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행사 관계자들이 호주 멜버른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현지에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숍을 방문한 여행사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시드니에서 성업중인 한국 숍과 비교해 일부 품목의 가격이 절반 이상 저렴했던 것. 더구나 중국인 숍 점원들이 물품을 구입할 경우에는 50% 할인을 제공하겠다고 밝혀 일행을 더욱 놀라게 했다.

이에 대해 여행사 관계자들은 한국인이 경영하는 숍이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비슷한 제품을 절반 이상의 가격으로, 그것도 적지 않은 커미션을 보장하면서 판매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다. 현지의 한국인 숍 사장들이 주체할 수 없이 많은 돈을 번다는 소문에 무게를 실어주는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늘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랜드사들의 상대적인 박탈감만 크게 했을 뿐 잠깐의 성토대회로 금세 사그러들었다. 현지 숍의 횡포는 이런 바가지 상술뿐 아니라 가이드 지정, 랜드사 설립 등(관련기사 본지 1월28일자 2면)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숍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는 것이 관례인 랜드사 입장에서는 강력하게 항의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편으로는 여행사들이 스스로 숍에 높은 커미션을 요구해 가격 상승에 일조했다는 비난이 돌아오리라는 생각도 스쳤을 것이다. 초저가 상품으로 여행을 온 손님이 쇼핑과 옵션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리듯 랜드사들도 결국 왜곡된 수익구조에 스스로 희생양이 되고 있는 셈이다.

만약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는 깨끗한 랜드사가 있더라도 그저 경쟁논리만 앞세우며 독자적인 길을 걸어 온 랜드사끼리의 단합된 대응은 요원하다.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괜시리 알아서 속병만 얻은 셈이 됐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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