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사이판 호텔가에 겨울이 찾아들었다. 항공등급하향조정에 이어 미국의 테러사태와 아프가니스탄 공습은 미국령인 괌과 사이판의 관광시장에 눈보라를 휘몰아치고 있다.
불과 4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휴양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괌·사이판 지역은 일본과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가족여행과 허니문 목적지. 격차가 크긴 하지만 한국은 일본에 이어 아시아 제2위의 시장으로 성장했으며 점차 대중적인 관광목적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성장에는 한국의 랜드사나 여행사들의 노력은 물론, 한국시장에 대한 양 정부와 현지 업체들의 투자도 적지 않았다.

괌·사이판에 불어닥친 ‘불황한파’

그 중에서도 PIC(Pacific Islands Club)를 선두로 한 개별 호텔들이 가지는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은 다른 지역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현재 한국에 직영예약사무소나 대행사무소를 두고 있는 호텔들은 대부분은 괌과 사이판에 소재한 호텔들이며 하와이나 일본, 그리고 발리 등지에서 한 두개 호텔이 들어와 있을 뿐이다.

그 중에서도 소비자 인지도와 시장점유율에서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PIC 코리아는 올해로 한국진출 10주년을 맞았으며, 괌 힐튼(Hilton Guam Resort & Spa)은 힐튼 월드와이드(Hilton Sales Worldwide)와 별도의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햐얏트 리젠시 괌 & 사이판(Hyatt Regency Guam & Saipan)의 경우도 올해 5월부터 전담 직원을 한국에 파견해 신상품 개발과 인센티브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계 호텔인 니꼬(Hotel Nikko Guam & Saipan)의 경우는 SMG마케팅 회사와 계약을 맺고 괌과 사이판 니꼬 호텔의 마케팅과 판매를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 9월에는 발리 니꼬도 SMG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 밖에도 올해 사이판의 카지노 호텔인 다이너스티가 한국에 사무실을 개설했으며, 온워드 호텔이나 괌 웨스틴 호텔(Guam Westin Hotel) 등은 특정 랜드사와의 협력을 통해 판매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정세 불안과 함께 경기침체가 계속되자, 괌과 사이판 지역의 호텔 점유율은 20~30% 선으로 떨어졌다. 특히 근래 들어 상당히 침체되어 있었던 사이판의 경우 더욱 하락폭이 커서 여러 호텔들이 경영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9월11일 미국의 테러사태직후 속출했던 무더기 예약 취소이후 신규 예약이 거의 없는 형편에서 최근에는 11월 예약분에 대한 취소요청이 늘고 있어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호텔들의 객실 점유율이 평년 수준인 93%까지 올라갔다는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의 발표와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괌·사이판 지역의 호텔들이 궁지에 몰린 결정적인 이유는 가장 큰 시장인 일본인들이 해외여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기 때문. 관계자에 의하면 현지에 일본인보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더 많을 정도로 일본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그마나 한국 관광객들의 점유율이 높은 PIC 정도만이 객실 점유율 50%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 일본 시장의 수요에만 안착하는 호텔들이 언젠가는 위기를 맞으리라는 관계자들의 예측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호텔마다 할인정책이나 새로운 프로모션을 시도하려는 노력들이 엿보이고 있다. 하얏트 리젠시 사이판은 연말까지 여행사와 항공사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원 나잇 프리 인더스트리’ 행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객실을 1박당 90불에 제공하고 3박 이상일 경우 하루를 공짜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통해 안전한 사이판을 홍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또한 일부 랜드사에게 기존의 객실요금을 10%할인해주는 정책과 함께, 1박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괌 웨스틴 호텔의 경우는 랜드스타를 통해 아예 3박 이상 숙박하는 고객들에게 무료 객실 이용권을 제공하고 있다. 여타 호텔들도 암암리에 일부 랜드사를 대상으로 제한적인 특가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러나 해당 실무자들은 물론 마케팅 전문가들조차도 이런 프로모션이 과연 줄어든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어두운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PIC코리아의 최주열 과장은 “지금은 IMF와는 다른 상황이다. 돈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비행기를 타는 것 자체를 피하고 있기 때문에 더 심각하다. 현재로서도 호텔들의 고통은 이만 저만이 아니지만 이럴 때일수록 자기 퀄리티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미 풀만큼 푼 가격에서 더 내린다는 것은 다 함께 망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충고한다.

올해 들어 고가정책을 견지하고 있는 PIC의 경우 다시 덤핑경쟁에 뛰어들기 보다는 기형적으로 높은 한국마켓의 점유율을 줄이는 대신 차별화와 고급화를 위한 홍보에 치중한다는 방침이다. 괌 힐튼 호텔의 박호상 차장도 “가격인하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개시되자 보류한 상태”라며 “괜시리 이미지만 하락시키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얏트 리젠시 괌&사이판의 김은미 과장은 “상황이 나쁘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다. 또한 “랜드사나 여행사에서는 호텔 자체의 차이를 무시하고 저렴한 가격만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며 비수기를 겨냥한 스파패키지상품 등 신상품을 개발하면서 인센티브 단체와 접촉하는 방법으로 돌파구를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패키지가 침체된 분위기속에서도 300명 이상의 인센티브 단체들의 행사가 계속 이어지자 일단 괌·사이판 지역 호텔 세일즈의 큰 흐름은 대규모 인센티브 단체의 유치로 방향을 전환한 상태다. 지금까지는 가격탄력성이 좋은 PIC에서 인센티브를 독식하다시피하는 상황이었지만, 객실이 텅텅 비자 다른 호텔들도 대형 단체에 대한 할인과 서비스에 유연성을 보일 여지가 생긴 셈이다.

그러나 당장의 판매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침체와 정세불안이라는 장기전에 준비하는 자세다. 전문가들은 가격 정상화와 시장 정화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난립한 여행사와 랜드사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될 때까지 버텨주기만 하면 상품 다양화는 물론이고 호텔별로 타깃 시장을 가질 수 있는 합리적인 경쟁이 가능한 시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호텔마다 감원과 구조조정 등의 후속조치가 이어지는 지금의 상황에서 관건은 결국 얼마나 버티는가에 달려있는 셈이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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