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미국 테러 사건으로 시작된 여행경기의 냉각은 지난 8일에 시작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으로 장기화의 길에 접어들었다. 업체마다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2002년 월드컵이라는 지구인의 축제를 앞두고도 혹독한 추위에 대비하는 여행인들의 마음은 벌써 겨울로 접어들었다.

-테러나 전쟁이 업계에 끼친 피해와 앞으로의 파장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최근 발표된 한국관광공사의 9월달의 통계에서는 테러에도 불구하고 아웃바운드에서 7%의 상승이 기록됐습니다. 여행시장의 현재상황과 전망은 어떻습니까?

▲ 전년도에 대비해 늘어났다고 해도 원래 예상했던 성장폭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은 감소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앞으로 10월과 11월 통계가 나와 봐야겠지만 문제는 이후 신규 예약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일단은 연말까지 가봐야한다는 것 말고는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인바운드의 경우 큰 단체들의 행사가 취소된 반면에 의외로 일반 패키지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워낙 일본 관광객들이 여행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다시 움직이게 되면 결국은 가장 가까운 한국이나 중국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습니다. 인바운드 여행사 경영진 사이에서는 임금동결이나 감원을 보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던 여행사들이 슬슬 움직이고 있습니다. 국적기는 자금 위기를 일단 넘겼고, 여행사에서는 감원이나 폐업 등의 극단적인 조치부터 무급 휴가 등의 고통 분담까지 여러 대응책을 내놓고 있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11월부터 시장이 살아난다고 해도 체력을 비축해 두지 않은 여행사들의 경우 두 달간의 충격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IMF 때처럼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가 오히려 시간이 좀 지난후에 쓰러지는 여행사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여행사마다 나름대로의 구조조정을 하면서 대응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버티기 싸움’이라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온라인 여행사의 경우에는 오히려 패키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거나 직원을 충원하는 회사들이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회사가 건재하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제스추어가 아니냐는 생각도 들지만, 워낙 패키지 판매분이 적었던 것이 피해가 적은 이유라고 보입니다.

국적기의 경우 정부의 지원이 시작되면서 겨우 자금 위기를 넘겼습니다. IMF때는 아웃바운드가 부진한 대신 인바운드가 활발했지만 지금은 양쪽이 모두 부진하기 때문에 적자폭이 더 커졌습니다. 외항사들도 장거리 노선의 승객이 감소하자 단거리 노선으로 비행기를 투입하고 있습니다.

-항공사나 호텔, 여행사에서 여행소비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할인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모 신생 여행사는 중국이나 동남아의 초저가 상품으로 큰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데 이런 가격 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초저가 상품을 내놓고 있는 모 여행사에 대한 말들이 많습니다. 10만원대 중국 상품까지 출시했던 이 여행사는 자체적으로 하루에 중국쪽 손님만 70~80명씩 모객이 된다고 밝힙니다. 하지만 결국은 랜드사, 가이드,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후유증만 남기게 될 것입니다. 워낙 가격이 낮기 때문에 여행사도 수익폭이 적습니다.

항공사의 경우 앞다퉈 저렴한 항공가격을 내놓고 있지만, 이례적인 조치라기보다는 비수기를 겨냥한 연례적인 프로모션에 가깝습니다. 일본처럼 유망하다는 단거리 노선에서는 요금인하가 두드러지지 않고 있으며 미주나 유럽 등 승객이 크게 감소한 지역에만 파격적인 할인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관광통역원의 수가 크게 부족하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활동 중인 통역 안내원이 전체 자격증 소지자의 10% 밖에 안 된다는데 다가올 월드컵에 대한 대책이 있습니까?

▲월드컵 기간에 많은 외래객을 예상하면서도 실질적인 준비는 안되고 있습니다. 일부 인바운드 여행사는 모객을 해 놓고도 가이드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자격증 소지자들이 아웃바운드나 다른 분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행사들은 고육지책으로 월드컵 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자격증을 따면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통역안내원으로 활동하도록 하는 의무조항이 생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에서 일반여행업 등록업무와 관리감독의 시·도 이양을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정작 여행사들은 무관심한 가운데 정부과 업계단체들 사이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듯 합니다.

▲법안 개정 과정의 이면에는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와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지방자치단체와 지역협회 사이의 이권 다툼, 지자체들의 이기주의 등이 얽혀 있습니다. 근래 들어 외국인 관광객 유치경쟁이 가열되면서 각 지자체들은 인바운드 영업이 가능한 일반여행업 여행사들을 자기 관할에 두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정안이 실행되면 그동안 문관부의 관할아래 KATA의 영향력이 컸지만, 여행사들이 지자체의 관할아래에 들어갈 경우 한국관광협회중앙회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셈입니다. 문관부의 경우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지방이양위원회와의 구조상 문제 때문에 업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여행사의 입장이 적극 반영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이 많습니다.

정리=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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