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버른’하면 먼저 ‘올림픽’이나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같은 대형 사건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뒷자리를 채우는 새로운 이미지를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멜버른은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빅토리아 주의 주도(州都)지만 직항편이 없는 한국에는 잘 알려진 도시가 아니다. 시드니에서 비행기로 불과 1시간 거리지만 거주 교민들도 많지 않고, 관광지로서의 인식도 낮아 가끔 방문하는 컨벤션 참가자들이 고작이다. 많은 일본인이나 중국인들이 멜버른을 즐겨 찾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멜버른을 방문했던 사람들은 이 곳을 가장 좋아하는 호주의 도시로 꼽기를 서슴지 않는다. 이들의 총평을 종합하면 ‘시드니만큼 아름다우면서도 차분하다’는 정도. ‘최고’에 대한 찬사로는 뭔가 미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대답이지만 사실 멜버른은 관광도시로서의 기능만 극대화되어 버린 시드니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것이 사실이다.

19세기 골드러쉬로 형성된 멜버른은 ‘호주속의 유럽’이라고 불릴 만큼 고풍스러운 멋을 간직하고 있다. 바둑판식으로 구성된 다운타운에는 유럽에서조차 사라지고 있는 트램들이 유용한 교통수단이 되고 있다. 또한 도시의 남쪽을 가로지르는 야라강(Yarra River)과 인근의 공원들은 도시와 자연의 완벽한 앙상블을 보여준다.

‘교육의 도시’, ‘정원 도시’라는 별칭답게 우수한 대학들이 많고 도시 전체가 원예사의 손길이 닿은 것처럼 아름답게 조형되어 있다. 유럽의 도시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멜버른은 도시의 어디를 가도 깨끗하게 정돈된 계획도시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는 것. 세월의 때만큼은 모방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외국인들도 흠뻑 빠져들 매력인데 시민들의 자부심은 오죽하겠는가. 파리에는 ‘파리지엔’이 있고, 뉴욕에는 ‘뉴요커’가 있는 것처럼, 멜버른에는 ‘멜버니언’들이 있다. 시드니와의 미묘한 자존심 싸움도 있다지만 한국식의 천박한 지역색과는 전혀 다르다. 멜버니언들의 ‘애향심’은 멜버른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되게 하는, 그런 종류의 사랑이다.

멜버른 박물관

호주에서 가장 큰 박물관인 멜버른 박물관은 한권의 백과사전 같은 곳이다. 호주인들의 생활사(호주 전시관), 호주 원주민들의 예술과 역사(에보리지널 센터), 동물과 식물(숲 전시관), 인체(마인드 & 바디 전시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의 전시품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www.museum.vic.gov.au

멜버른 수족관

멜버른 수족관에서는 550여종의 신비한 바다생물을 가까이서 보는 것은 물론, 시뮬레이터를 타고 바다속 여행을 떠날 수 있다. 2000년에 개장되어 호주 내 6개 아쿠아리움 중에서 가장 젊은 얼굴을 하고 있다. www.melbourneaquarium.com.au

멜버른 전망대

지난해 4월까지 리알토 타워 전망대로 불렸던 멜버른 전망대는 남반구에서 가장 높은(253m, 서울 타워보다 16m 높다)빌딩에 위치해 있다. 연간 4백만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이 전망대에서는 360도의 완벽한 파노라마를 제공한다. www.melbournedeck.com.au

쿡 선장의 오두막

피츠로이 정원의 한쪽에 위치한 오두막은 남반구를 3차례나 탐험했던 제임스 쿡 선장의 부모가 살던 집이다. 1934년 빅토리아주 100주년을 맞아 영국에 있는 오두막을 고스란히 옮겨왔기 때문에 현재 호주에 있는 건물 중에서 가장 오래(1755년 완공)된 셈이다. www.vtoa.asn.au

크라운 카지노

호주에서 가장 큰 카지노인 크라운 카지노는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어림잡아 한국의 ‘코엑스 몰’만한 공간이 모두 카지노라고 하면 비교가 될까. 도박을 좋아하는 민족성답게 중국인들이 가장 많고,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날마다 수천대의 슬롯머신과 테이블을 그득 메우고 있다. 카지노내에서는 식사나 술, 음료가 매우 저렴해서 멜버니언들이 즐겨찾는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시티 트램

멜버른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교통수단은 트램이다. 다른 도시에서는 교통체증을 이유로 일찌감치 폐기처분된 트램이지만 전통을 간직하고 싶어하는 멜버른 사람들의 도시 사랑은 그런 불편을 감수하고도 남는다. 특히 시티 서클(City Circle) 트램은 관광객들을 위해 무료로 운행된다.

2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시티 서클 트램은 승하차가 자유롭고 차이나타운, 멜버른 구 감옥, 퀸 빅토리아 시장, 사우스 게이트 등 주요 관광지들을 돌기 때문에 이용이 편리하고 관광지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곁들여진다. 멜버른의 낭만을 느끼기 위해서는 시내를 돌면서 여유 있는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는 디너 트램이 제격이다.

빅토리아 글·사진=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협찬=호주빅토리아주관광청

멜버른 구 감옥 Old Melbourne Gaol

멜버른 구 감옥에 들어서자마자 절로 나온 첫 마디는 ‘와, 호텔 같다’였다. 복도 양쪽에는 부드러운 조명이 비치는 진열장들이 늘어서 있고 둥근 천장의 지붕에서는 밝은 채광이 쏟아지고 있었다. 100년을 긁어도 구멍 따위는 낼 수 없을 것 같은 단단한 돌과 철재 난간으로 지어진 이 3층 건물이 바로 19세기에 세워진 멜버른의 감옥이다.

멜버른 감옥은 당시 수감원들이 가장 선호할 정도로 시설이 좋은 곳이었다지만 어쨌든 감옥은 감옥이다. 말썽을 예방하기 위한 엄격한 침묵과 감금생활이 강요되었고 감방 밖으로 나갈 때는 옥양목 두건을 착용해야 했다. 이 곳에서 135명의 남녀 죄수가 교수형에 처해졌다.

박물관으로서의 용도가 사라진 죄수들 대신 감방마다 들어앉아 있는 것은 그들이 숨을 거둔 후 제작된 데드 마스크다. 범죄자들의 골상학 연구를 위해 사형수들의 두상이 석고로 제작됐다고 한다. 그 중에는 악명높은 산적 네드 캘리(Ned Kelly)의 데드 마스크(Death Masks)도 포함되어 있다.

그 옆에는 그가 농기구를 이용해 만든 무쇠갑옷도 전시되어 있다. 1880년 11월11일 참수형 당시, 네드 켈리는 “인생은 그렇고 그런 것이다(Such is Life)”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고 한다.

현재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이나 토지는 시민단체가 사들여 보존하는 사회운동) 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멜버른 구 감옥에서는 해가 진 뒤 촛불에 의지해 진행되는 야간 투어뿐 아니라 연회용으로 감옥을 대여하는 일까지 하고 있다. 열린 시민들의 열린 프로그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www.nattrust.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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