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많은 업계나 정부의 지도자급 인사들을 만났으며 그들과 얘기하던 중 언론에 잘못 인용이 되어 큰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털어 놓으면서 언론들이 정확한 인용을 하게 분위기를 조성해 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다. ‘언론은 제조업’(manufacturing industry)이라는 우스개소리를 하는 이도 있다. 즉 인용문을 ‘제조’한다는 뜻으로 기자가 ‘작문’한다는 뜻이다.

서구의 주요 언론은 어떠한가? 인용부호 안에 들어가는 내용은 문법적으로 틀린 말이라도 말한 그대로를 인용하는 서구의 언론은 우리의 언론과 큰 차이가 있다. 주요 정부 당국자나 회사 최고 경영자의 말 한마디라도 인용부호를 통해 보도되면 독자들은 그 인용부호 속의 발언이 곧바로 그 정부 당국자나 회사 경영자가 실제 한 발언 그대로라고 믿을 정도로 정확히 인용된다. 그러나 한국 언론현실에서는 취재 기자들이 인용부호 안의 직접인용에 대해 서구 언론처럼 투철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서구의 주요 인쇄매체에서 인터뷰 당사자의 말을 인용하는 경우 “...... was(were)......”와 같은 문장을 사용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실제로는 were라고 말하는 것이 문법적으로 맞지만 그 인터뷰 당사자가 급하게 말하다 보니 was로 말한 경우이다. 이 경우에서처럼 서구의 주요 언론에서는 인용부호 안에서만큼은 문법적으로 틀린 말까지도 그대로 사용하면서, 문법적으로 정확한 단어는 괄호 안에 추가하여 표시한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인용부호 안에 들어가는 말이 그 인터뷰 당사자의 인격이 담긴 내용이라고 독자들은 판단하기 때문에 정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인터뷰 당사자가 인용부호 안의 말이 실제로 한 말과 다르다고 생각할 때는 법적인 대응을 할 수가 있기 때문에 기자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정확한 직접인용을 하는 것이다.

특히 위기사건 발생시 회사의 중요한 입장을 밝힐 경우 유인물로 된 보도자료를 배포한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최고경영자가 육성으로 입장을 밝힐 때에는 꼭 녹음을 해 사후 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담당 취재기자들에게 기자회견이 끝난 후 육성으로 말한 중요한 부분은 정확히 한번 더 불러 주든가, 인터뷰 후 기자가 사무실에 들어가서 기사를 작성할 때쯤 주요 인용문을 팩스로 다시 보내 정확한 직접인용이 되도록 해야 한다.

“오늘 저희 회장님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주셔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오늘 회장님의 얘기 중 정확히 인용이 되지 않으면 큰 혼선이 올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정확한 직접 인용문을 보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정도의 글과 함께 녹음한 것을 푼 인용문을 팩스나 이메일로 보내면 담당 기자는 홍보실 직원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할 것이며 인용문을 ‘작문’하다가는 큰 일이 나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기업의 홍보실과 PR회사 직원들은 기자들이 정확한 인용을 하지 않아 많은 피해를 입어왔다. 정확하게 인용하지 않고 인용부호 안의 문장을 직접 만들어 쓰는 기자들의 ‘작문’성 인용 때문에, PR 실무자는 인터뷰 당사자인 회사의 고위 간부들로부터 질책을 받기도 하고 PR 실무자의 능력 부족으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으로 오해 받기도 한다.

한 전직장관은 기자들이 정확하게 인용문을 쓰게 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을 쓰면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다고 얘기하면서 잘못된 인용 때문에 박정희대통령에게 혼이 난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특히 위기시 잘못된 인용을 관리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이미지 손상을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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