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행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고 사천공항에 내려 갈아탄 버스는 2시간을 넘게 줄창 남동쪽으로 긴 사선을 그으면 달린다. 고성을 지나 통영을 거쳐 거제도와 외도까지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 길게 미끄러진다.

거제에서의 때늦은 점심
산청-진주-통영-거제도-외도를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이번 여행은 사실 '낯설음'으로 시작됐다. 익숙해지고 싶지만 쉽지 않은 경상도 사투리와 살면서 한번도 연고를 가지지 못한 지명들이 가이드를 자청한 신라항공여행사의 김한윤 이사의 입에서 계속 흘러나온다. 토박이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김 이사는 버스가 달리는 동안 인근 관광지와 잠재력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머릿속에는 그의 사투리와 함께 너무 많은 지명과 고유명사들이 뒤범벅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그저 사천공항에서 거제도의 남동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해금강을 향해 달리고 있었을 뿐인데 말이다.

복잡하던 머리는 버스가 거제도 남동쪽의 해안도로의 동백숲 도로로 들어서는 순간, 멈춰 선다. 네로 황제는 로마를 한번 불태우고 말았지만 이 곳의 동백나무들은 매년 봄마다 거제도 산과 바다에 불을 지른다. 아마도 두려운 마음에 거제시와 통영시는 이 선연한 붉은 꽃을 시화(시의 꽃)로 정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은 뜬금없이 봄으로 달려가고. 금강산(金剛山)도 식후경이라 했거늘 해금강(海金剛)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명승 2호의 관광지답게, 바다마을답게 해금강마을에는 관광지를 상대로 하는 횟집과 식당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성수기에는 만만치 않은 호객행위로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지만 통상 비수기로 여겨지는 9월의 어느 수요일, 때늦은 점심은 평화롭게 진행된다. 거의 김 이사의 암기식 교육으로 머리에 입력한 '우렁쉥이=멍게'의 공식을 눈으로, 입으로 확인하고 나자, 유난히 시원한 해물된장찌개에 화이트란 생소한 소주가 상위에 오른다. 푹 삭은 갈치젓의 쏘는 듯한 강력한 맛은 여기가 아니면 어디서 맛보랴. 그릇이 비워지기 무섭게 다시 채워주는 거제도의 인심도 강력하다.

왔노라! 해금강-외도
두 개의 섬으로 연결된 해금강은 지형이 칡뿌리가 뻗어내린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갈도(葛島)'라고 불렸다. 가보지도 못한 금강산과 해금강을 비교할 방법은 없으니, 그저 바다위에 우뚝 솟은 기암괴석의 장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다. 좋은 그림일수록 거리를 두고 감상해야 하듯이 해금강도 실은 금강산 일만 이천봉을 멀리서 바라봐야 하듯 '원거리 관측'에 적당한 섬이다. 가까이 다가가서 '어디가 사자를 닮았어?''어디가 사모관대를 쓴 신랑의 커다란 코래?' 하면서 따지기 시작하면 골치가 아프다. 침묵으로 보시라. 사실 해금강을 돌아 외도로 들어가는 관광유람선이 시끄러운데다가 속도를 내기 때문에 말을 하다보면 '주마간산'정도가 아니라 모터사이클 탄 것처럼 건성이 되기 쉽다.

섬을 두어바퀴 휘휘 돌던 배는 속도를 붙여 외도로 내닫는다. 사유지인 외도는 몇 십년동안 조금씩 조금씩 가꾸어진 해상 농원이다. 각종 희귀한 선인장과 소나무, 코코야자 등이 섬 전체를 뒤덮고 있고 봄이면 역시 천연 동백숲이 장관을 이룬다. 조각공원이나 천국의 계단 등 곳곳에서 색다른 장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이 한국의 파라다이스라고 불리기까지는 맨손으로 건물을 짓고 계단을 올리던 이들의 노동이 숨어 있다. 섬 내에는 절대로 술을 반입할 수 없고, 전 지역에서 금연을 실시하는 것도 파라다이스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전망대라는 표시를 따라 섬 정상을 올라가면 결국 자릿세를 내야만 할 것 같은 커피숍이 등장한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해금강 글·사진=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취재협찬=(주)신라항공여행사 055-748-9553 아시아나항공 전주지점 055-747-7013


[현지인터뷰] 김한윤 신라항공여행사 이사
<진주는 국내 여행의 허브>
'거제 해금강 & 경호간 래프팅 팸투어'를 주관한 (주)신라항공여행사의 김한윤 이사는 악센트 강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진짜 부산 사나이다. 국내 여행 가이드는 처음이라면서 능청이지만 마이크를 잡는 모습은 '프로'. 5년간의 태국 가이드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에서도 충분히 랜드사나 여행사를 경영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진주에 정착한 속내가 궁금하다.

""지방 여행사의 80%는 버스사업을 하다가 여행사를 하는 분들입니다. 당연히 패키지상품에 대해서 잘 모를 수 밖에요. 하지만 서울에서 시작해 지방으로 내려오기 보다는 지방에서 먼저 터를 닦아 서울까지 진출하는 여행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가 영세함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네트워크 여행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현재 진주에 본사를 두고 사천, 부산, 마산, 대구, 제주에 동업형태의 지사를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주나 대전 지역으로의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도의 많은 지역중에서 굳이 진주를 거점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은 아웃바운드가 매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우리가 주력하는 것은 국내관광상품 개발과 인바운드입니다. 그런면에서 진주는 내년에 예정된 대전-진주간 고속도로와 2003년 이후 예정인 진주-통영간 고속도로의 개통과 함께 남도 관광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입니다. 거제는 물론이고 대전이나 부산과도 한, 두시간이면 이동이 가능하게 되죠. 무엇보다 지리산으로 접근하기에는 진주만큼 좋은 곳이 없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문을 두드린 결실로 (주)신라항공여행사는 11월에는 80여명의 태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예정이다. 인천공항의 개항과 함께 더욱 중요해진 지방 공항의 역할은 인근 지역의 관광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인·아웃바운드 양쪽의 지원을 위해 태국 현지에 지사 설립도 진행 중이다. 아시아나 항공사의 협찬으로 진행된 이번 '해금강 & 경호강 래프팅' 팸투어도 (주)신라항공여행사의 인지도를 확보하면서 '네트워트의 힘'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신설여행사임에도 (주)신라항공여행사의 저력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은 홈페이지에 구축된 콘텐츠다. 항공사, 호텔, 여행지 등의 개괄 정보와 리스트가 유용하게 정리돼 있고, 실시간 예약과 결제도 가능하다. 역시 '네트워크 여행사'답게 온라인 커뮤니티인 '블루여행자 클럽'등으로 소비자와의 관계맺기에도 충실하다. www.sinlatour.co.kr 055-748-9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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