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가는 다녀오셨습니까? 요즘 주변에서 듣는 가장 흔한 인사말이다. 저마다 다녀온 여행얘기와 떠날 설레임으로 들뜨게 되는 휴가철이다. 일년에 한번 마음 놓고 휴가내기 어려운 우리의 현실에서 휴가란 단순히 쉬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휴가를 모르고 일했다는 전세대의 얘기는 더 이상 자랑거리가 아닌 구시대 경영마인드로 통하는 시대가 되었다. 휴가란 대나무와 같다. 속이 빈 대나무가 자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나무는 줄기가 꼿꼿하고 속이 비어 있는 식물이다.

속이 비어 있는데도 30m까지 자랄 수 있는 것은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혼다의 창업자 혼다 소오이치로(本田宗一郞)는 ""기업이건 사람이건 때때로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마디가 있어야 대나무가 자랄 수 있는 것처럼, 이러한 과정이 있어야 사람도 기업도 성장할 수 있다""고 하였다. 휴가는 인생에서 때때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한여름의 폭염을 피해 산천과 바다에서 휴식을 취하며 지친 심신을 재충전하는 것은 이제 우리 삶의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지만, 진정한 휴식을 취할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사람의 발길이 닿는 산천과 바다는 무단 취사와 쓰레기 투기 등으로 해마다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휴가지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예외 없이 쏟아져 나온 차량으로 교통대란에 시달린다. 숙소에 도착하면 이내 소란스러운 행락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여행이 주는 기쁨으로 무리하게 술을 즐기는 것이다. 문을 열어놓고 술파티를 벌이는가 하면 노래까지 하면서 밤새 떠든다.

너무 시끄러운 나머지 항의를 하지만 고요함은 잠시다. 계곡물에는 깨진 병조각이며 너풀거리는 비닐조각들로 발을 들여놓기 망설여진다. 여기에 바가지요금, 자릿세 징수 등 상거래질서 문란행위도 빼놓을 수 없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무질서는 매년 되풀이되는 휴가철의 일상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자연은 일년에 한번 홍역을 치르는 것으로 끝났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질 것 같다. 예정대로 '주휴2일제'가 시행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전국 구석구석을 시도 때도 없이 누빌 것이다.

지금과 같은 여행문화가 계속된다면 자연훼손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여행에서 공공질서를 지키고 자연을 가꾸는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휴식의 즐거움을 이웃과 함께 나누고 내년에도 다시 즐기는 것은 어려워진다. 지속가능한 휴가를 위해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좀더 엄격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휴가철에는 단속인원을 증원하고 일부 피서객과의 마찰이 있더라도 자연보호와 쾌적한 휴가 환경 조성 차원에서 단속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좀더 체계적이고 세련된 이용자 관리프로그램과 쾌적한 공간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일부 국립공원의 경우 무질서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추세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휴가철 무질서를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주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관광객들의 책임이 크다. 좋은 고객이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처럼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녹색관광, 생태관광을 활성화시켜 자연의 소중함,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올바른 여행문화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여가수요에 대비해 이러한 노력이 정책 차원에서 병행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휴가를 보낼 소중한 자연은 날이 갈수록 망가질 수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책연구센터 연구원 serieco@s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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