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다. 마음속에는 방랑벽이 슬금슬금 고개를 내민다. 누구라도 어디든지 떠나고픈 계절이다. 최고점에 이른 여행욕구를 노려서인지 가을엔 축제도 많이 개최된다. 그렇지만 너무 많은 축제가 가을에 집중적으로 개최되다 보니 막상 어느 축제든 참석해보려 해도 목적지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정부가 선정하고 자금 및 홍보 등의 지원을 받는 문화관광축제만 보더라도 축제의 가을 집중 현상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올해의 경우 30개 문화관광축제 중 9월과 10월에 개최되는 축제는 무려 13개에 이른다.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물론 넓은 선택폭을 갖게 된 셈이지만 정성을 들여 축제를 준비한 지자체 입장에서는 마이너스 요소가 한 두 개가 아니다. 관람객 분산은 물론 타 축제와의 불필요한 경쟁 등으로 축제의 효과와 효율성이 떨어진다. 가을이라는 계절적 이점을 제외하면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것이다.

사실 축제 집중에 따른 문제점은 새로운 주제가 아니다.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수차례 지적돼 왔고 개선 노력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축제집중 현상은 여전하고 오히려 해가 거듭될수록 심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축제를 개최하는 인접 지자체들의 경우에는 상호 연계 및 공동 프로모션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만도 한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런 기미를 보이는 지자체는 전무하다.

계절 의존도가 높다는 이유로 내년 문화관광축제에서 탈락된 대관령눈꽃축제와 한라산눈꽃축제의 예에서 알 수 있듯 계절적 특성에만 의존하는 축제는 진정한 축제로서 가치가 낮다. 외부요인이 아닌 질과 내용으로 승부하는 자세가 아쉬울 따름이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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