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 표현의 전문을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소금을 뿌린 듯하다'는 어구는 한국인의 입에 너무 친숙해 메밀꽃을 표현하는 더 이상의 표현을 생산해내지 못할 정도다.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문화제'는 보름달 아래 흐드러진 메밀꽃과 함께 문학의 향기가 어우러지는 축제의 한마당으로 구성된다. 특정한 문학작품('메밀꽃 필 무렵')과 구체적인 장소(봉평), 메밀꽃을 소재로 한 만큼 이 행사는 몇 가지 필수조건을 갖춰야 한다. 다시 말해 매달 2일과 7일에 열리는 봉평 5일장과 보름, 메밀꽃이 만개하는 시기인 늦여름을 모두 포함시켜야 하는 것이다.

행사를 며칠 앞두고 찾은 봉평면은 메밀꽃 대신 보라색 벌개미취가 객을 맞는다. 메밀꽃이 아직 들판을 가득 메우지 못했던 이유는 이번 여름 수해와 당시가 메밀꽃 만개에는 이른 시기였기 때문. 하지만 관계자들은 행사 기간(8.31~9.3)중에야말로 가장 최상의 메밀꽃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45일 만에 발화하는 메밀꽃은 첫 해는 붉은 꽃잎을 피웠다가 이듬해부터는 봉평의 들판을 온통 젖빛으로 물들인다. 언뜻 보라색 코스모스로 오해를 받을 정도로 생김새가 닮은 벌개미취가 메밀꽃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을을 알리는 전령 역할을 한다. 처서가 지난 데다가 해발 700m에 위치한 평창군은 지대가 높거니와 따사로운 햇살과 서늘한 바람 때문에 이른 가을을 느끼게 할 정도다.

효석문화제의 주요 행사장은 효석 문화마을이다. 이 곳에는 가산 이효석 선생의 생가터와 소설의 주요 소재가 됐던 객줏집, 충주집터, 물레방아가 복원돼 있고 2002년 완공예정인 이효석 기념관과 메밀향토자료관이 건립 중에 있다. 가산 이효석 선생은 태어났을 때부터 14세가 될 때까지 봉평면과 평창군에서 보냈다. 그는 어린 시절 경험했던 고향 봉평을 문학작품을 통해 한국인의 가슴 속에 뚜렷하게 각인시켰으니 봉평이 한 인물을 배출한 것인지 걸출한 한 사람이 봉평을 만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효석문화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분재식물원도 빼놓지 않고 가볼만한 곳이다. 소설 속에 나오는 주요 장소를 분재로 만들어 1930년대의 봉평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소설 속 주요 장소인 물레방아, 봉평장터, 마을을 가로지르는 강과 남안교, 나즈막히 마을을 감싸안은 산등성이 등을 세밀하게 표현해 관람객의 문학적 상상을 한결 구체화시킨다. 이 밖에도 효석문화마을에는 여관으로 이용된 객줏집과 술집인 충주집, 에로티시즘의 상징이 돼버린 물레방앗간 등이 복원돼 있다.

99년 폐교된 무이초교에 자리잡은 평창무이예술관은 지난 4월18일 개관했다. 폐교에 조성된 예술인촌인 이곳은 서양화, 서예, 도예, 조각전시설 등 창작실과 전시시설, 야외 조각전시장을 갖추고 있다. 한글의 소하체 개발자인 소하 이천섭 작가가 가르치는 서예강의실 등 그냥 스쳐 지나기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강의실과 세미나실도 마련돼 있다. 또 100여 점의 조각품이 전시된 초등학교 운동장과 주변 1만 여 평의 메밀밭이 조성돼 있다.

봉평 글·사진=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향기 한 모금 머금고 가세요'
<테마농원 '허브나라농원'>
인간 생활에 유용한 향기 있는 모든 식물을 총칭하는 허브(Herb) 붐이 시작된 곳은 서양과 일본이지만 우리 역시 허브의 역사와 그다지 멀지 않다. 마늘과 인삼 등 여러 허브가 우리네 식생활에서 쓰였기 때문. 허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기 전인 1995년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흥정계곡에 문을 연 허브나라농원은 전천후 테마농원이다.

허브나라 농원에는 100여종의 허브가 재배되고 있는 허브가든, 레스토랑 '자작나무집' 그리고 자연 속에서 더 맛있는 허브요리와 허브차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마련돼 있다. 가꾼 사람의 손길 하나하나의 정성이 관람객에게 그대로 전해지고 아기자기한 멋이 넘친다. 또 통나무 펜션(8동)이 바쁜 일상 생활 속에 한 걸음 쉬어갈 수 있는 안식처가 된다. 생김새와 향기만큼 쓰임새도 다양한 허브는 여러 용도로 개발되고 있어 필요에 따라 허브를 고를 수 있다. 심신 안정효과를 위해서는 타임 아로마오일, 향초도 적합하고 차로 즐기는 것도 무난하다. 미용효과에는 세이지와 라벤더가 단연 좋다. 033-335-2902

오는 31일부터 4일간 제3회 이효석문화제 개최
'메밀꽃 필 무렵 제 3회 이효석 문화제'가 올해로 3회째를 맞는다. 이번 문화제는 오는 31일부터 9월3일까지 효석 문화마을과 그 일대에서 개최된다. 한국 단편문학의 백미인 메밀꽃 필 무렵의 서정성이 4일간 재현될 예정. 지난해 행사 첫날 폭우로 관계자들의 애를 태웠지만 남은 일정 기간 7만명이 찾아와 관계자들의 함박웃음을 이끌어 냈다.

이효석 문화제 추진위는 허생원, 동이 등 주요 등장인물은 물론 장돌뱅이의 충실한 벗, 나귀도 마련하는 등 소설 전개를 충실히 재현할 예정이다. 휘엉청 보름달 밝은 밤에 유난히 털이 반지르르한 나귀 등에 안장과 봇짐이 실리면 살아 돌아온 것같은 허생원, 동이 및 조선달이 늦여름 축제 속으로 초대된다. 문화제의 주요 행사에는 1930년대의 문학과 가산 이효석 선생 관련 문학 강좌, 올해로 22회째를 맞이하는 효석백일장, 문학 심포지엄 등이 개최된다. 또 1930년대 봉평 장터 재현, 보름달맞이 행사와 봉평의 상징인 메밀음식 행사 등 다채롭게 꾸며진다.

평창군은 문화제 기간 전후 유치실적이 뛰어난 우수여행사에게 인센티브도 지급할 계획이다. 적용기간은 8월18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로 총 23일이다. 또한 평창군에 위치한 휘닉스파크 호텔·콘도도 같은 기간 중 특별한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강원도 평창군 문화관광과 www.bongpyong.co.kr 033-330-2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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