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할말이 많으면 정작 필요할 때 제대로 말을 못한다고 한다. 이번 달 칼럼은 그래서 송고가 늦어지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여러 가지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일이 순서일 듯 싶다.

지난 한달 동안 많은 고민거리가 있었다. 우리 사회에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각종 비리게이트와 선거열풍 속에서 월드컵이 당초 목표대로 성공적으로 치루어 질 것인가 하는 우려가 가장 컸다.

또한 작년 연말 월드컵 보이콧으로 언론에 알려졌던 중저가 호텔들의 진로를 결정할 4월말 호텔협회의 대의원 대회 결과에 대한 걱정, 최초로 도입되는 우수여행상품 인증제와 계약서 교부의 정착 가능성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중순 태국의 유력한 TV방송국 보도국 간부가족의 입국거부사건은 그동안 우리 관광업계가 힘들게 지펴놓은 관광진흥 분위기를 한번에 꺾어놓은 심각한 문제로 생각된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의하면 이 가족은 영어도 잘못하는 출입국관리의 비아냥과 욕설(shut mouth!), 폭력적 대응에 위협까지 받았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사태로 급기야 태국 내무장관이 보복조치까지 천명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사실 이런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 뿐 아니라 최근 몇 년간 반복됐던 일이다. 필자의 생각에 이번 사건은 단순히 단기적인 관광객 감소차원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다.

미국의 한국인에 대한 악명높은 비자 거부율과 브리지트 바르도의 보신탕 파문, 일본의 교과서 왜곡 등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분노가 과연 정의에 기반한 정당한 것이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우리 자신에게 던져주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출입국관리사무소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 동포인 조선족을 포함해 불법체류자를 고용해서 착취하고 폭력을 가하는 비열한 짓이 우리 주변에서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물론 불법체류 문제가 정부의 중요한 사안이라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3-D 분야에서 외국인 고용이 필요하다면 이를 양성화해서 관리해야 할 것이고, 불법체류가 취업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 불법체류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출입국 관리소가 관광객을 쫓을 것이 아니라 이를 이용하는 고용주를 엄히 다스리면 될 일이다.

앞으로 수년 내 우리의 관광진흥은 외래관광객 10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의 두 배가 되는 이러한 야심찬 정책목표는 중국을 포함한 인근 아시아 국가에 그 가능성을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조건이라면 단언코 관광객을 목표대로 유치할 수도 없고, 유치하더라도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
이번 사태의 전후 과정을 지켜보면서 더욱 우려되는 것은 그 사건이 보도된 이후 출입국 관리소의 납득할 만한 해명이 소개된 바가 없고, 더 이상 언론은 이를 추궁하는 기사를 쓰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관광업계의 항의나 걱정이 제기된 바도 없다는 점이다.

필자도 업무상 1년에 한두번 해외를 다녀올 일이 있다. 그럴 때마다 미국이나 유럽의 외지로 갈 경우 썩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고압적인 미국의 출입국 관리들은 물론 현지 국내선을 탈 때마다 뒤편에 다른 아시안들과 함께 몰아 넣고 밥도 잘 안 주려는 그들의 인종차별이 불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무여행이 아닌 개인이나 가족여행을 그런 곳으로 간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다. 하물며 한국에서 폭력적인 입국거부에 학대를 기억하는 그들이 그들의 친지들과 한국을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올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한국관광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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