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기대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가보고 싶던 곳에 실제로 발을 딛고 섰을 때의 기쁨을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1990년 4월, TV에서 아시아나 항공의 새로운 취항도시를 알리는 광고를 보았다. 바로 일본 동북지방의 대표도시 미야기현(宮城縣)의 센다이시(仙臺市)였다. 당시만 해도 기자에게 센다이의 사전지식이 있을리 만무했지만, 마침 일본배낭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점이어서 비교적 일본에 대한 우호적인 마음 외에, 일본여행 자체에 관심이 높아져 있을 때였다.

그럴 즈음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가 아닌 외곽의 작은 도시로의 취항 사실은 그 도시에 대한 아련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고, 그것은 마음 한구석의 창고에서 고이 간직되었던 것이다.

세월은 꽤 흘렀고, 지난 3월1일부터 3박4일간 센다이 주변을 취재할 기회가 생기자 함께 간 일행들의 생각은 어땠을지 모르지만 위와같은 사정이 있던 기자로서는 정말 반가운 마음으로 센다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센다이는 숲의 도시

센다이는 ‘숲의 도시’ 라는 별칭이 있다. 인구 100여만명으로 울산과 비슷한 규모지만 도시전체 크고 작은 공원과 느티나무 가로수 등의 녹지구성이 넉넉해 이름다운 도시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센다이는 동북에서는 가장 큰 도시이며, 이공계의 뛰어난 학생들을 배출하는 명문 동북대학교(東北大學校)도 바로 센다이 시내에 두 개의 캠퍼스로 나눠져 있다.

센다이시는 내륙으로는 울창한 산과 숲이 있고, 해안쪽으로는 ‘사사니시키’ ‘히토메보레’등 뛰어난 맛과 품질의 쌀이 생산되는 경작지가 있다. 바다에서 얻는 풍부한 생선과 해산물 등은 말할 것도 없이 예부터 이 고장의 풍요로움을 이루는 중요한 자원들이다.

다테 마사무네의 유래

8세기 야마토 정권이후, 여러 영주들의 패권다툼이 치열했던 시기는 건너 뛰고라도, 요미 히데요시가 전국을 통일한 이후, 지금의 센다이와 미야기현이 기틀을 잡기 시작한 것은 1600년대초다. ‘에도’시대에 접어들면서 센다이는 다테 마사무네 (伊達政宗, 1567~1636)의 지배하에 들어가고, 이후 메이지 유신 시대까지 약 260여년간 이 집안의 통치를 받는다.

다테 마사무네 (伊達政宗)는 159cm의 단신으로 어릴적에 천연두로 인해 한쪽눈을 실명한 외눈박이 장수다. 전장에서는 그 용맹스러움을 따를 자가 없어 ‘외눈박이의 용’ 이라는 유명한 별명까지 가지고 있다. 요미 히데요시 (豊臣秀吉)의 신임을 두텁게 받았던 그는 임진왜란으로 수 많은 영주급 장수들과 30만 대군이 조선으로 출정을 나갔을 때, 요미 히데요시와 함께 일본에 남아 전쟁의 후방지원 및 내치에 전념했었다.

임진왜란 후 일본은 한바탕 권력다툼에 어지러웠던 시절을 겪었고, 다테 마사무네는 동북지역에서 안정적인 권력기반을 구축한다. 그는 센다이조(仙臺城)를 건축하고 메이지 유신 때까지 동북지방을 다테가문의 근거지로 사용한다.

현재 미야기현이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관광지가 무엇일까?
마쓰야마(松島), 자오(藏王) 등 여러 곳의 명소들을 예상했던 기자로서는 조금 의외의 장소를 가장 먼저 방문하게 됐다.

미야기 스타디움

바로 2002년 월드컵 축구경기가 열리는 미야기 스타디움이었다. 여행신문의 기자에서 갑자기 스포츠지의 기자가 된듯한 기분을 느끼면서 수용인원 5만명을 자랑하는 구장의 잔디를 밟을 수 있었다. 이곳은 1996년 10월 ~ 2000년 3월까지 지어진 곳으로서 총 270억엔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정확한 수용인원은 4만9,133명이고 지붕의 모양이 월드컵에 대비해 이미 국내 J리그의 경기와 기린컵등을 치루면서 시행착오를 체크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곳은 육상경기도 할 수 있는 종합경기장이다.

동북 최대규모이며, 휠체어 장애자용 관람석이 196석, 청각장애인 등을 위한 보청기 시설이 되어있는 관람석이 3,500석이 있다. 9.6m × 19.52m 크기의 전광판은 발광 다이오드식으로 일본내 구장중에서는 최초로 만들어졌으며, 매우 뛰어난 화질과 선명도를 자랑하고 있다. 야간경기를 위한 조명은 1500룩스로 흐린날 낮의 밝기와 비슷하다고 한다.

미야기 스타디움은 FIFA의 실사단들로부터도 극찬을 받았다고 하니, 앞으로 센다이를 방문하는 분들은 꼭 들러야 될 관광명소가 하나 더 생긴 듯 하다.

월드컵 기간중에는 6월9일 멕시코와 에콰도르전, 6월12일에 스웨덴과 아르헨티나전, 6월18일 H조 1위(내심 일본이 올라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가 G조 2위와 겨루는 16강전이 열릴 예정이다.

경기장은 센다이 시내에서 약 30분정도 걸리는, 예로부터 배 밭이 많아 ‘이프(利府)’ 라고 불리운 곳에 건설되었는데, 한가지 걱정스러웠던 것은 일반 노선버스가 없어서, 시내와 경기장과의 이동이 쉽지 않아 보였다.

월드컵 기간동안은 센다이 시내 주요 역과 터미널 4곳에서 무료 셔틀버스가 다닌다고 하며, 교통의 혼잡을 줄이기 위해서, 자가용 이용을 가급적 제한할 계획이라고 한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일본인들의 꼼꼼한 손길에 기자는 적지 않은 긴장감이 들었다. 최소한 본 기자가 느끼기에는 월드컵에 대한 열기는 일본이 한국을 앞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드컵을 3개월 정도 남겨놓은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준비상황은 어떠한가? 다시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글·사진=객원기자 김슬기 tourtask@ travelg.co.kr
취재협조=아시아나항공 , 일본국제관광진흥회 서울사무소, 미야기현 관광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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