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에 대한 주위의 반응은 다양하다. 좋겠다고 가보고 싶다는 사람부터 뭐 볼 것 있겠냐는 사람까지 천차만별이다. 다녀왔다고 하면 낯선 여행지에 대한 호기심과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먼저 묻는 사람도 있지만 낮은 목소리로 좋았냐며 야릇한 웃음을 짓는 사람등 가지각색이다. 베트남에 다녀왔다.

우리가 아는 베트남은 아직 빙산의 일각이다. 정치, 사회, 문화는 물론이고 여행지에 대한 정보 또한 마찬가지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도착했을 때 이미 수차례 베트남을 경험한 바 있는 일행들은 하노이와 호치민의 비교를 먼저 들먹인다. 우리에게 아직은 하노이와 호치민이 베트남을 판단하는 전부인 탓이다. 하노이가 아직 사회주의의 경직됨과 순수를 지니고 있다면 베트남의 경제 중심지 호치민은 자유롭되 자본의 타락이 묻어 있다고 했다.

최근 들어 베트남을 여행한 배낭여행객의 여행기가 인터넷에 소개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주변 동남아시아국가에 비해 국내에 소개된 여행상품의 질과 양은 여전히 턱없이 떨어진다. 그나마 소개된 베트남 상품도 태반은 항공기가 취항하고 있는 하노이와 호치민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인도차이나의 맹주 베트남의 관광자원은 하노이와 호치민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유네스코는 베트남 중부의 최대 상업 도시인 다낭을 중심으로 호이안과 후에 등 중부 베트남에 세 곳의 세계 문화유산을 지정해 놓고 있다. 하노이 위쪽 하롱베이를 제외하면 베트남의 나머지 세계문화유산은 모두 중부 지방에 몰려 있는 셈이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지난 세월이 얼굴에 나타나기 마련이듯 다낭에서 차로 40여분 떨어진 호이안은 베트남의 지난했던 역사가 거리의 표정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베트남 최후의 왕조인 원조시대 무역 중심지로 번성했던 호이안은 한 때 일본인의 거리가 있었고 화교들의 영향으로 남부 중국의 모습도 지니고 있다. 때문에 호이안 구시가지에 들어서면 베트남식, 중국식, 일본식 건물들이 어지럽게 섞여 있는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심지어 한 집 안에 중국과 일본식 베트남식이 한데 뒤엉킨 가옥도 있다.

시대 구분과는 상관없이 세트를 지어놓은 민속촌 같지만 신기하게도 거리의 오랜 가옥들에는 실제 현지주민들이 살며 생활하고 있다. 덕분에 호이안에서는 100년도 더 돼 보이는 집 안에 탤런트 차인표의 사진이 붙어 있는 과거와 현대의 공존을 경험할 수 있다. 투봉강을 따라 마을이 형성된 탓에 해마다 연례 행사처럼 물난리를 겪는다는 호이안은 1999년엔 5일 동안 마을이 물에 잠길 정도로 심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아직도 집집마다 물에 잠겼던 흔적이 남아 있는 호이안에 홍수가 나면 미로 같은 길은 이내 뱃길로 변하고 만다.

베트남 호이안 글·사진=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취재협조=베트남항공 02-757-8920

미선 유적지-찬파왕국의 영광
호이안까지 갔다면 고대 찬파 왕국의 찬란한 문명을 감상할 수 있는 미선 유적지를 찾아 세계문화유산의 진가를 맛봄짐하다. 찬파 왕국은 2세기부터 15세기까지 베트남 중부와 남부를 장악한 참족의 대왕국. 다낭에서 60km 가량 떨어진 미선은 4세기부터 900년에 걸쳐 세워진 참족의 성지로 다양한 종교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세월의 무게에 깍이고 전쟁으로 파괴된 건축물들은 예전의 위용을 잃었지만 그 분위기는 여전하다. 벽면마다 세겨진 조각을 감상하며 산책하는 마음으로 주위를 돌아보는 것도 좋다. 호이안 축제에서 거리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를 통해 베트남을 느꼈다면 미선에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거대 왕조의 잔상을 만날 수 있다.

보름달 축제-인파만파 흥겨움 가득
호이안을 찾을 계획이라면 가능한 보름날을 맞춰보자. 호이안시는 3년 전부터 외국관광객 유치를 위해 매월 음력 보름마다 호이안 구 시가지에서 보름달 축제를 개최한다. 호이안 보름달 축제의 첫 번째 특징은 거리에 넘쳐나는 사람들. 축제날이면 호이안 주민은 물론 각지에서 몰려 온 관광객으로 떠밀려 다니다시피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다. 보름이면 늑대로 변신하는 늑대인간을 볼 수는 없어도 수많은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축제라는 분위기를 느끼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사람이 붐비는 만큼 소지품 분실을 주의하고 미아가 되지 않도록 일행과 떨어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동양권 축제가 그러하듯 보름달 축제에서도 강가에서의 연등 축제를 놓칠 수 없다. 축제가 있는 날이면 투봉강 중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호이안시의 상징과 용 등 장식물에 화려하게 불을 밝히고 저마다의 복을 비는 연등을 강물에 띄우는 행사를 펼친다. 다리를 경계로 예전 일본인 마을과 중국인 마을을 가르는 일본교(Japanese covered bridge) 앞의 광장에서는 전통공연과 댄싱 축제 등 메인행사가 펼쳐진다.

씨클로-베트남에 왔으면 꼭 타야지!
집 떠나 타지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풍물이 거리의 모습이다. 사람들의 옷차림과 생김새, 건물의 모양과 색깔, 거리를 오가는 차량들은 내가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실감케 한다. 특히 런던의 검정택시나 뉴욕의 노란택시처럼 대중교통 자체가 하나의 명물로 자리 잡은 경우에는 이들을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설레임은 배가 된다.

베트남에 도착한 관광객은 누구나 거리에 넘쳐나는 씨클로를 통해 독특한 이국의 풍경을 실감할 수 있다.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홍수를 이루는 베트남의 거리에서 씨클로는 관광객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현지인들에게도 유용한 베트남의 주요 교통수단 중 하나다. 거창하게 설명하면 자전거에 바퀴달린 마차를 결합한 모양의 씨클로는 외국관광객에게 특히 시내관광 수단으로 더할 나위없는 편리함을 제공한다. 자전거가 뒤에서 밀어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시야에 방해를 받지 않고 초행길 낯선 거리를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는 데다 생각처럼 위험하지도 않다.

씨클로는 타기 전에 가고자 하는 곳과 요금을 정확히 흥정해야 한다는 등의 기본적인 사항만 명심하면 누구나 큰 무리없이 도전할 수 있다. 씨클로 요금은 대략 30분에 미화 1~2달러 정도를 예상하면 되고 너무 야심한 밤에 한산한 목적지로 가거나 혼자 움직이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씨클로는 창문이 없어 오토바이와 차량에서 나오는 매연에 그대로 노출되므로 손수건을 챙겨 코와 입을 가리는 요령도 유용하다.

간혹 밤에 씨클로를 타다보면 운전사가 저렴한 술집이나 재미있는 관광지를 소개한다며 말을 거는 경우가 있는 데 이 때는 일단 한 쪽 귀로 흘리는 편이 현명하다. 삐끼에게 현혹되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은 베트남이 아닌 한국에서도 공통된 주의사항.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있게 마련인 불안한 유혹이다. 씨클로 기사를 탓해봤자 여행의 기분만 망칠 뿐이므로 사전에 주의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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