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조금 드러났다. 그 사이로 히말라야의 하얀 칼봉이 보인다. 차를 급히 멈추고 모두 내렸다. 그 봉우리가 에베레스트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토록 기다리던 히말라야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다시 바람이 불고 사라진다. 5분간의 사치스러운 외출.

선택받은 자들의 산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히말라야를 본 사람과 히말라야를 보지 못한 사람”
8박9일 동안 히말라야를 짝사랑한 일행들은 이 말을 즐겨 사용했다. 처음엔 가벼운 농담이였지만 여행의 마무리에선 하나의 자부심이 되었다.

히말라야. 눈바람 속 제일 높은 에베레스트가 모셔진 곳.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라지만 이곳은 달나라 만큼이나 선택된 자만이 밟을 수 있는 곳이다. 등반은 고사하고 잠시 그 장관을 알현하기에도 극진한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11월부터 2월은 네팔여행 최적의 계절로 깨끗한 히말라야를 만날 수 있다. 봄이 오면 라라구라스꽃이 아름답고 여름전까지는 산구경에 무리가 없다.

구름이 많은 여름철 우기만 피한다면 그토록 힘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개와 구름, 자연의 변덕을 누가 알까. 우리의 운은 하늘에 달렸다. 첫사랑보다 더 도도한 히말라야 만나기는 카투만두에서 출발해 나갈곳, 포카라, 사랑곳 그리고 마운틴 플라이트의 도전으로 이어진다.

나갈곳에서 별을 세다

매연이 가득한 카투만두에서 출발한 버스는 공기 맑은 산을 향한다.
높이 올라가도 드문드문 나타나는 산골사람들은 꾸불꾸불한 논밭과 함께 이미 산그림의 하나가 되었다. 동네마다 풀잎처럼 바람에 날리는 ‘룽다’가 손짓한다. 룽다는 천에 티벳어로 불경을 새겨 앞마당에 높이 세워 놓은 깃발이다. 부정을 쫓기도 하지만 부처님 말씀을 세상 구석구석으로 바람결에 실려 보낸다. 속세에서 뒹굴다 온 입산객들의 탁한 마음을 맑게 해준다.

카투만두시 32Km 동쪽에 위치한 나갈곳(Nagarkot)은 히말라야 전망대로 유명한 곳이다. 해발 2,175m로 시야가 탁 트인 나갈곳에선 날씨만 좋다면 에베레스트는 물론 칸첸중가, 안나푸르나까지 폭 넓은 히말라야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네팔인들에게 산은 절대적이다. 네팔인 가이드 아눕 쿠말구룽은 “신이 우리에게 준 선물은 오직 산뿐”이라고 말한다. 네팔은 위로 중국, 밑으로 인도에 둘러 쌓여 있고 산악지형이 전국토의 80%로 세계 정상을 다투는 고봉들이 즐비하다. 이 나라에 지금은 바다가 없지만 일억년전 히말라야 대산지는 바다였다. 지금 인도가 위치한 땅덩어리가 올라오면서 바다 깊숙히 잠자고 있던 대지가 솟아올라 세계의 지붕이 되었다.

나갈곳에 도착하니 갑자기 안개가 반기고 히말라야는 또다시 못보고 만다. 대신 구름, 안개, 석양의 기운이 뒤감겨 ‘구름위의 산책’을 선사한다. 인간계와 신선계의 중간이 이렇지 않을까? 절경마다 자리한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맘속은 천천히 비어만 간다.

나갈곳에 해가 지면 별밤이다. 흐린 밤하늘속에서 애써 별을 찾던 도시인에게 너무 많은 별빛들. 반달마저 분위기를 돋우니 네팔술 락시 한잔에 어느 누구 노래 가락이 부끄럽지 않다. 아침이 바람처럼 빨리 올뿐.

해가 뜨면 산장에서 아침인사 ‘나마스떼!’로 새벽잠을 깨워준다. 하지만 5시가 넘어도 조용한 걸 보니 히말라야 일출 보기는 또 틀린 모양이다. 아침산책으로 아쉬움을 대신해본다. 나갈곳 곳곳엔 새로운 산장이 건설중이다. 더욱 좋은 자리, 가까운 자리에 그림 같은 팬션들이 아기자기하다.

침대에 누워 발코니를 향한 큰 유리문으로 히말라야의 일출을 바라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아이가 없는 부부라면 산의 정기를 빌려도 좋을 일이다.
하산길. 그림처럼 겹치는 네팔의 시골풍경을 내려다보며 포카라, 사랑곳에서 히말라야 만나기를 기원해본다.

네팔 = 한정훈 기자 hahn@traveltimes.co.kr
취재협조=(주)예일로얄네팔에어라인 02-2648-8848

폭넓은 여행 ‘네팔’

네팔만큼 흥미로운 나라도 없을 것이다. 마을엔 룽다가 평화롭게 펄럭이고 용병 ‘구르카’는 용맹스럽다. 히피와 마오이스트, 불교와 이슬람, 배낭여행객과 카지노가 공존하는 곳이다.
상품개발 가능성도 크다. 아직 상품개발이 활발하지는 않지만 인도를 거쳐온 여행자들의 쉼터인 네팔 특유의 분위기는 포용력이 크다.

우선 물가가 싸기 때문에 배낭여행객이 많이 몰린다. 인도와 티벳등을 연계한 코스가 가능하고 가벼운 트래킹도 체험할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거나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여행을 원한다면 1주일 이상의 전문트래킹도 권할 만하다. 고산지역에서의 운동량은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고 히말라야의 경관은 인상적이다.

트래킹 코스 곳곳에 마을이 있고 전문등반가이드와 요리사, 짐꾼이 동반하므로 지시대로만 따르면 일반인도 도전할만하다. 네팔 정부는 고산등반을 목표로 하는 전문등반대에게는 높은 입산료를 요구하지만 일반트래킹의 경우 최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

트래킹 외에도 네팔의 대자연을 직접 체험하기 원하는 관광객들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히말라야의 눈이 녹아 격렬한 급류를 만들어내니 래프팅이 유명하고 포니트렉, 낚시, 번지점프, 골프, 마운틴플라이트도 즐길 수 있다.

고급스런 상품도 가능하다. 기본일정은 카투만두를 기점으로 히말라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나갈곳 전망대의 좋은 방 확보, 포카라 호반의 평화로운 휴양, 치투완 국립공원의 코끼리사파리로 구성한다. 여기에 마운틴 플라이트와 골프를 추가하면 된다. 카투만두에서 가까운 고카나 포레스트 골프리조트는 훌륭한 시설, 저렴한 그린피에 고지대라 비거리마저 많이 나가니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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