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친환경적인 자연정책으로 선진국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곳이다. 지난해의 블루마운틴 화재 사건 때에도 코알라, 캥거루 등 불에 갇힌 동물들을 구출하기 위한 구조대의 활동은 인간의 생명을 다룰 때와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호주의 어딜 가나 희귀한 동물들을 최적의 상태로 보호하고 있는 야생 동물원과 보호센터, 그리고 보존 구역을 만날 수 있다.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인 캥거루와 코알라 등의 희귀 동물은 사실 호주의 제1산업인 관광산업의 최대 공신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빅토리아주의 남부 해안에 위치한 필립 아일랜드(Phillip Island)는 ‘미래의 동물원’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수집품처럼 동물들을 모아서 가둬주는 방식이 아니라 야생의 상태를 고스란히 보전하고 있다. 인간의 왕성한 호기심은 첨단기술을 통해 해결하지만 인공적인 영향력을 최소화했다.

이런 독특함 때문에 필립 아일랜드는 100년 이상 관광지의 명성을 누려온 자연공원이다. 수려한 해안선을 따라 세계에서 가장 작은 펭귄들이 펼치는 ‘펭귄 퍼레이드(Penguin Parade)’, 바다물개들의 집단 거주지인 ‘노비스(The Nobbies)’, 코알라들을 보호하고 있는 ‘코알라 보호센터(Koala Conservation Centre)’ 조류 서식지인 ‘울라마이(Woolamai)’빅토리아 시대의 유적지인 ‘처칠 아일랜드(Churchill Island)’등의 방문지들이 섬 주변에 배치되어 있다. www.phillipisland.net.au

연미복 신사들이 펼치는 해변의 퍼레이드

하루에도 4계절을 다 보여준다던 멜버른의 날씨는 저녁이 되니 겨울이 되어 버렸다. 2월이면 한창 여름, 30도가 넘는 혹서가 정상이지만 며칠동안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밤에는 더욱 바람이 차다.

멜버른에서도 남쪽으로 1시간30분 거리인 이 곳 필립 아일랜드는 밤바람이 차기로 더욱 유명하다. 해지면 밖에 나갈 일도 없고 갈 곳도 없는 호주지만 필립 아일랜드는 해가 지면 더욱 분주해지는 곳이다. 이날 역시 차가운 바람에도 불구하고 수백명의 사람들이 섬머랜드 해변에 앉아 누군가를 열심히 기다리고 있다.

어둠이 바다로 녹아들자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것은 일어났다 스러지는 하얀 거품들뿐. 방풍을 위해 담요에, 비닐부대까지 총동원한 사람들의 ‘소곤소곤’이 ‘두런두런’으로 바뀔 때쯤 이윽고 ‘그’가 떴다.

오늘도 짙은 푸른색의 연미복과 하얀 셔츠를 단정히 차려입은 그. 하지만 그가 나서려는 곳은 사실 무대가 아니라 전쟁터다. 오늘의 척후병이 된 ‘그’가 주위를 확인하고 ‘안전하다’는 신호로 요란하게 울어대면 뒤를 이어 역시 연미복 차림의 동료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나타난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펭귄이다. 인천상륙작전처럼 해변을 덮는 장관을 상상한 사람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뒤뚱뒤뚱 귀여운 펭귄들(30cm가 조금 넘는다)은 여성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극지방에 가지 않는 이상 야생에서 펭귄을 관찰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펭귄 퍼레이드가 밤에만 펼쳐지는 이유는 그들이 어둠을 틈타 이동하기 때문이다.

펭귄들의 ‘귀가’는 정체도 없는데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서행이 계속된다. 구석구석 핥고 털며 몸단장을 하기도 하고 이웃집 펭귄과 수다를 떨기도 한다. 모래사장을 벗어나 언덕으로 올라가면 덤불속에서 발견되는 많은 구멍들이 그들의 집이다. 펭귄들도 음식물을 위에 저장했다가 새끼들을 먹이기 때문에 어린 펭귄들이 자라는 시기에는 더욱 많은 펭귄들을 볼 수 있다. 11~1월 사이에는 1,000마리 이상으로 수가 불어난다.

관광객들을 위한 비지터 센터에는 쌍방향으로 작동되는 다양한 전시, 안내 시설과 기념품 판매점, 기념 촬영소 등이 갖춰져 있다. 펭귄들은 해가 뜨기 직전에 바다에 나가 해가 지고 난 후에 귀가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 펭귄을 관찰할 수 있는 것도 그 두 가지 시간대(계절에 따라 달라진다)뿐이다. ‘펭귄과 아침 식사를’이라는 프로그램의 경우 펭귄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 아침을 먹을 수 있으며 코알라 보호센터와 처칠 아일랜드도 덤으로 입장할 수 있다.

이 곳에서 가장 주의할 점은 카메라 사용이 절대 엄금되어 있다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터지는 강한 빛에 펭귄들이 실명할 수 있다. 해변에서는 요소요소에 배치된 자원봉사자들의 매서운 눈길이 번뜩이기 때문에 아예 카메라 비슷한 것도 꺼내 놓으면 안 된다.

물개들의 천국, 실 락(Seal Rocks)

펭귄들에게 1~2m 거리까지 다가설 수라도 있었지만 바다물개는 어림도 없다. 수백마리의 바다물개(Cow Seal, Bull Seal)들이 진을 치고 있는 바위(Seal Rocks)에서 1.5km 떨어진 조망대가 그들과의 최단 거리다. 물개들에게 가장 위험한 적은 상어도 아니고 먹이 부족도 아니라 바로 가죽을 얻기 위해 수만마리의 물개를 죽여왔던 인간이다.

1800년대에는 매년 1마리의 물개들이 사냥으로 사라져 나중에는 100여마리밖에 남지 않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1891년부터 정부는 보호정책을 세웠고 1928년부터 실 락 인근의 6헥타르의 땅은 일반인들에게 접근할 수 없는 성역이 되었다.

이제 사람들이 물개를 가까이 볼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쉬운 방법은 노비스(The Nobbies) 해양센터를 방문해 해안에 설치된 최첨단 망원 카메라를 통해 물개들을 보는 방법이다.

180도 파노라마 스크린(Seal Watch Panorama)으로 중계되는 생방송 속에는 갓 태어난 새끼부터 집채만한 범개까지 수백마리의 물개들이 출연해 장관을 이룬다. 두번째는 크루즈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방법. 수천마리의 물개로 덥힌 바위까지 가까이 접근한다.

해양센터에는 물개들의 생태를 보여주는 전시물(The Pools of Life)과 ‘발견의 항해(The Voyage of Discovery)’라는 테마파크식 가상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배를 타고 항해를 시작하면 한국어 안내 방송을 들으며 물개를 무분별하게 포획했던 과거의 일들과 물개의 생태들을 쭉 둘러볼 수 있다.

움직이는 홀로그램으로 물개들의 천적인 상어에게 공격당하는 경험(The Shark Attack)도 할 수 있다. 노비스는 자연관찰뿐 아니라 로맨틱한 저녁식사 장소로도 유명하다. 레이디 넬슨(Lady Nelson) 레스토랑은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기 때문에 붉게 물드는 바다와 실 락을 바라보며 바다가재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빅토리아=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협찬=호주 빅토리아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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