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졸린 눈을 비비며 모자를 푹 눌러쓰고 버스에 올랐다. 취재에 별로 적극적이지 않던 다른 나라 몇몇 기자들까지 모두 같은 표정으로 모였다. 졸리운 표정과는 달리 건네는 인사에는 기대감이 가득차 있다. 인도네시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 ‘보로부드르 사원’과 일출을 보러 가기 때문이다.

어찌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까지 와서 이곳을 안 보고 갈 수 있을쏘냐.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모두들 취재 일정표가 나오자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이 보로부드르(Borobudur) 사원 방문 일이다. 개인적으로 간다면 묶고 있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오전 투어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게다가 ‘일출’까지 본다니 그 기대감이 상상이상이다.

보로부드르 사원은 족자카르타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42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차로 이동하면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보로부드르는 수수께끼가 많은 불교 사원이다. 인도네시아가 이슬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중부 자바지방에 불교사원이 위치한 것도 신기하고 8세기 경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그 보존상태가 비교적 좋다는 것도 신기하다. 그 웅장함과 오밀조밀함에 더욱 감탄만 나오게 만드는 사원이다. 동남아시아의 불교 사원 가운데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와 견주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원으로 통한다.

입구에 도착, 비몽사몽간에 눈을 떠보니 불이 없어도 사위를 분별할 수 있을 정도로 날이 밝았다. 혹시나 해가 먼저 떠버릴까봐 모두 바쁘게 움직인다. 어슴푸레한 어둠속에 사원이 눈에 들어온다. 4층으로 된 기단 위에 다시 3개의 원형 기단이 놓여있고 종을 엎어 놓은 것같은 탑이 수없이 많다.

너나할 것 없이 꼭대기로 올라가 동쪽을 바라본다. 멀리 자바섬에서 가장 위력적인 화산으로 꼽히는 머라피 산이 구름 사이로 뽀족한 머리를 내밀며 하얀 연기를 뿜고 있다. 푸른 숲이 우거진 족자카르타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냇물이 흐르듯 안개가 숲과 타운을 휘감고 있지만 시야가 청명하다. 화려한 일출을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

20여분 종모양의 스투파(Stupa:부처님이 안에 들어있는 종모양의 탑) 사이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사위가 금새 밝아져 해가 구름 사이로 이미 솟았을 거라고 체념하는 사람도 있다. 돌계단 한켠에 걸터 앉아 뭔가 끄적이는 사람들도 있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수다를 떨기도 한다. 사진찍는 위치를 찾느라 부산하게 움직이는 이들도 있다.

“아”하는 탄성이 곳곳에서 터진다. 머라피 산에서 두빰 건너 구름사이로 붉은 해가 빼꼬미 고개를 내민다. 간혹 셔터 소리만 들릴 뿐 황홀한 일출의 풍경에 빠져든다. 산아래 너울거리는 안개조차 아침 햇살을 머금더니 더욱 눈부시다.

순식간에 일출 감상이 끝났다. 이제부터 정식으로 보로부드르를 돌아볼 차례다. 보로부드르 사원은 기원후 8세기경에 인도네시아 자바 중부에서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던 샤일렌드라 왕조에 의해 세워졌다. 이 왕조가 쇠망함에 따라 역사속에 사라져버렸다. 사원이 다시 발굴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천년 후. 천년 넘게 화산재 속에서 잠을 자다 고스란히 깨어나온 사원에 모두들 찬탄을 했다.

녹색의 들판과 산들이 활달하게 펼쳐지는 능선위에 조용하고 위엄있게 들어서 있는 보르부드르는 높이 40m의 7층 테라스로 올려진 거대한 사리탑으로 구성돼 있고 양쪽 길이는 60m의 벽면에 양각이 조각돼 있다. 수십개의 스투파가 들어선 모양도 장관이지만 사원의 진짜 비밀은 각 층의 벽면에 새겨진 부조 때문이다. 부처의 탄생을 비롯해 그의 일생과 행적, 가르침이 정교히 그려져 있다. 특히 제일 아래 기단에는 미래를 예언하는 부조들이 새겨져 있어 더욱 놀라움을 준다.

보로부드르 사원 개장시간은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날씨가 더워 주로 오전에 많이 방문한다. 사월초파일에는 불교신도들이 등불을 들고 모여 회랑돌기를 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족자카르타 글·사진 =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경주를 닮은 도시 ‘족자’

인도네시아 자바 섬 중부에 위치한 족자카르타(Yogyajakarta:또는 족자)에는 보로부드르 사원 말고도 많은 문화 유산과 관광매력을 간직한 곳이다. 게다가 푸른 숲과 붉은 지붕이 적절히 어우러진 아담한 모습이 무척 정겹다.

보로부드르 사원 다음으로 꼽히는 곳은 힌두사원인 프람바난(Prambanan). 인도네시아에서도 가장 큰 힌두 사원이다. 이 사운은 9세기 중반 바리퉁 마하 삼부왕에 의해 건설됐다. 8개의 사원 단지 중 3개는 시바, 비스누, 브라마를 모신다. 주사원인 시바의 높이는 130피트. ‘날씬한 처녀 사원’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화려한 조각으로 사원 외부를 장식, 무척 독특하고 아름답다. 이 사원 역시 화산재 속에 파묻혀 있어 천년이 넘는 역사동안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다. 특히 밤이면 조명으로 장식, 화려함이 극치에 달한다. 주변 야외극장에서는 전통 민속 무용 공연 등을 하기도 한다.

보꼬 사원과 전망대도 들러볼만한 곳으로 꼽힌다. 사원 자체는 앞선 두 사원에 비해 그리 볼게 없지만 사원 입구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족자의 경치가 일품이다.

흡사 우리의 경주와 같은 족자에는 곳곳에 사원과 왕궁 등이 있다. 특별히 문화 유산에 관심이 많은 관광객이라면 각기 지어진 시기가 다른 사원들을 돌아보며 서로 비교해도 좋을 것이다. 족자 시내에 위치한 크라톤(Kraton)은 상징적인 왕인 술탄이 살았던 곳이다.

족자 남쪽으로는 바다에 면해있어 해변 놀이 등을 즐길 수 있다. 리조트들도 많다. 시내에는 독특한 장식들로 인기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바 등이 즐비하다. 족자는 또 교육의 도시이기도 하다. 국립대, 사립대 등 16개의 대학이 족자에 모여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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