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 한국은 연이어 들려오는 꽃소식에 한창 들떠있건만 창밖으로 스치는 이곳의 풍경은 예사롭지 않다. 봄이 아직 멀게만 남은 것 같다. 동토의 땅, 죄수 유형소, 혹한, 불모지 등으로 우리에게 인상된 이곳은 시베리아.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 시베리아 횡단 열차안에 몸을 누이고 있다.

짧은 일정이지만 횡단 열차 이동 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바이칼 호’를 보기 위해서다. 세계 최대의 담수호인 바이칼 호, 왠지 좁은 한반도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것을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흥분이 온몸을 감싼다.

시베리아의 진주 바이칼 호

시 베리아 중앙에 위치한 바이칼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깊고 깨끗하고 많은 담수량을 지닌 천혜의 호수다. 최고의 깊이 1,637m. 아프리카 탄가니카 호수(1,400m)보다도 200m가 더 깊다.

물은 또 어찌나 맑은지 수심 40m에 있는 동전이 식별 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그보다도 세계 민물의 20%, 식수의 80%에 해당하는 담수량은 지구인들의 원천수라 불러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다.

이러한 수치적인 의미보다도 바이칼호를 맞닥뜨리면 그 규모에 먼저 압도당한다. 도저히 호수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넓다. 길게 남북으로 뻗은 모양인 호수 길이 만해도 서울에서 부산가는 길이보다 긴 640km. 가장 넓은 곳이 80km이고 좁은 곳이 27km, 호수안에 20여개의 섬이 떠있으니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시베리아의 진주’는 바이칼호의 애칭. 그 애칭답게 바이칼 호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비록 횡량한 초봄의 풍경일지라도. 특히 해질녁에는 애잔하기까지 하다. 바이칼 호에서 가장 놓치지 말고 보아야 할 것이 바로 일몰 풍경이다.

박물관, 자작나무 병정들

바 이칼 호수에 대해서는 리스트비얀카에 위치한 바이칼 호수 박물관에서 자세히 알 수 있다. 바이칼 호수 관광은 4계절 모두 가능하며 각각 멋이 다르다. 겨울에는 스키, 사냥, 얼음낚시를 하고 여름에는 호수 주변에 위치한 휴양지에서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캠핑, 야영, 등반, 스쿠버 등을 할 수 있다. 가을에는 호수를 화폭이나 사진 속에 담기에 적절한 풍경을 가진다.

리스트 비안카는 바이칼호 관광의 하나의 기착점이 되는 작은 도시인데, 바이칼호수에서 앙가라강이 흘러나오는 곳에 위치해있다. 3면이 산으로 둘러싸여있고 초봄인데도 여전히 눈이 쌓여있는 대지위로 하얀 자작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선 숲의 풍경이 일품이다.

시간도 멈추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

극동의 블라디보스톡에서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까지 장장 9,300km를 달리는 철마 시베리아 횡단 열차.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는 꼬박 6박7일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열차에 오르면 시간의 의미가 없다. 기차가 통과하는 구간에는 무려 7개의 시간대가 있어 시계맞추는 일 조차 번거로울 뿐이다. 그 장정 위에 바이칼 호를 끼고 도는 울란우데에서 이르쿠츠크까지가 가장 아름다운 환상의 코스로 불리운다.

특히 지금은 지나쳐버리지만 슐리얀카에서 리스트비안카까지의 구철도는 바이칼 호를 넉넉히 담아내는 구간이다. 관광객들을 위해 이 구간에는 관광열차가 운항되고 있고 추억속으로, 풍경속으로, 낭만속으로 열차는 여유롭게 달린다.

사진 = 전영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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