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홍콩(Hong Kong)하면 거대한 빌딩들의 마천루를 연상하기 쉽다. 하지만 홍콩의 진짜 매력은 바로 홍콩 사람들이다. 개개인의 힘은 작고 미약하지만 인공의 장벽을 어루만지며 따스한 활기를 불어넣는 홍콩인들이 있어 도시는 더욱 역동적이다.

홍콩의 면적은 1,100㎢. 그리고 260개의 섬을 가지고 있다. 그 안에 700만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전 지역의 70%가 시골이고 나머지 30%가 도심이라고 하니 도심의 인구밀도는 가히 세계적이다. 게다가 이 도시에는 연간 1천만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이 찾아든다. 홍콩에서는 관광객조차 이방인이 아닌 홍콩인이 된다.

쇼핑 상점이 밀집한 구룡반도의 나단 로드같은 곳에서 날씨 좋은 날 노천카페에 자리잡고 앉아 있으면 사람 구경에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다. 영화 첨밀밀에서 양조위가 장만옥을 자전거 뒤에 태우고 거리를 달릴 때의 활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더욱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전망 구경 때문에 홍콩 관광 1번지로 꼽히는 빅토리아 피크는 구경나온 젊은 연인들과 가족, 관광객들로 분주하다. 그 가운데에 진짜는 아니지만 세계 유명인들을 실물 모습 그대로 만날 수 있는 밀랍인형관 ‘마담 투소(Madame Tussaud’s)’가 있다.

마담투소에서는 200여년의 역사를 아우르며 세계를 주름잡은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홍콩의 대표적인 쿵푸 스타 이소룡과 성룡, 헐리우드의 대표적인 액션영화배우인 실베스타 스텔론이 먼저 반긴다. 마담 투소의 가장 큰 특징은 인형이지만 실제와 똑같다는 것이다.

실존하는 스타들이 직접 모델이 되기도 하고 옷이나 액세서리 등의 소장품들을 전시를 위해 제공하기도 한다. 얼굴이나 손등의 핏줄이나 피부 타입까지도 실제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너무 진짜 같아 만져보기도 두려울 정도다.

전시관은 크게 ‘무비월드’‘스포츠 스타관’‘위대한 인물관’‘음악 유물관’ 등 7개로 나뉜다. ‘무비월드’관에서는 찰리 채플린, 마릴린 먼로, 험프리보가트, 해리슨포드, 피어스 브로스넌,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등 과거와 현대를 주름잡던 영화 배우들이 영화속 장면대로 구경꾼들을 반긴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과 등소평, 장쩌민 등의 정치지도자들, 루이18세와 마리 앙뜨와네트와 같은 역사속의 인물들, 마돈나, 마이클잭슨, 비틀즈, 엘비스 프레슬리 등 팝 스타 등 총 200여명의 밀랍인형들이 주인공이다. 밀랍인형들이 만들어지는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전시실도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들과 악수도 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홍콩인들을 만나는 것이다.

이른 아침 공원에서는 하얀 도복을 입은 사람들이 힘찬 동작을 내지른다. 장년층을 중심으로 홍콩에는 중국전통의 건강무술인 타이치 배우기 붐이 한창이다. 기체조 또는 태극권이라고도 불리우는 타이치는 도구 없이 격하지 않은 동작으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무술이어서 남녀노소할 것 없이 인기가 높다.

외국인들을 위한 타이치 강습도 있다. 타이치 체조로 흘린 땀은 중국 전통차로 보충해주면 게운하다. 홍콩에는 중국차 만들기나 다도 등을 익힐 수 있는 강습 프로그램도 있다.

신공항이 위치해있는 란타우섬은 홍콩의 불교와 소박한 어촌마을의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란타우 섬에 있는 포 린 수도원은 이 지역의 가장 오래된 불교 사원으로 행운과 안녕을 비는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향 피운 제단을 향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는 홍콩인들의 모습은 무척 진지하며 강건하다. 수도원에서는 순수 채식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포린 수도원 옆에는 세계 최대의 옥외 청동 좌불상이 있는 곳이다. 높이 26미터의 거대한 청동불상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홍콩의 또다른 상징물이다. 언덕위에 200톤의 무게를 지닌 청동 불상이 올라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경외심을 가지기 충분하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수도원과 주변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꽤 높은 데도 불구하고 청동 부처를 대면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든다.

홍콩에는 많은 불교 및 도교 사원과 유적지들이 있다. 홍콩인들은 정신적인 믿음과 관습 그리고 미신까지도 소중히 여긴다. 특히 홍콩 은행 빌딩과 같은 현대적인 건물도 풍수를 고려해서 지었을 정도다. 홍콩인들은 할 수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소원을 빈다. 소원을 적은 편지를 오렌지에 감아 소원 나무로 던지는 풍습이 연중 활기를 띠고 있다.

란타우 섬 남부의 타이오 어촌 마을에는 각종 어류와 해산물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전통 어시장이 있다. 작은 고기잡이 배들이 끊임없이 드나들고 싱싱한 해산물을 두고 흥미진진한 거래가 일어나는 곳이다. 어슬렁거리며 슬쩍슬쩍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부들의 생활상이 활기를 준다. 란타우 섬은 홍콩의 260개 섬 중 가장 큰 곳으로 신공항에 이어 2005년 디즈니 월드가 오픈할 예정. 구룡반도와 홍콩섬에 이어 제3의 관광지로의 부상을 꿈꾸고 있다.

중국 반환이후 홍콩의 모습은 더욱 복합적이다. 중국 본토의 문화와 전통의 모습이 섞이고 코스모폴리탄으로서 바깥의 문화들이 속속 유입돼 먼저 선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제각각이지만 묘하게 어우러지는 사람들이 있어 홍콩 여행이 더욱 즐겁다.

홍콩 글·사진 =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취재협조 = 홍콩관광진흥회 02-778-44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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