽상(?)을 들었다. '여행사 및 고객을 등급화해 공유하자'는 것. 얼핏 들으면 등급화 한다는 것 자체가 삭막하기 그지없는 발상인데다가 개인이나 업체의 위상을 점수로 환산한다는 데 기분이 상하지만 좀더 상세한 내용은 이렇다.

A여행사를 통해 여행한 고객이 얼토당토 않는 컴플레인으로 문제를 일으켰다면 A사는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그 손님의 등급을 매긴다. 물론 손님 역시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여행사의 등급을 매겨 공지한다. 반대로 매우 만족한 상황이나 특이성 등을 기록해 좋은 등급을 받을 수도 있다. 현재 모 업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가이드-TC간의 등급매기기'와 비슷한 형태다. 시일이 지나 그 고객이 B여행사로 상품을 예약했을 때 B업체는 그간 손님의 여행경력과 함께 평가자료를 내부적으로 전달받게 된다.

결과는 생각하기에 따라 '고객 골라받기' 혹은 '객관성 미비' 등 위험요소가 없진 않지만, 반면 손님에 대한 올바른 여행성향 파악 및 또다른 컴플레인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여행'의 성격이 '금융'과 다른만큼 특이성에 맞는 기준과 관리방식을 갖추는 것은 물론 좀더 정교한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여행등급'을 통해 여행사와 고객이 서로를 통제한다는 점은 많은 순기능을 기대하게 한다. 당장 서로의 입장을 조율해주는 온라인의 게시판부터 조금은 조심스러워지지 않을까. 주지할 점은 이같은 시나리오가 단순한 공상에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선구적인 발명품과 사조는 대부분 시대를 풍미해온 몽상가들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여행업에도 어떤 공상이 현실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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