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싸한 냄새가 코끝을 감돈다. 묵직한 수증기가 함께 몸을 감싸도는 냄새의 정체는 다름 아닌 온천에 가까워졌음을 알리고 있다. 바다의 비릿한 냄새도 어느새 몸에 배어 익숙하다.

오바마 해수온천

나가사키 현의 시마바라 반도는 다양한 온천 체험이 가능한 곳이다. 오바마(小浜)는 해수 온천이며, 인근의 운젠(雲仙)도 유황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또한 시마바라(島原) 온천은 탄산 온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들 유명 온천들의 특징도 참 제각각이다.

오바마는 온천 관광도시답지 않은 다소 황량한 표정의 도시다. 작은 마을 오마바쵸가 보여주는 이곳의 첫 인상은 해안선을 따라 자리한 호텔, 료칸(여관)의 즐비한 굴뚝들이다. 작은 공단과 비슷한 분위기가 풍겨져 나오는 것도 사실 흰 연기를 뿜어내는 호텔, 료칸 굴뚝 때문일 터.

오바마쵸는 390년 된 역사를 가지고 있고, 해안선을 따라 30여 채의 료칸과 호텔이 즐비해 있다. 이 곳을 찾는 방문 인원도 연간 25만명에 이른다고.

이 곳은 바다를 끼고 있는 해수온천으로 하루 25만 톤의 온천이 뿜어져 나와 인근 여관, 호텔에서 온천수로 끌어다 쓰고, 상당수는 바다로 다시 흘려보낸다고 한다. 바다에서 100도가 넘는 용천수가 나오는 탓에 육안으로 보기에도 바다는 적당히 데워져 있는 듯 싶다. 바닷물과 용천수가 섞여 따끈해진 오바마의 다치바나 만은 플랑크톤이 풍부해 인근 해변의 양식업 발달하기도 했다.

2월 중순 무렵 방문한 오바마는 겨울의 찬 기운이 한결 누그러져 있었다. 지반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천 열기 덕분이다. 때문에 일행 중 한 사람은 발 아래로부터 온기를 온 몸에 전하려 하듯 맨 발인 채로 천천히 걸어 다녔다.

이 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어느 곳에서든 온천 도시라는 사실을 잊을 수 없다. 마치 대지의 신이 하얀 입김을 뿜어내듯 지반 틈새로 수증기를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

온천과 삶은 달걀은 불가분의 함수 관계다? 해수 온천의 의학적 효능과 높은 온도를 증명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재료는 단연 삶은 달걀. 해수 온천이라 간이 잘 배어 있는 달걀을 하나 먹으면서 일년을 더 산다는 식의 옛 일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한 알을 냉큼 배어 물었다.

다치바나 만을 따라 형성된 오바마 온천의 백미는 단연 해수 온천에 몸을 담구고 바라보는 저녁놀이다. 물론 예전처럼 바다에 직접 들어갈 수는 없지만 간이로 마련해 놓은 노천 욕탕에서 아쉽게나마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저녁놀을 바라볼 수 있다. 오바마의 해수 온천은 류마티스, 신경통, 부인병, 빈혈에 효능이 있다고 잘 알려져 있다.

운젠 유황온천

운젠(雲仙)의 본디 이름은 운젠(溫泉)이다. 고서에는 이 곳의 지명이 운젠(溫泉)으로 표기돼 있었다고 한다. 이 곳의 지명은 메이지 시대에 이르러 다른 온천과 헷갈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이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자욱한 연무가 인상적인 마을 풍경과 당시 시인, 화가 등 예술인의 방문이 잇따른 곳이니만큼 ‘구름 속 신선’이라는 낭만적인 지명도 썩 잘 어울린다.

운젠은 유황 온천으로 특히 유명한 곳이다. 중심 온천가인 운젠 지옥의 초입은 달걀 썩는 듯한 유황 온천 특유의 냄새가 진동했다. 주변부는 연무에 휩싸여 있어 시야를 가리고 있다. 여기에 예고 없이 방문객을 덮치는 용천 온천수에 물벼락을 맞기 십상이다.

운젠 지옥은 30여 곳. 족히 100도는 넘는 듯한 온천에 손을 담겨볼 요량이 나지 않는다. 운젠 지옥이라는 지명은 부정한 일을 저지른 여인이 처형된 날 우연히도 운젠 지옥의 물이 솟아나오는 데서 유래됐고, 주변 풍경이 유황지옥이 연상된다는 데 착안한 작명이다.

또한 군데군데 자리한 운젠 지옥 주변에는 유황 성분 때문에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하얗게 말라죽은 나무가 즐비하다. 누렇고 혹은 푸르딩딩한 유황 성분이 군데군데 배어나온 풍경이 제법 살벌해 보여 옛 사람들이 그런 연상을 하는 것이 무리가 아닌 것 같다. 운젠 지옥은 자욱한 수증기를 뿜어내는 기세와 지열로도 충분하게 온기를 느낄 수 있다.

펄펄 끓는 유황 온천으로 삶은 달걀은 해수 온천의 그것과는 다른 맛이다. 우선 달걀 껍질의 색깔과 냄새, 효능이 다르다고 한다. 운젠 지옥에서 달걀과 탄산수를 팔고 있는 할머니는 이 곳의 터줏대감.

머릿수건, 앞치마 등 전형적인 시골 아낙네의 모습을 하고 있던 이 할머니는 마다하는 비슷한 연배의 할아버지에게 음료수와 삶은 달걀을 안긴다. 그 할아버지는 할머니보다 조금 위쪽에 위치한 곳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한 사진을 판매하는 분.

운젠 온천가는 약 1,300여 년 전부터 형성된 곳이다. 예외 없이 빨간 지붕을 하고 있는 17채의 전통 료칸, 호텔에서 이 온천을 끌어다 쓰고 있다고.

료칸에서는 접대를 총괄하는 안주인 오카미상이 있다. 오카미상은 손님의 첫 접대에서부터 차와 잠자리 시중 등을 총괄하는 사람으로 료칸 사장의 아내 혹은 딸이 그 역할을 수행한다.

전통 다다미방과 ‘맞춤’서비스를 제공하는 료칸은 특급호텔 수준의 가격이 제법 만만치 않지만 일본식 손님 접대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유황 온천의 역시 류마티스, 신경통, 피부병 등에 효능 있지만 화상 환자에게는 부적합하다고 한다. 더불어 미백 효과도 있다고 한다.

1934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운젠 공원도 볼거리다. 운젠 시마바라 반도 중앙에 위치하고, 운젠 5악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운젠 공원의 정상 후켄다케를 로프웨이를 타고 바라보는 풍경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오바마, 운젠 글·사진=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취재 협조=나가사키 현 서울 사무소 02-399-2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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