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동남아 리조트’라는 공식은 이제 하나의 상식이 되어 버렸다. 스트레스 제로, 간섭 제로의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허니무너들은 더 고급스럽고, 더 환상적인 리조트를 찾아 열대의 바다로 날아가고 있다.

하지만 어쩐지 말레이시아는 이런 대세에 다소 비껴나 있는 인상이다. 아름다운 바다와 산, 정글, 수많은 섬, 그리고 고급스러운 리조트까지 뭐하나 빠질 것이 없는데도 은근히 ‘소외’의 길을 걷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행사 관계자들은 항공좌석 확보의 어려움을 꼽는다. 국적기가 있지만 여행사의 입맛에 딱딱 맞게 움직여 주질 못하는 형편이라 위 아래로 태국이나 싱가포르, 인근의 말레이시아, 필리핀 같은 허니문 대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단다.

하지만 둘 만의, 특별한 허니문에 대한 신혼부부들의 욕구는 끊임없는 상품개발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아름다운 바다와 리조트를 찾아 해매는 ‘리조트 사냥꾼’들의 발길이 말레이시아에서 머뭇머뭇 하는 이유도 역시 이런 필요성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싱가포르 항공이 싱가포르 경유 랑카위 노선 판매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말레이시아 다시 보기’는 한층 가속도가 붙었다. 이달 초 주요 여행사의 사장단이 랑카위(Langkawi)를 찾았다. 기존의 시장을 보호하면서도 랑카위를 고급스러운 허니문 목적지로 새롭게 부활시키겠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신상품 개발을 위한 물밑작업에 돌입했다.

전설의 섬 랑카위

서말레이시아와 태국이 맞닿는 국경지점. 시선을 오른쪽 바다로 조금 옮기면 최근 빠르게 개발되고 있는 랑카위(Langkawi)가 나타난다. 22년 이상 장기집권하고 있는 마하티르 수상의 각별한 관심속에 전격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랑카위 개발 사업은 수상의 출생지와 연관이 있다고 하는데, 마하티르 수상의 인기는 절대적이다 못해 종교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랑카위의 첫 인상은 차분하다. 가이드 양일동씨의 말대로 거리는 물론이고 공항에 조차 사람이 드물다. 그는 사람이 적어서 ‘아쉽다’라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위해 무슬림으로 개종하고 랑카위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그지만 이 곳에 사는 한국인들은 열명 남짓이라니 외로울 만도 하다.

말레이시아 전체적으로 말레이계가 60%를 넘고 다음으로는 중국계(28%), 인도계(7%)가 다수를 차지한다. 랑카위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무슬림의 비율이 높아서 90% 이상을 차지한다. 술과 돼지고기, 개를 금기시하며 해가 있는 동안 음식을 먹지 않는 라마단의 금식 등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가끔 일 핑계를 대고 술을 먹거나 몰래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는 비애가 있지만 몇 주전 2세를 본 양일동씨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어쨌든 관광객들에게는 외로움이 고즈넉한 여유로 둔갑한다. 몇 달씩 장기 체류하는 서양인들과 노인들이 많은 일본인들, 한국의 허니문너까지 많은 사람들이 열대의 섬을 찾지만 특이하게도 미국인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강대국의 간섭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마하티르의 자존심이 두 나라의 관계를 벌려놓은 것인데, 그 당당함이 자못 부럽다.

해변의 파라솔이 하나 둘 날개를 접을 때쯤 하늘에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빛을 빼앗긴 세상이 창백하게 변하는 동안 해변의 또 다른 쪽에서는 테이블이 설치된다. 천막 아래 단 하나의 테이블과 두 개의 의자. 그리고 그 뒤로 5미터쯤 물러난 준비대와 바비큐 화로. 단 두 사람만을 위한 선셋 바비큐는 그렇게 호젓하고 오붓하게 해가 지는 바다를 향해 자리를 잡았다.

탄중루의 황홀한 해넘이

작은 섬들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탄중루 리조트(Tanjung Rhu Resort)의 바다는 한국의 서해나 남해처럼 아기자기한 매력을 선사한다. 낮에는 쳐다 볼 엄두조차 나지 않던 태양은 빠른 속도로 매서운 기세를 누그러뜨리기 시작하는데, 그래도 맥없이 풍덩 자맥질을 하지는 않는다.

구름 사이를 한참 누비더니 이제는 멀리 섬 뒤로 숨어들어 작은 섬들의 실루엣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시시각각 하늘이 다양한 색깔로 물들기 시작하면 둘만의 선셋 디너가 시작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촛불이 점점 밝아진다.

랑카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탄중루 리조트는 랑카위섬의 북동부에 위치해 있다. 로비를 지나 해변까지 이어지는 길은 울창한 야자수로 정글을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 객실과 작은 수영장을 지나 해변으로 향하면 하얀 백사장이 길게 뻗은 해변과 바다를 향해 흘러드는 듯한 수영장이 넉넉한 공간감을 준다. 3개의 레스토랑과 독서실, 선셋 바가 바다를 향해 있고 2개의 수영장, 테니스 코트, 무동력 해양 스포츠 시설, 전통 마사지, 헬스클럽, 사우나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탄중루 리조트의 보물은 아름다운 일몰과 사람들의 친절이다. 리조트를 둘러보다 길을 잃은 잠깐 사이에도 다정하고 친절하게 다가와 도움을 주는 직원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편안한 시설과 아름다운 해변도 좋지만 투숙객의 불만이 거의 없는 이유는 역시 이런 친절 때문이다. 그래서 탄중루 리조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이 드는 곳이다.

객실은 밝아오는 아침을 맞이할 수 먼저 있는 가든 뷰(Garden View)와 지는 해를 바라볼 수 있는 씨 뷰(Sea View)로 크게 나뉘고 크기에 따라 다마이(Damai), 카하야(Cahaya), 바유 수리아(Bayu Suria), 바유 센자(Bayu Senja), 안중(Anjung) 등으로 나뉜다.

시원스런 목재로 바닥을 마감한 객실은 침대와 쇼파가 일직선으로 배치되어 있어 특이한 느낌을 준다. 그 사이에 위치한 TV는 360도 회전판위에 놓여 있어 침대 뷰와 쇼파 뷰가 모두 가능하다. 창을 열면 욕실과 침대가 연결되어 허니문에 제격이라는 너스레 농담이 절로 나올 듯 하다. 객실마다 비디오 플레이어와 콤팩트 디스크 플레이어가 설치돼 있고 책과 CD를 대여해주고 있어서 장기 체류에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바다를 향한 바유 센자룸의 일반 요금(조식과 공항 이동 포함)이 1,400링깃(49만원) 정도로 높은 편이지만 리조트측은 다양한 패키지를 내놓고 있다. 전 일정 식사와 무알콜 음료를 포함한 올-인크루시브 패키지, 큰 폭의 할인이 적용되는 7박8일 패키지, 카 랜탈과 피크닉 바구니가 포함되는 스테이 & 드라이브 5박6일 패키지 등이 있다. 해변에서의 둘만의 선셋 디너(BBQ)와 꽃, 케이크, 초코릿 등이 포함되는 러브 소나타 2박3일 패키지는 허니문에게 안성맞춤이다.

말레이시아 랑카위 글·사진 = 천소현
취재협조 = 말레이시아관광청 한국 사무소 02-779-4422
싱가포르항공 02-3455-6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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