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빅토리아주는 세련된 도시와 호주만의 자연환경이 공존하는 곳이다. 유럽풍의 현대 도시 멜버른을 중심으로 불과 1~2시간 거리에는 호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동물들과 태초의 자연들이 숨쉬고 있다. 그런 동물들을 가까이서 만지고 안아보고, 또 먹이를 주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통제와 격리에 의한 자연보호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이다.

멜버른시에서 동쪽으로 차를 달려 1시간이면 단대농 산맥(The Dandenong Ranges)에 도착한다. 시원하게 쭉쭉 뻗은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골짜기를 따라 온갖 생물들이 보호받으며 살고 있는 단대농은 멜버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들이 장소다.

단대농에서 가장 인기 높은 일은 야생 조류에게 먹이를 주는 일이다. 버스에서 내려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보니 애교머리를 곧게 따 내린 아주머니가 나무인 양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다.

양 팔과 어깨, 그리고 머리에는 꽃인 양 알록달록한 새들이 올라 앉아 있다. 가지를 이동하듯 사람과 사람 사이를 폴짝 폴짝 옮겨다니는 이 로젤라(rosella)들이 바로 단대농 계곡의 명물이다.

손바닥위의 먹이를 게걸스럽게 탐하는 로젤라는 두껍게 칠한 크레파스처럼 진빨강 몸통과 진파랑 날개(꼬리)를 가졌다. 모두들 스스럼없이 손바닥에 내려앉는 앙증맞고 귀여운 새들에 넋을 빼앗긴다. 일단 먹이를 한움큼 쥐고 새들을 유혹하기 시작하면 가이드가 출발을 재촉할 때까지 떠날 줄을 모른다.

퍼핑 빌리 증기열차

열차칸마다 사람들이 올라타기 시작한다. 지정된 호수도, 좌석도 없으니 그냥 들어가고 싶은 곳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좌석이 앞이 아니라 좌우를 향해 배치되어 있는 모양이 열차밖 풍경을 잘 보라는 뜻 같기는 한데, 실은 모두가 좌석에 앉기를 거부한다. 단대농 증기선의 로얄석은 창가다.

열차가 출발하기 전에 멋진 제복의 승무원 할아버지가 다가와 창가에 매달려 앉으라고 일러준다. 한국에서라면 위험하다고 욕 꽤나 먹었을 일이지만 이 곳에서는 친절한 설명까지 들려준다. 물론 창문에는 두 줄의 안전봉이 설치되어 있다. 열차 밖으로 내민 두 다리들이 너무나 자유롭다는 듯 대롱거리고, 머리를 쑥 내밀어 앞칸, 뒷칸 사람들도 살펴본다.

드디어 퍼핑 빌리(Puffing Billy) 열차가 벨그레이브(Belgrave)역을 출발한다. 머리에서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달리는 증기 열차다. 빨랫줄에 매달린 빨래마냥 길이 굽어지는대로 기차가 흔들리는대로 사람들이 나부낀다. 열차가 허리를 휘청거릴때마다 열차 앞쪽의 사람들과 뒤쪽의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고 사진을 찍으며 한바탕 소란스러워진다. 열차 양쪽은 계속 쭉쭉 장대처럼 솟은 나무와 숲이다.

골드 러쉬로 한창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1880년대에 만들어진 이 증기열차는 숲을 통과하는 유용한 교통수단이었다. 당시에 건축된 나무다리가 아직도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놀라운 것은 우리를 창밖으로 내몰았던 승무원 할아버지를 비롯해 모든 승무원과 기관사들이 자원봉사자라는 점이다. 다음역인 맨지스 크릭(Menzies Creek)역에 도착하자 이색적인 열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자 하는 사람들로 잠시 주위가 난장판이 되어 버렸다.
61-3-9754-6800

와룩 캐슬 팜의 목장체험

고풍스러운 식당과 가정식 바베큐에서 후한 점수를 얻은 와룩 캐틀 팜(Warrook Cattle Farm)은 진짜 농장의 생활과 동물들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양치기 개들의 ‘양몰이 쇼’는 물론 ‘소 젓짜기’나 ‘양털깍기시범’ 그리고 양과 소에게 우유를 먹이는 체험까지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실제 농장의 양들은 양떼구름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털을 싹싹 밀어낸 양들은 양인지, 염소인지 구별이 안 갈 정도로 초라해져 있다. 이마에 파란 색칠도 볼썽사납고 어떤 녀석은 냄새가 날 것처럼 꼬질꼬질하다. 하지만 짧아도 양털인지라 몸에서는 자르르 윤기가 흐르고, 푹신푹신 한 것이 만질 수 없는 구름보다야 정감이 간다.

아까부터 양떼를 주시하던 양치기 개는 지시가 내리기 무섭게 능수능란한 솜씨로 수십마리의 양떼를 사람들 쪽으로 몰아온다. 개도 개지만 한꺼번에 달려오는 양떼들이 더 공포스러운데, 양들은 또 그런 사람들이 두려워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며 갈팡지팡한다. 차가운 날씨지만 숨을 몰아 뛰어온 양들은 매우 따뜻하다.

농장의 소들은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소와는 종류가 사뭇 다르다. 빨리 자라고 건강하고, 우유를 많이 생산하고, 고기 맛이 좋고 등등 온갖 설명이 이어지고 원하는 사람들은 소의 털을 곱게 빗어주기도 한다. 상당히 비릿하고 역할 거라 여겼던 오리지널 소젓은 따뜻하고 고소하다. 끝까지 손사래를 치다가 우유맛 한번 보고는 내친 김에 젓짜기에까지 도전을 했다. 어미소가 아파할까봐 테크닉에 집중하다 보니 아까운 젓을 바닥에 흩뿌리고 만다.

이제는 양과 사람의 한판 승부가 시작된다. 결과는 예상하는 대로 사람쪽의 완승. 양은 패배의 대가로 옷을 홀라당 빼앗긴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한 올도 남기지 못한 빈털터리가 된다. 승부가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지라 어리벙벙한 양은 우리에 돌아가서 서럽게 목놓아 울어 버린다. 그러면 사람은 전리품을 내보이며 고급 양털과 저급 양털을 설명하고 보너스로 깔끔하게 벗겨낸 여우 가죽까지 보여준다. www.warro ok.com.au

투키 리트리트

투키 (Tuki Retreat)는 개인 소유의 농장이지만 송어잡이로 유명한 곳이다. 듬성듬성 나무 몇 그루만 서 있는 허허벌판을 달리고 또 달려서 도착한 투키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고적하다. 배가 고파 식사 생각이 간절하지만 농장의 주인 로버트씨는 고기를 주는 대신 고기를 낚는 법을 알려준다. 다들 송어가 득실득실한 양어장에 낚시대를 드리워본다.

그래도 초보 강태공들에게 쉽게 잡힐만큼 호락호락한 녀석들이 아닌지라 미끼로 쓰는 통조림 옥수수만 낼름 낼름 빼앗기면 더 열이 오르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 아닌가. 인내와 끈기로 낚아 올린 송어는 호일속에서 푹 구워져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온다. 푹 익은 살덩이에 레몬즙과 후추를 듬뿍 쳐서 푹푹 떠먹는 맛도 색다르다. www.tuki.com.au

발라랏 야생 동물원

한해에도 몇 번씩 호주를 방문하는 것은 물론 호주에 몇 년씩 살았다는 그녀. 그러나 아직도 캥거루와 왈라비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핀잔을 듣는다. 그러나 생김새도 비슷하고 뛰어 다니는 폼도 비슷하고 먹는 것도 똑 같은데 무슨 수로 구별을 할까 싶다. 그저 먹을 것을 달라고 번쩍 일어서 손끝에 매달리는 게 귀엽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하다. 발라랏 야생 동물원(Ballarat Wildlife Park)에서는 코알라, 캥거루, 왈라비, 움뱃(Wombat), 타스매니아 데빌(Tasmanian Devil), 악어, 거북이 등등 호주의 특유의 동물 가족들을 다 만날 수 있다. 61-3-5333-5933

호주 빅토리아주 글·사진=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취재협조=호주 빅토리아주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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