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이 불과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의 성장급 축구선수들이 펼치는 경기를 현장에서 관람하는 기쁨은 물론 성공적인 대회 개최로 한국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이 기간에 방한이 예상되는 많은 축구팬과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숙박 대책이나 수송대책에도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그러나 그런 손님맞이의 핵심에 있어야 할 인바운드 업계는 월드컵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울상을 짓고 있다.

인바운드 업체들이 월드컵 특수의 가장 큰 수혜자가 아니겠느냐는 일반인들의 예상과는 달리 중국인바운드 업계는 티켓 정책의 둘러싼 이전투구속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고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여행사에선 월드컵 기간에 ‘문 닫고 휴가나 가야할 판’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월드컵 기간에 35만명의 외국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하고 그 중에서 최소한 6~7만명이 중국 관광객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관광연구원에서도 6월 한달간 53만명의 외국인이 방한하고 그 중 중국인이 8만명을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이 월드컵 출전 사상 처음으로 예선전에 진출한데다가 주최국인 한국이 정서적으로나 거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라는 점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을 전망이다.

새로운 티켓 정책 혼선

중국 특수에 대한 기대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지만 월드컵을 50여일 앞둔 시점에도 중국 인바운드 업계는 이상하게 잠잠하기만 하다. 중국전 티켓에 대한 한국과 중국, 양국정부의 정책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업체 상호간의 억측과 눈치보기만 횡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소극적인 태도가 티켓 정책의 혼선에서 초래됐다고 진단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올해 대회부터 여행사 티켓 배분을 철회하는 한편, 실명제까지 도입했지만 이러한 정책과 적용 과정이 인바운드 업계의 요구에 어긋났고 여행사측도 상황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일부 여행사에서는 편법을 동원해 대량으로 티켓을 확보했지만 그마나 실명제 대한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의 애매한 입장표명에 애만 태우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유럽처럼 티켓만 구입해 스스로 여행할 수 있다면 모를까 한국처럼 비행기로 이동하고 호텔을 예약해야 하는 상황에는 부적합한 정책”이라며 “프랑스 월드컵때처럼 여행사에 티켓을 배분해서 여행사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가격을 형성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월드컵 개최 일이 가까워질수록 티켓에 대한 거품은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다. 여행사 관계자는 “티켓 회소성이 너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일부 여행사에서는 확보한 티켓을 중국여행사에 3배 가격으로 넘기고 있다지만 여행사가 짊어져야 하는 부담감이나 위험부담, 그리고 표 회수의 어려움 등을 생각해 보면 손쉬운 장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호텔가 등 지상비 치솟아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는 티켓을 둘러싼 논쟁보다는 실제 관광객 유치를 위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한국관광공사의 한화준 과장은 “월드컵이 가까워질수록 중국 특수는 분명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6~7만명의 중국 관광객 중에서 70% 이상은 여행사를 통해서 들어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월드컵 기간의 호텔요금과 가이드 비용 등 지상비는 치솟았다. 현재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월드컵 상품가(티켓 제외)는 3박4일 기준에 한화 150만원 정도. 평소 상품가격보다 2.5~3배까지 오른 가격이다.

하지만 여행사 관계자들은 한국 여행사들의 덤핑경쟁으로 중국 여행사만 배 불리는 결과를 낳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총지상비의 70~80% 이상을 자치하는 호텔가격이 2~3배로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1박당 70~110달러 정도의 지상비 청구는 또 다른 마지노선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 시기에 방문하는 중국인들이 이미 상품과 티켓에 많은 돈을 쓴 데다가 축구매니아일 가능성이 커서 쇼핑이나 옵션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거의 없으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인바운드 여행사들이 행사를 잘 진행해 중국 여행사들의 신뢰를 쌓고 시장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월드컵 같은 중요한 시기에 제살 깎아먹기식 과당경쟁을 계속한다면 중국여행사에 주도권을 영원히 빼앗기거나 월드컵 이후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랜 문제점 다시 ‘수면위’

국내의 일본 인바운드 업계는 침체된 분위기가 완연하다.
최근 들어 수적으로는 9·11테러의 영향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매출면에서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일본 인바운드를 전문으로 하는 S여행사 관계자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의 60%정도로 낮춰 잡았지만 지난 1~3월에는 거기에도 못미치는 50%를 겨우 넘었다”고 말한다. 숫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100% 회복됐지만 저가 중심으로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지난해부터 일본 인바운드는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월드컵이라는 ‘악재’를 만나 다시 한번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월드컵 기간동안 일본인들의 해외여행심리위축과 단체여행객 감소 등의 이유로 전년대비 30% 감소한 16만명 정도의 관광객이 방한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업계 실무자들은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월드컵이 개최되는 5~6월이 일본 인바운드의 성수기임에도 일본 인바운드는 월드컵에서 완전히 소외되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보통 4월에 개최되던 코리아 그랜드 세일까지 월드컵 기간 중으로 자리를 옮기자 일본 인바운드 여행사는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A여행사 관계자는 “일본인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일단 저렴하기 때문이다. 월드컵 기간에는 호텔요금은 물론이고 모든 가격이 높아지는데다가 자국에서도 경기가 개최되는데 뭐하러 많은 돈을 내고 한국에 오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문닫고 휴가나 가야겠다’는 자조적인 말들을 쏟아냈다.

일부 여행사에서는 올해 들어 이미 무급 휴가제를 순환실시하고 있으며 인원축소, 격주제 토요일 근무를 실시하는 등 비용 절감을 위한 자구책들을 마련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합병 움직임을 보이는 여행사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자 한국관광공사에서도 지난주 소규모 간담회를 갖고 긴급 대책을 마련하는 등 고심하고 있지만 우울한 전망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월드컵이라는 호기를 두고도 우울한 전망이 계속되자 인바운드 관광산업의 오랜 문제점들이 다시 한번 수면위로 부상되고 있다. 하지만 여행사들의 덤핑 경쟁과 뿌리없는 정부의 관광정책에 대한 공박, 저가 상품이 아니면 관광객 유치가 불가능하다는 여행사들의 절규가 반복되는 사이 월드컵은 코앞으로 다가와 있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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