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관광 정착과 관광산업 활성화라는 취지로 발행된 국민관광상품권이 정작 여행업계에서는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국민관광상품권은 한국관광협회중앙회(회장 김재기)가 주관하고 코리아트래블즈가 발행, 운영을 담당하는 제3자 발행 형태의 상품권. 지난해 문화관광부가 2000년 관광부문 10대 중점 추진 과제의 하나인 '국민복지관광 확대사업'을 발표한 이래 1년 4개월 가량의 준비 기간을 거쳐 탄생했다. 1만원권부터 5만원, 10만원, 30만원, 50만원권 등 5종이 발행됐으며 이 중 10만원권과 30만원권이 전체판매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정작 여행업계는 무관심

코리아트래블즈측은 6월1일 국민관광상품권이 발매된 이후 지난 8월 말까지 대략 100억원 가량의 판매가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으며 올 추석에도 10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식 발행 이후 100일이 지난 국민관광상품권을 바라보는 여행업계의 인식은 여전히 관심밖에 있다. 관광상품권 가맹여행사 직원이라고 해도 실제 상품권을 들고 오는 관광객이 없다 보니 관광상품권에 대한 취급 요령 등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본지 조사결과 H여행사의 경우 가맹 이후 지난 9월20일 현재 관광상품권으로 19건, 3,500만원 가량의 매출이 발생했다.

이는 H여행사의 전체 매출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지만 그래도 다른 업체에 비해서는 월등히 많은 수치다. K여행사는 한 건도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L여행사의 경우도 가맹 이후 10만원짜리 상품권 두 장이 고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급호텔인 제주 S호텔의 경우도 10만원 상품권 두 장이 전부다. 반면에 또 다른 가맹점인 백화점 등은 상대적으로 많은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상품권은 이미 현대백화점, 엘지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등이 가입돼 있으며 이들 백화점의 지점까지 포함해 70여곳 이상에서 유통되고 있다. A 백화점의 경우 가맹 이후 관광상품권을 통해 월 평균 1,000만원 가량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으며 지방의 경우도 500~600만원의 매출이 일어나고 있다.

발행취지 멀어지지 않을까 우려도
이는 관광상품권 출시 배경이 여백이 있는 삶과 추억의 선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의외의 수치다. A여행사 관계자는 ""관광상품권이 발매는 됐지만 그 후 마케팅이나 홍보에 주력하지 않아 소비자와 여행사의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며 ""여행사 입장에서도 3% 수수료와 60% 이상 사용했을 때 나머지를 현금으로 돌려 줘야 하는 등 부담이 있어 적극적인 마케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B여행사 관계자는 ""신용카드의 경우 회사별로 상품권보다 수수료가 더 적은 경우도 있고 공동 이벤트의 경우 직접적인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상품권은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발행업체의 마케팅이나 홍보 부족만 탓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관광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관광상품권의 제 기능 발휘는 (해당업체의) 단순 손익 계산을 떠나 발행주최와 관광업계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공동과제""라면서 ""업계에서도 손해만 아니라면 약간의 감수를 통해서 상품권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관광상품권을 발행하는 코리아트래블즈 측은 ""8월말까지 대략 100억원 가량이 판매 됐으나 회수된 양은 20%선에 머물고 있다""며 ""7월말 이후 본격적으로 판매가 이뤄진데다 일반적으로 상품권의 회전 기일이 짧게는 90일에서 150일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직은 판매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제까지는 발행초기에 발생하기 마련인 돌발적인 예외사항 처리에 중점을 두어 왔지만 추석이후에는 결혼이나 가족 등의 테마를 가지고 연말까지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확장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항공사와 제휴가 선결과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항공사를 비롯해 국내 취항중인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가맹점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는 것도 관광상품권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항공사와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작 관광상품권으로는 항공권 구입도 용의치 않은 형편이다. 특히 항공사가 가맹점 계약을 맺지 않으면서 관광상품권 가맹 여행사 중에서도 상품권으로 항공권만 구입하지는 못하도록 제한을 두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곳도 발생하고 있다. 신용카드로 항공권만을 결제할 경우 항공사가 수수료를 지급하게 되지만 관광상품권의 경우 여행사가 3%의 수수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관광상품권이 처음 선보일 때 제안이 들어와 관련 팀이 회의를 가졌지만 정산, 수입관리, 수수료 등을 따져 볼 때 수익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관광상품권에 수익 모델이 없는 이상 가맹점 계약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테러의 직격탄으로 항공업계의 경영압박이 가중되면서 신규 사업 진출 등이 중단되고 있어 당분간 가맹점 계약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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