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에서 불고 있는 ‘한류(韓流)’가 우리 마음 한켠을 뿌듯하게 하는 한편 전 세계적인 불경기 가운데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 중국에 대한 부러움과 경계라는 두 가지 마음이 어지럽게 몰아친다. 서남부 귀주성의 구이양(貴暘)시에서 역시 성장과 개발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을 발견할 수 있다.

이야기꾼과 용궁 여행을 떠나다

이젠 지게를 짊어진 중국 소수민족 노인 옆으로 아우디, 도요타가 지나가는 풍경이 더이상 낯설지 않게 돼버렸다. 구이양(貴暘)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궂은 날씨가 빈번한 이 지역의 기후특성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햇빛을 그만큼 귀히 여긴다는 의미다. 예컨대 추운 지역이기에 ‘긴 봄을 희망하는’ 창춘(長春)과도 같은 식의 작명법인 것이다. 구이양은 실제 연평균 기온이 영상 15도를 넘는 상하(常夏)의 도시로 사계절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역시 문제는 크기

황과수 폭포는 낙차 68m, 폭 84m인 아시아 최대 폭포다. 목적지에 다다르기 전 저만치서 장쾌한 물소리와 흩뿌리는 물방울을 맞으면 여행객의 기대감은 최고치에 이를 수 밖에. 폭포에 조금씩 가까워지면 얼굴과 온몸에 달라붙는 물방울의 강도와 양도 함께 늘어난다. 사방에서 흩어지는 폭포수의 파편들 때문에 비옷은 필수품목이다.

황과수 폭포의 매력은 세계 3번째, 아시아에서 ‘일등 먹는’ 크기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황과수 폭포는 사람의 접근을 불허하고 다만 멀리서 감상하는 신비로운 존재가 아니라 전면과 하측, 옆 그리고 폭포 뒤와 폭포 안에 생성된 굴에서도 낙차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폭포 안쪽에 생성된 굴 속에서라면 관광객들은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 폭포수의 1m 정도의 가까운 위치까지 접근할 수 있다. 금방이라도 휩쓸려갈 것 같은 자연의 위엄에 압도당하지만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폭포를 구경할 수 있다는 재미에 ‘밤새 집 타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몸이 흠뻑 젖도록 마냥 즐거워한다.
일행 중 한 사람은 사방팔방에서 기개 넘친 낙차음을 듣고선 일행을 향해 우스갯소리 한 마디 던진다. “황과수 폭포 아래서 득음하려면 소리꾼들은 목청 다 터지겠다.”

황과수 폭포 초입에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은 시장이 형성돼 있다. 묘족, 이족 등 중국의 소수민족들이 상당수 거주하는 이곳 귀주성에는 수수한 자기네 민속의상을 입은 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민속의상, 장식품, 과일 등 조잡한 생활용품 등을 갖춰놓고 좌판을 벌인 그들을 보고 고단한 한살이를 살고 있을 거라고 지레 짐작하는 것은 금물이다. 우리가 그렇듯 아무렇지 않게, 덤덤히 살아낼 뿐이라는 느낌은 그들의 평온한 표정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무질서 중의 질서’는 중국 교통을 표현하는 말이라고 한다. 중국인의 교통관과 어지러운 도로 체계를 표현하는 말이지만 거리의 모습은 비교적 깨끗하다. 버리는 사람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치우는 사람이 그만큼 많고 바지런한 점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황과수 폭포같은 명승지는 물론 일반 도로, 공원에서도 환경미화원들이 모습은 곳곳에서 눈에 띈다.

구이린과 쿤밍을 함께 본다

카르스트지형인 구이양. 땅이 융기해 형성된 이 같은 지역은 구이린(桂林)과 쿤밍(昆明)의 매혹적인 볼거리를 만들어 냈다. 수상석림인 천성교는 그래서 ‘쿤밍에서 본 것 같다’는 감탄사와 함께 이곳저곳에서 아기자기한 멋을 누릴 수 있다.

천성교의 수상석림이 쿤밍의 축소판이었다면 보트를 타고 동굴 안에 들어가 기암괴석을 보는 용궁은 구이린을 연상케 한다. 보트를 젓는 안내원은 2m는 족히 넘는 긴 봉을 휘두르며 옛 사람들이 전하는 상상의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설명한다.

그의 말을 들으니 ‘그럴 법 하다’고 고개를 끄덕거려본다. 옛 사람들은 모두 능란한 이야기꾼이었던 모양이다. 용궁과 용왕, 그리고 그의 딸이라는 구체적 주제 아래 이야기는 중간 끊김 없이 연관성 있게 구성돼 1시간 여의 용궁 구경이 짧게만 느껴진다.

중국 구이양 글·사진=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취재협조=(주)차이나로드항공 02-774-6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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