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정부관광청의 이미지 광고에는 항상 커다란 발바닥이 등장한다. 사포로 문지른 듯 맨질맨질한 발바닥 끝에 우뚝 솟아있는 발가락들은 때로는 비키니를 입고, 때로는 머리를 녹색으로 염색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패션을 연출한다.

그리고 지금, 이 발가락들은 단란한 가족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답답한 신발 속에서 온 몸무게를 지탱해야 했던 발가락들의 휴가는 어찌나 즐거웠던지 입이 그야말로 귀에 딱 걸렸다.

괌은 그렇게 무거운 구두를 벗고 산뜻한 비치 샌달로 갈아 신은 듯한 해방감을 안겨주는 곳이다. 북마리아나제도 중에서 가장 큰 섬이지만 한국의 제주도보다도 작은 섬이다. 불과 반나절이면 섬 일주가 가능하지만 구석구석 다양한 볼거리가 있고 휴식을 위한 최적지다.

이런 낙원이 비행기로 불과 4시간 거리. 주말에 하루 이틀의 휴가만 보태면 충분한 여행 일정이 나온다. 복잡한 세상, 고민 많은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의 달콤한 휴식을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곳. 괌의 비취색 바다로 떠나자.

괌은 역사적으로 여러 강대국의 지배를 받아 왔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은 낙원의 이미지다. 동쪽의 태평양과 서쪽으로 필리핀해가 선사하는 오염되지 않는 자연의 혜택과 원주민들의 독특한 문화를 다 경험할 수 있는 것도 큰 자랑거리지만 온갖 엔터테인먼트와 최고급 편의 시설들은 고대의 낙원과 현대의 낙원을 적절히 조화시켜 놓은 것 같다.

늦은 아침 햇빛에 눈을 비비며 일어나 커튼을 젖히면 물감이 뚝뚝 묻어나는 파란 바다가 시야가 닿는 곳까지 펼쳐지는 곳. 일년 내내 여름이 지속되기 때문에 스노클링, 패러세일링, 스쿠버 다이빙, 제트스키 등 꼭 한번씩 해보고 싶은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맘껏 즐기며 진탕 놀아보는 것도 가능하고, 아무 생각 없이 해변에 누워 하루를 소일하는 것도 가능하다.

원주민인 차모로족의 문화를 엿보거나 스페인 통치부터 이어지는 열강들의 약육강식 스토리를 답사를 통해 느껴볼 수도 있다. 이처럼 괌은 어떤 기대를 안고 오든 모든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다양한 모습을 지녔다.

공동오락구역­플래져아일랜드

한국인들의 가족여행은 어쩐지 명절 치르기와 닮은 모양이다. 어머니는 내내 가족들의 식사와 간식을 고민해야 하고 아이들은 작은 방으로 쫓겨나기 쉽상. 아버지들만 음주가무로 나름대로의 피곤한(?) 오락을 즐기는 게 보편적인 일이다. 가족들이 한데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오락이 없다는 것이 핑계가 된다.

하지만 괌에는 이런 고민들을 해결해 주는 플래져 아일랜드가 있다. 젊은 커플들이야 일단 리조트에 들어가면 두문불출(杜門不出) 오붓한 시간을 고집해도 마냥 좋겠지만 게임에 익숙한 아이들과 쇼핑을 즐기는 아내, 그리고 라스베이거스의 쇼를 보고 싶은 남편까지 모두 이 플래져 아일랜드에서 만족을 얻을 수 있다.

괌 엔터테인먼트의 심장부, 플래져 아일랜드는 99년에 대형 엔터테인먼드 빌딩인 코멧빌딩이 투몬지역에 들어서면서 그 일대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게임웍스는(Game Works) 스티븐 스필버그의 드림웍스, 일본의 비디오게임업체인 세가(Sega), 그리고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공동으로 개발한 실내 테마 공원이다.

한국의 오락실에 즐비한 대형 오락기도 있지만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아이맥스관, 나무 오르기, 스티븐 스필버그의 가상체험 퓨처 롤러 코스터 등 새로운 볼거리가 풍부하다. 1일 패스와 2일 패스를 여행사에서 구입하면 포인트에 따라 편리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플라넷 헐리우드 (Planet Hollywood)의 한쪽 벽에는 낯익은 영화배우들이 빙 둘러서 있고 그들이 어느 영화에선가 사용했다는 의상, 혹은 소품들이 다른 벽면을 채우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천정에도 자동차며 비행기가 둥실 떠 있고 데몰리션맨에 나왔던 실베스타 스탤론도 냉동인간의 모습으로 매달려 있다. 테이블에 깔린 종이에는 킴 베신저, 커크 더글라스, 마를린 먼로, 스티븐 시걸, 존 웨인 등 28명의 유명한 영화배우들의 옛 사진이 나와 있는데 주문한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누가 누구인지를 맞히는 재미가 쏠쏠하다.

언더 워터 월드(Under Water World)에서는 1,000여종 이상의 물고기들이 사방으로 휙휙 지나가는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머리 위에서 빤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징그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거대한 물고기들과 눈이 마주치면 오싹한 느낌도 들고 더없이 천진한 얼굴을 한 작은 물고기들을 보고 있으면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다.

코멧 빌딩과 함께 플래져 아일랜드의 핵을 이루고 있는 건물은 DFS 갤러리아(Galleria) 괌이다. 괌은 수입품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자유무역항이기 때문에 면세 쇼핑을 즐기기 위한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패션 월드와 부티크 월드, 엔터테인먼트 월드의 세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DFS 갤러리아에서는 15분 간격으로 각 호텔과 갤러리아를 연결하는 익스프레스 버스를 무료로 운행하고 있는데 대중교통이 불편한 괌에서는 매우 요긴한 이동 수단이 된다. 택시를 이용한 경우에는 DFS에서 택시 요금을 대신 지불하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샌드 캐슬은 라스베이거스식 마술쇼를 제공하는 괌 최고의 극장이다. 희귀한 백호들이 무대에 등장하기도 하고, 눈부신 의상과 현란한 동작으로 시선을 고정시키는 무희들의 몸놀림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나이트클럽에서 신나는 음악과 춤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고 낮 시간 동안에는 아이들에게 세계적으로 휘귀종인 백호를 보여줄 수도 있다. 얼마전에는 아기 백호가 늘어나서 관광객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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