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오겠지만, 그 봄을 시샘하는 겨울의 환영들은 아직도 가끔씩 그들의 존재를 확인시키려는 듯 우리들의 외투를 여미게 만든다.

남쪽으로부터 시작된 꽃소식은 이제 전국을 뒤덮을 기세이고, 한적한 오후의 노곤함은 정말로 봄을 느끼게 한다. 한편으로는 겨울이 아쉽고, 그리워질 것이다. 3월 초 미야기현에서는 막 떠나려고 하는 겨울의 아쉬움을 한껏 달랠 수 있었다.

일본 동북지방의 적설량은 예로부터 유명하다. 센다이(仙臺)시 근교에는 4곳의 훌륭한 스키장이 자리잡고 있는데, ‘미야기 자오 에보시’, ‘미야기 자오 스미카와 스노우 파크’, ‘오니코우베’, ‘이즈미 코겐 스프링크바레’ 스키장이 그들이다.

이중에 스미카와 스노우 파크는 ‘자오’(藏王)산 정상 가까이에 있어 다른 스키장에 비해서 풍부한 적설량을 자랑한다. 특히 자연보호를 위해서인지 리프트 시설이 없어서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특이하게도 무한궤도가 달린 설상차를 이용해, 스키나 보드를 타는 사람들, 그리도 자오연봉의 정상에 있는 우리네 한라산의 백록담같은 ‘고시키타케’ (五色岳) 칼데라호 (해발 1758m)를 찾는 관광객들을 실어 나른다.

스미카와 스노우 파크

이 설상차는 ‘오하라’ 공업사의 제품으로서 대당 가격이 약 1억엔 정도 한단다. 운전석과 승객석이 분리되어 있고, 정원은 약 30명 정도이다. 스키장 입구에서 출발한 설상차는 무려 40여분간을 꿈속같은 하얀세상을 달린다.

약 10분을 올라가니, 눈보라가 치면서 한치앞도 보기 힘들어졌다. “ 이런 곳에서 길을 잃으면, 5월이나 되어야지 (눈이 녹아야) 길을 찾아 내려오실수 있습니다. 한 달 이상씩 못 내려오신 분들이 아직도 계십니다.”

운전석에 앉은 직원의 우스개 소리들을 들으며, 꽤 긴시간 이었지만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이 정상 가까이 올라갈 수 있었다. 눈보라 치는 악천후로 인해서 ‘고시키타케 칼데라 호는 볼 수 없었지만 또 하나의 자랑거리 수빙(樹氷 (snow monster)은 볼 수 있었다.

수빙은 나무 등에 눈이 쌓인 채 얼어붙어 흡사 커다란 눈괴물과 같은 형상으로 여기저기 서 있어서 영어로는 스노우 몬스터라는 이름도 있다고 한다. 과연 장관이다.

설상차가 올라올 수 있는 1700m 고지에 도착하니 거센 눈보라가 치면서 대단히 춥다. 정상의 기온은 영하 30도 가까이 된다고 하는데, 내 평생에 경험해보지 못한 추위이다. ‘이렇게 추울 수 있다니….’ 단 5분을 서있기가 힘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신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 사진을 찍어댔다.

한 무리의 중무장을 한 사람들이 스노우 보드를 들고 눈보라 저편으로 사라진다. ‘이런 날씨에도 보드를 타다니…’ 대단한 사람들이다. 반면 스키장의 초입은 정상과 달리 평온하다. 산중턱 이상의 기후만 이렇듯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도로로 소바 정식

산에서 내려온 우리들은 이 고장의 명물인 ‘도로로(麻) 소바 정식’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마’(麻)는 그 뿌리를 먹는데, 강장(强壯)과 남성들의 강정(强精)에 효능이 있으며, 민간요법에서는 설사를 멈추게 하는 지사제로도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음식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지만, 일본에서는 다양하게 요리해서 먹고 있는 것 같다. 도로로 소바정식은 ‘마’를 갈아서 가다랭이 육수를 차게 식힌 국물과 혼합해 양념하고, 쫄깃한 메밀국수, 주먹밥, 반찬 등과 함께 먹는 단촐한 정식이다.

국물맛이 ‘마’의 점성으로 인해 걸죽하면서 입안에 착 달라붙는다. 함께 식사한 일행들도 색다른 음식맛에 한번 즐거워하고,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말에 두 번 즐거워했다.

더불어 센다이 취재기간 기억에 남는 음식으로는 이 도로로 소바정식과 소혀(牛舌)를 구운 ‘규탄구이정식’을 먹을 때였다. 옛날 센다이에서 ‘소혀’를 처음먹기 시작해서 일본전역으로 펴졌다고 하니 믿거나 말거나 이다.

또 한가지 센다이 근교인 마쓰시마(松島)는 아름다운 해안과 260개 이상의 수많은 군도를 가지고 있는 일본 3景중의 하나 인 곳이다. 이곳에서는 ‘굴’양식이 성해, 많은 굴이 생산되며 알맹이가 작고 육질이 튼실한 것이 특징이다. 미야기현 여기저기에서는 굴로 만든 많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코케시 인형

이지역 토산품으로는 코케시 인형이 유명하다. 일본의 동북지방에서 특히 발전한 코케시 인형은 예로부터 혹한과 폭설로 인해 집밖 출입이 어려웠던 어린이들이 겨울철 방안에서 가지고 놀았던 나무인형이다. 단순한 형태이지만, 지방에 따라 다양하고 독특한 표정을 가지고 있다.

장인의 지시에 따라 고케시 인형의 눈과 머리, 몸통 등을 직접 붓과 색색의 물감으로 그려보았다. 모두들 처음하는 작업이었지만 사뭇 진지하게 떨리는 손으로 붓끝을 댄다. 완성된 후 일행들의 작품을 나란히 세워놓으니 전시관 관계자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처음 그리는 솜씨인데, 대단하다고 추켜세운다. 우리들도 덩달아 으쓱해졌다.

아키우 온천장

좋은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재미있는 것을 해보았으니, 이젠 쉴 시간이다. ‘♨’ 표시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온천 뿐만 아니라 일반 목욕탕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이 온천마크는 약 백여년전에 일본 ‘군마현’ (群馬縣)의 ‘이소베’ 온천에서 처음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이 표시의 의미는 세 번 온천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인데, 처음 온천탕에 몸을 담가 더러움을 씻어내고, 두 번째는 피로를 푸는 것이며, 세 번째는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뜻이 있다고 한다. 특히 온천마크라도 모두 똑같은 것이 아니고 세 개의 세로 선 중 가운데 선이 긴 온천마크를 가지고 있는 곳이 특히 수질이 더 좋은 곳이라고 한다.

센다이 근교 ‘아키우’(秋保)온천장은 일본의 3대 온천중의 하나로서 벳부온천, 니꼬온천등과 더불어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이며 교통도 편리해 일반버스로 센다이 시내에서 50분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곳은 ‘미토야’ 온천호텔등 여행자들의 숙박시설에 불편함이 없다. 이곳의 온천여관들은 타지역에 비해 편의시설등이 현대적으로 잘 개발되어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 다양한 볼거리, 정갈한 음식, 더운 온천을 즐기는 것은 어느새 일본여행의 공식처럼, 자리잡은 것 같다. 떠나는 겨울을 뒤로한 채, 미야기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며칠 만에 다시 밟은 고국 땅에서는 어느덧 봄기운이 만연해있었다.

글·사진 = 김슬기 객원기자 www.travelg.co.kr
취재협조 = 아시아나항공 , 일본국제관광진흥회 서울사무소, 미야기현 관광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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