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상퍄뉴 지방의 와인기행은 주최측인 프랑스관광성 관계자 외에는 한번도 자리를 같이 하지 못했던 사람들과의 여행이다. 혼자가는 여행도 나름대로의 고독함을 느끼며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 좋다. 하지만 더 좋은 건 처음 만난 어색함이 시간이 흘러가며 친근함으로 변화되는 것이 다양한 사람들과의 여행이다. 한번도 얼굴을 대하지 못했던 사람이 어느덧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말이다.

어릴적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했던 사람, 프랑스 관광성이 주최했던 ‘사랑의 편지 콘테스트’에서 1등을 했던 신혼부부 등 총 8명의 일행은 파리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상퍄뉴-아르덴느의 랭스(Remis)를 향하기 위해 파리 동역에서 기차에 올랐다.

기차 안에서는 바쁜 도심을 벗어나 시골길을 향하는 와중이었던지 일행 중 한 사람의 지나온 발자취를 듣느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리지도 않았다. 여행과 프랑스라는 시공간의 제한속에서 다른 일상사는 생각하지 않고 오직 하나의 관심사에 몰두했기 때문일까. 랭스의 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이미 어둠이 내려서인지 주위를 분간하기 어렵다.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와 랭스의 진면목을 살피기 시작했다. 석회질 토양과 배수가 잘되는 땅에서 나는 최고의 포도와 그 포도로 만든 샴페인으로 알려진 도시 랭스는 예술과 역사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노틀담이 있어 아름답다-랭스

랭스는 현재 20여만명이 살고 있는 작은 지방의 도시에 불과하지만 로마가 현재의 프랑스 영토인 갈리아 지방을 침공하면서 거점으로 세운 도시다. 당시 인구만해도 3만여명에 이르렀으며 교통로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 있었다. 그때 로마인들이 세운 성벽이 헐리면서 현재는 대로로 사용되고 있다.

랭스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노틀담 성당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고딕양식 성당으로 구성당이 400년께 완공된 후 증축과 개축을 반복하다 화재로 인해 소실됐다. 현재의 건물은 그 이듬해를 시작으로 약 150년이 넘는 기간동안 재건축을 통해 지어졌다.

노틀담 성당은 고딕 양식의 가장 화려한 외관 구성을 보여준다. 성당 외벽에 있는 조각들이 여타 성당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성당 외벽의 부조들은 성경의 내용을 담고 있어 중앙 입구에는 성모를 중심으로 한 수태고지(受胎告知)와 마리아의 방문을 뜻하고 있으며 오른쪽 입구에는 구약성서의 여러 인물을, 왼쪽 입구에는 천사로 둘러싸인 성 니케즈 등을 각각 나타내고 있다.

교황의 권위가 하늘을 찌르던 중세시대에는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이 라틴어로 씌여 있었고 성경 역시 성직자들 이외에는 볼 수가 없었다. 일반 평민들이 성경을 읽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림으로 성경을 표현해 일반 대중들이 쉽게 카톨릭을 믿을 수 있도록 했다.

겉모습 만큼 인상적인 것이 내부다. 내부의 구성은 간단하지만 100m가 넘는 성당 길이와 40m 정도의 천정 높이가 갖는 방대함에 일단 놀란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정면 입구의 스테인드글라스의 장미창,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하는 아름다움을 과시했다.

프랑스 역대왕들의 대관식이 거행된 곳으로도 유명한 랭스 대성당은 1차대전 이후 도시 대부분이 파괴된 와중에서도 비교적 건재한 모습으로 남아 있었고 보수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게됐다. 고딕 양식의 대표작으로 추앙받고 있는 랭스 대성당은 13세기의 원형을 유지하려고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비쳐진다.

랭스 대성당은 보수적인 기운이 강해 1950년대까지 라틴어로 미사가 열렸다고 한다. 그러나 라틴어를 알아듣는 신자들은 아무도 없다고 한다. 노틀담 성당이 프랑스 전역에 많이 생긴 것도 기존의 종교가 비교적 엄격했던 것을 성모마리아를 내세워 온화한 인상을 주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성당에서 나와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눈에 띄는 것이 공중화장실이었다. 허술한 화장실보다는 단단함과 세련미가 돋보이는 화장실의 특징은 5분후에는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는 것. 그 시간내에 모든 일들을 해결해야 한다. 원래는 안에서 열고 나오게 되었지만 견고함 탓인지 이 화장실에서 성폭행사건이 여러차례 일어나 이 방식이 시행됐다고 한다. 5분안에 모든 일을 끝마쳐야 하니 진짜(?) 일을 보는 사람만 거추장스럽게 된 셈이다.

쇼핑의 매력이 돋보인다-트로와

랭스와 어깨를 맞겨루는 도시가 트로와(Troyes)다.
예술의 도시이자 상파뉴의 역사적인 수도인 트로와는 삼페인 외에도 직물산업이 발달해서 조합형식의 작은 옷가게들이 자기만의 브랜드를 갖고 수공업으로 옷을 만들어 내고 있다. 트로와 시내의 작은 골목길을 따라 걸으면 아기자기한 중세시대의 목조로 된 집들이 나타나 보는 이로 하여금 동화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트로와는 로마인들이 세웠던 도시로 20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랭스와 마찬가지로 성곽이 허물어지면서 대로로 사용되고 있다.

트로와의 가장 큰 매력은 쇼핑에 있다. 트로와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맥아더 글렌(McArthur Glen)이라는 아울렛 쇼핑 센터는 충동구매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장소다.

이 매장은 쌩뜨 마리 다리(Pont Sainte-Marie)에 있는 곳으로 어설프게 몇 시간에 상점을 다 둘러보기에는 입점해 있는 총 85개의 상점들의 수가 버겁기만 하다. 아르마니, 베르사체, 켈빈 클라인, 발리 등 유명 메이커의 상품들이 30% 부터 50%까지 다양하게 할인·판매되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에는 모두 ‘Mode par Troyes’라는 상표가 부착되어 상품의 질과 저렴한 가격을 보증하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 한다. 한국에서는 이게 얼만데 여기에서 구입하면 그만큼 이득이라는 생각을 갖곤 하지만 그만큼에 이득이 아닌 물건을 구입한 만큼의 지출을 생각하면 쉽게 구매의 충동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 정말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입구에 외국인을 위한 추가 할인 쿠폰 북이 준비되어 있으니 잘만 사용하면 알뜰구매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끝〉

상퍄뉴 글·사진=김헌주 기자 hippo@traveltimes.co.kr
취재협조=프랑스 관광성 02-776-9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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