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들의 항공권 대리판매 수수료율 인하 움직임이 올해에는 새로운 양상으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인 수수료율 인하 조치가 아닌 수수료율 조정 이외의 간접적인 조치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수수료율 인하효과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다.

아직 수면 위로 본격 부상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상당수 항공사들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수익증대 방안 중 하나는 바로 신용카드 수수료를 대리점과 분담하는 방안이다.

이번엔 신용카드 수수료다!

항공사들의 수수료율 인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던 지난해 9·11 테러사건의 여파가 거의 사그라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직접적인 수수료율 인하 조치와 신용카드 수수료율 분담과 같은 간접적인 방법이 병행될 공산도 크다.

신용카드로 항공권 요금을 결제했을 경우 항공사가 부담하는 신용카드 수수료는 카드사 및 항공사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략 3%대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는 수수료를 항공사가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지만 각 항공사별로 이를 변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유럽계 항공사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를 항공사가 모두 부담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판단으로 현재 내부적으로 판매여행사와 이를 분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항공사들이 검토 중인 방안은 여행사에 지급하는 항공권 판매 수수료에 대한 카드수수료는 해당 여행사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항공사의 몫은 결국 여행사에 지급한 수수료를 제외한 부분에 한하기 때문에 항공사는 그 부분에 대해서만 카드수수료를 부담하고, 여행사 몫으로 돌아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판매여행사가 카드수수료를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즉, 각자의 몫에 대한 카드수수료는 각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에 대해 모 항공사 관계자는 “몇몇 항공사가 개별적인 차원에서 카드수수료 분담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들었다”며 “아직 공론화된 상태는 아니지만 논리적으로 합당한 것이어서 항공사들간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시장상황 등 제반 여건이 갖춰지면 언제라도 업계의 뜨거운 이슈로 부상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항공사들의 이같은 방침이 실현될 경우 여행사들이 부담해야 되는 부분은 판매수수료에 대한 카드수수료다. 100만원짜리 항공권을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판매수수료율은 9%,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3%라고 가정할 경우 판매여행사는 9만원의 3%인 2,700원을, 항공사는 91만원의 3%인 2만7,300원을 부담하게 된다.

왜 신용카드 수수료인가?

한국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현금결제를 대체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0여년 전부터다. 이 기간 동안 총 8,100만장의 신용카드가 보급돼 국민 한 사람 당 약 2장 꼴로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 또한 신용사회 건설을 목표로 세제지원 등 각종 지원책을 통해 카드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어 신용카드 사용 실적 또한 눈덩이처럼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구매액 중 신용카드를 통한 구매비율이 60%를 넘어서 약 160조원의 매출 기록을 세웠으며, 현금서비스 이용액까지 합산하면 4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는 이보다 50% 정도 성장한 약 600조원 규모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등 신용카드 사용 폭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여행업계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IATA 한국지부가 최근 발표한 ‘2001년 BSP 항공권 판매실적’에 따르면 판매실적 상위 30위 여행사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총 1조3,729억4,500만원의 판매실적을 거뒀는데, 이 중 69%가 신용카드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열 중 일곱은 신용카드로 항공권 요금을 결제하는 것이다.

“액수가 큰 데다가 연말정산을 통한 소득공제 혜택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요즘은 거의 대부분 신용카드로 결제한다”는 게 여행사 종사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당장 현금이 급하기 때문에 현금으로 지불할 경우 2∼3만원 정도 할인해 주겠다고 해도 대부분은 그냥 신용카드로 결제한다”고 한다. 항공권은 결제액 단위가 크기 때문에 타 분야에 비해 카드 사용률 또한 월등히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체 판매액 중 70% 이상이 신용카드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항공사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은 작지 않은 게 사실이다. “3∼4%라고는 하지만 연간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매출액을 감안하면 엄청난 부담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그 규모가 더욱 팽창할 것이기 때문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는 게 항공사들의 주장이다.

여행사, 남는게 없다

“항공권의 신용카드 수수료까지 부담하게 되면 여행사는 전화비도 건지기 힘들 겁니다.” 모 홀세일 업체 종사자는 만약 항공사들의 카드수수료 분담 방안이 현실화되면 여행사들은 판매 수수료율 인하 못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 업체의 한 달 평균 항공권 판매액은 약 70억원 정도.

이 중 신용카드를 통한 매출액 규모는 약 50억원에 이른다. 만약 항공권 판매 수수료만큼의 신용카드 수수료를 부담하게 된다면 한 달에 1,350만원(매출액50억×판매수수료율0.09×카드수수료율0.03)을 카드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대리점에 판매수수료 떼어주고 카드수수료 떼어주고 운영비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게 없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지난해 가을 ATR 여행사에 대해 취해졌던 판매 수수료율 인하 조치가 언젠가는 BSP여행사에도 적용될 것이란 걱정만 하고 있었다”며 신용카드 수수료 분담 방안에 대해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만약 여행사가 신용카드 수수료까지 항공사와 분담하게 된다면 여행사들의 수익구조는 더욱 악화될 게 뻔하다”고 말했다.

사실 항공사들의 신용카드 수수료 분담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그다지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항공사별로도 이에 대한 접근방식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쉽사리 공식화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9·11 테러 여파로 업계 전체가 홍역을 앓은 데다가 지난해 가을에 이뤄졌던 ATR 여행사에 대한 수수료율 인하 조치의 기억이 아직 또렷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움직임은 이미 꿈틀대기 시작했으며 제반 여건이 갖춰지면 언제라도 수면 위로 급부상할 개연성을 안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수익자 부담 논리’로 무장한 항공사의 공세에 과연 여행사들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인지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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